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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어도 미국 주식은 사고 싶어
남기성 지음 / 미래지식 / 2020년 11월
평점 :
지난번 동학개미운동 이후 거의 모든 젊은 직장인들이 국내 주식투자에 손을 댈 뿐 아니라, 지난여름 테슬라 급등 이후에는 미국 주식도 직접 투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번거로운 환전 절차도 따로 필요 없이 많은 증권사들이 해주를 직접 거래하게 도와 줍니다. 그러나 아무리 편한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어떤 전략이나 큰 그림 하에 행동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재테크의 달인이 가르쳐 주는 좋은 지혜와 팁을 배우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이 말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대사라고 합니다(p34). 하긴, 만약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답을 못 찾았더라면 우리는 지금 땅에 두 발을 못 디디고 멸망했겠지요. 코로나 확산 이후 전셰계의 증시가 급격한 하락을 맞았다가, 오히려 지금은 과열, 거품 논란이 있을 만큼 주가가 너무 오른 듯한 모습입니다. 저자는 시장을 믿습니다. 거래대금이 하루에 수천조 원인데(p34), 그만큼 경솔하게 아무 가치도 없는 주식을 높이 평가하여 거래할 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사실 시장에 참여하여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이중에도 뭐가뭔지도 모른 채 뇌동매매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의 소중한 돈을 면밀한 계산 하에 쓰지 않겠습니까? 요즘 일각에서 내년 대폭락이 온다면서 선동 비슷한 말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자의 관점은 긍정적입니다. 이런 말이 있죠. "부정론자는 명성을 얻지만, 긍정론자는 수익을 얻는다."
저도 2000년대 초반 이익치 회장이 외환위기 직후 그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한국의 코스피가 2000을 넘어 3000까지 간다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연설하던 모습이 기억 납니다. 저자도 p35에서 그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주 금요일 기준 코스피 지수가 2700을 넘었고, 만약 반도체 빅사이클이 터지면 실제로 3050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측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경제주체와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믿음과 낙관주의입니다.
증시 격언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게 있습니다. 이 말은 바닥에 최대한 가까운 지점에서 진입하되, 상승세를 분명히 확인하고 사라는 건데, 그냥 성급하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신발창이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매수"하는 격이라고 말합니다(p18). 주식이 무작정 오를 때 추격매수하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나, 이 역시 내가 선택한 종목에 근거 없이 희망을 갖고 "이미 바닥"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행태에 불과합니다. 상승세가 화인된 후 약간은 비싸게 산다는 느낌으로 매수하는 게 좋죠.
"인텔의 시대는 저물고 바야흐로 AMD의 시대가 열렸다." 1990년대에는 인텔의 CEO에게, "컴퓨터 칩을 감자칩처럼 파는 놀라운 수완"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AMD는 1990년대 말에 급부상한 업체인데 처음에는 조립 유저들에게 가성비로 어필하는 회사였죠. 이후 인텔이 우위를 다시 뺏기도 했으나 이미 덩치가 커진 AMD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 이 책에서 서술하는 것처럼 다시 전성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최근 SK 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여 한때 너무 비싸게 샀다는 등 회의적 평가가 일어 주가가 내려가기도 했으나 지난주에 봤듯 외인들이 미친 듯 매수하는 중입니다. 시장에서는 재평가가 이미 이뤄졌다고도 합니다.
사실 특정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도 JP 모건이 테슬라를 80% 하향조정한다고 해서 큰 논란이 일었으나 여튼 아직도 승승장구 중입니다. 저자께서는 p38에서 롯데쇼핑을 산 후 70% 손해 중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런 솔직한 경험의 공유가 독자들에게는 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난주, 또 지지난주 롯데쇼핑이 많이 올랐습니다. 경기회복과 시진핑 방한에 대한 기대감, 그간의 저평가에 대한 주목이 한데 엮인 결과인데 어떻게 손해는 좀 만회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바로 다음 페이지에 액면분할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거하고 잘 대조해야 하는 게 무상증자입니다. 둘 다 주식을 더 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무증은 잉여금을 자본계정에 새로 전입한다는 게차이입니다. 이런 기본적 사항을 정확히 알아야 시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는 버크셔 해서웨이(워런 버핏의 회사)가 절대 액면 분할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소개하며, 근래 애플과 테슬라가 액면 분할 후 큰 조정을 받은 사례도 언급합니다. 주의할 건, 액면 분할은 이미 전에 발표가 되었으며 실제 단행될 때까지 기대감에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분할을 하고나서는 급격히 조정을 받았다는 거죠. 기대감 등은 회사의 본질 가치에 영향이 없으며, 약은 투자자들은 이때다 싶을 때에 잽싸게 발을 뺍니다.
p84에 애플과 테슬라에 대한 거품 논쟁이 자세히 리뷰됩니다. "미국에서만 잘 작동되면 그게 기준이 되니 한국에서의 사정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하시는데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대리운전기사가 큰 사고를 나기도 해서 과연 테슬라가 안전한지를 놓고 다시 한 번 걱정이 일기도 했죠. 여튼 아무리 논란과 설왕설래가 있어도 첨단 기술의 대세는 정해진 방향으로 가고야 만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교통사고가 걱정되면 아예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가 등장하지도 말았어야 했습니다.
지수라는 건 그 시장의 모든 종목을 시총에 따라 가중평균하여 낸 숫자입니다. 그래서 지수가 올라도, 이것이 (한국 증시라면) 삼전이나 하이닉스 등에 편중하여 가격이 오르면 다른 종목을 산 투자자들이 체감을 못 하는 수가 있습니다. 오히려 지난주의 한국 증시는 내린 종목이 더 많았죠. 미국 증시를 바라볼 때도 예컨대 다우라든가 S&P를 볼 때 이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우리도 3시 30분 이후 6시까지 매매가 이뤄지듯 미국에서도 시간외 매매라는 게 있습니다(p142). 이 시간외 매매라는 게 중요한 이유는, 미국과 우리가 시간 차가 있는 탓에 전날 시장 상황의 가장 가까운 동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전날 시간외 매매나 야간 선물 시장에서 큰 폭 하락을 있는 걸 보고 다음날 우리 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반대로 거기서 일정 부분 김을 뺐으니 우리 시장에 그나마 하락세가 덜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저자는 구체적 예를 들어, 전날 미국 시장에서의 특정 움직임에 다음날 한국 증시에서 어떻게 대응을 할지 독자에게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가르쳐 줍니다.
책은 일단 편집이 깔끔하고, 분량이 지나치게 많지도 않아 초보 투자자들이 부담 없이 입문서로 활용할 수 있게 배려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판이 컬러라서 시각적으로 편하게 와 닿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저자가 말하는 투자의 원칙을 우리 독자들이 명심하여 지키는 것입니다. 손실을 보는 투자의 대부분은 원칙을 무시하고 만용을 부리는 데서 기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