위드, 코로나 - 우리들의 코로나 시대 건너기 함께이야기 1
강인성 외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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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우리는 전에 없던 일을 겪습니다. 지인들과 만나 마음껏 놀지도 못하고, 차 안에는 마스크 몇 장을 상비해 둬야 뒤에 당황하는 일이 없고, 잠시 편의점 갔다 오려 해도 신경이 쓰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필자분들의 사연을 보면 이런 소소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겠구나, 혹은 (이미)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보름에 하나씩은 연극을 반드시 보겠다는 강인성씨의 바람(본인 표현에 따르면 "근거 없는 확신")은 깨어졌습니다. 먼 지방으로는 이사 가기 싫다는 분들이 많은데 용인 정도면 그래도 문화의 혜택을 누리는 데 아주 큰 지장은 없는 듯합니다(서울까지의 거리 감안). 올해 5월에는 "해외 극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바냐 아저씨>가 예정"되었는데 역시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전자는 뭐 잘 알려져 있고 후자는 체홉의 작품인데 올타임 리퀘스트이긴 하나 요즘 부쩍 상연이 는 듯합니다. p14에는 왜 필자분이 연극을 그토록 사랑하는지 열렬한 고백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대략 15년 전부터 배우분들의 역량이 부쩍 늘어 참 볼만해졌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여튼 코로나 때문에 가장 타격을 받은 건 (필자의 표현대로) 이런 오프라인 공연을 기획, 연출, 또 연기하는 분들이며 또 이런 공연을 열렬히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코 앞에 무대를 놓고 그들의 호흡을 고스란히 공유하는 벅찬 체험이란 지난 1년간 불가능했고 앞으로도 쉬 재개될 가망이 안 보이죠.

직장을 재미있는마음으로 다니고 업무의 매 순간이 즐겁고, 상사를 대하는 시간이 유쾌하고 설레고... 뭐 이런 사람은 없을 겁니다. 누구나 일을 지겨워하고, 생계를 위해 마지못해 다니는 게 직장이다,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공감하는 이가 많죠. 필자 김가연 씨도 마찬가지였던 듯합니다. 필자는 안식년으로 마침 휴직중인데, 그 와중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게 되었습니다. 직장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코로나 때문에 유급 휴직을 실시하는 곳도 많으니 하필 지금 안식년이라면 손해라고 여기실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필자는 그 와중 참으로 소중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전에 심드렁하게 여긴 온라인 강의나 취미 생활도 전혀 새롭게 다가오며,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모든 교육, 컨텐츠의 소중함도 절감합니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좋고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바뀝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 편한 세상에 살고 있기에, 하루쯤은 사고로 서비스가 중단이라도 되어 봐야 그 고마움을 절감합니다. 징글징글한 코로나가 우리한테 스승이 되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최고로 여겨지는 게 교사 직업입니다. 김지영 필자는 14년이나 교편을 잡으셨으나 작은 동네 책방을 최근 여신 분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에는 정부나 사회단체, 출판사 등에서 동네 서점을 후원한 정책 덕도 있지 않겠나 제 멋대로 짐작합니다만 생업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건 여전히, 지극히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게다가 이런 판에 코로나까지 터졌으니... 저자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안으로는 자신의 문화적 욕망에 충실하여(?) 이런저런 시도를 과감히 해 보기도 하고, 밖으로는 뜻 있는 이들과 프로젝트를 열기도 합니다. 놀랍습니다. 의욕이 있어도 외부 여건이 안 맞으면 쉽게 좌절하는 게 보통인데, 오히려 "나만의 리듬을 찾고 원 없이 하고 싶었던 것 해 보자"는 식의 역발상. 말은 쉬워도 행동으로 옮기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덕업일치, 즉 취미와 생활의 일치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요즘의 우스개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같은 역병이 닥치면 인간은 더욱 악착같아지고, 더욱 현명해지고, 더욱 신나(?)합니다. 이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신진우 필자님은 대학에서 강의를 합니다. 다들 알다시피 대학이건 그 이하 과정의 중등학교이건 지금은 학교를 못 갑니다. 온라인으로 출석을 부르고, EBS 같은 데에서 방송하는 수업을 듣습니다. 필자님 같은 분도 전에 무슨 비대면 수업 같은 걸 해 봤을 리 없으니 당연히 당황스럽습니다. 물론 대면 소통도 그 나름 애로가 있겠으나, 아예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과 랜선으로 소통한다는 건 인류가 아직 넉넉히 경험해 보지 못한 일입니다. 쓰잘데없는 채팅류도 아니고 교육을 그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는 건 확실히 당혹스러운 시도입니다. 필자는 말합니다. "비대면이 대면보다 더 절실한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감정을 이미지하여 이런 색, 저런 색으로 표현하게 하는 필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그의 본래 전공 성격을 감안한다 해도 참 기발하다는 생각입니다.

책에는 참 다양한 사연이 나옵니다. 우리 이웃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코로나 시국을 맞아 한결같이 토로하는 건 소통과 공감의 어려움,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통한 자각과 기쁨, 성취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마치 <데카메론> 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는 듯도 하고, 역시 본질은 이웃과의 소통이요 우리 자신과의 정직한 대화가 아니었나, 이게 책을 다 읽은 저의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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