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완성 생존 중국어 - 현지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최고의 실전 중국어!
이원준 지음 / 라온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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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공부할 때 우리가 느끼는 큰 장벽 중 하나가 한자를 모른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한자 스트레스 안 받고 중국어를 좀 배웠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가 갖고 있죠. 이 책은 발음이 비슷한 한국어 단어를 중국어에 연관시켜, 적어도 한자로 쓰여진 중국어 단어가 무슨 뜻인지라도 알게 돕습니다. 혹은, 일단 회화를 할 때 발음만 듣고 아 이 개별 단어가 무슨 뜻이었더라? 라고 대략이라도 바로 생각이 날 수 있는 요령을 가르칩니다. 이런 게 중국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중고교 때 영단어 외울 때에도 이런 방법으로 구성된 게 있습니다. 약간 황당하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기보다 이렇게라도 머리 속에 새겨 두는 게 당연히 훨씬 좋습니다.

저자분이 책을 쓴 동기는, 실제로 한자고 중국어고 별반 기초가 없던 상태에서, 또 그렇다고 "공부에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뭐 이런 것도 아닌, 그런데 일 때문에 중국어는 또 몸에 배게 할 필요가 있던 상황에서,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마구 중국어를 배워야 할 단계에서 얻은 비법을 독자와 공유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해서 실제로 중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게 된 분이라면 좀 그런 분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또 뭐 애초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중국어에서도 성공했다 식의 성공담은 평범한 우리들한테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우리처럼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 기초 없이 성공했다는 게 뭔가 동기부여가 되어도 되는 거죠.

실제로 읽어 보니 중국어 공부 목적을 딱히 염두에 두지 않아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떤 건 웃음도 나고... 사실 우리는 천 년 넘게 한자문화권이어서 따지고 보면 공통되는 게 꽤 많은데, 중고교 한자 교육이 부실하다 보니 중국어라면 거의 문맹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 책도 간체자이긴 하지만 그 간체자를 알면 상당수가 우리가 익히 아는 단어들인데, 이걸 외국어로 배워야 하는 게 아쉽죠. 그러나 지난 일 후회해 봐야 소용 없고, 생존을 위해 단기 속성으로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배워야 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p162에 보면 우리식 발음으로 호취(입 구 변에 빌 걸[乞] 자를 쓴 것), 중국어로 하오 츠 라고 읽는 단어가 나옵니다. 사실 이 때 취라는 글자는 "니취팔러마?(밥먹었어?你吃饭了吗. 니츠판러마)"라고 우리가 낄낄거리며 외우기도 하는 표현에 나오는 그 글자이기도 합니다. 중고생들이 욕 같다며 막 웃는 그 표현이죠. "판"이 반찬, 혹은 조반이라고 할 때의 그 반(飯)입니다. 아무튼 저자는, 하 입김을 불며 오호츠크해에서 먹는 물고기가 맛있다 라면서, 하오츠 라는 단어가 맛있다는 뜻임을 우리 독자들에게 가르칩니다. 물론 이걸 이해하려고 "오호츠크해가 뭐지?"라며 뭘 막 찾아볼 필요는 없죠. 사실 오호츠크해는 구시대 암기식 교육에 익숙한 세대에게 익숙한 지명이기도 합니다.

玩은 p124에 나오는데, 완구를 가지고 노는 아이 라면서 이 "완"이라는 단어가 "놀다"라는 뜻임을 가르칩니다. 근데 사실 이 한자는 우리말로도 완으로 읽고 실제로 완구 할 때의 그 완 자가 맞습니다. 모든 중국어 단어를 이런 식으로 배울 수만 있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p98에는 快乐이 나오는데, 뒤의 글자를 우리식 한자로 쓰면 樂(락)입니다. 즉 우리말로도 그냥 "쾌락"이죠. 저자는 이에 대해 "크아, 너 쟤 좋아하는 거 다 일러!"라면서, 쿠아이 일러라는 발음을 알려 줍니다. 책에는 물론 성조도 다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저 쿠아이 일러 가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포털의 중국어 사전 페이지를 찾아 보면 나옵니다. 실제로 독자 본인이 발음을 해 봐야, 저자의 우스운 설명이 더 오래 머리에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리 저자가 재미있게 지도를 해도, 멍청하고 게으른 학습자한테 떠먹여 주고 소화까지 대신해 주는 방법이란 없고, 본인이 열심히 해야 성과가 나는 건 당연하죠.

p66에는 "총명"이란 단어가 나오는데,우리식 한자로는 聰明이라 쓰고 저쪽 간체자로는 聪이라고 씁니다. 앞 글자가 더 획수가 적어졌죠. 중국어로는 "총밍"이라 읽는데 저자는 "안중근 의사에게 총을 슬쩍 밈(밀어 줌)"이라고 기억시킵니다. 확실히 이렇게 공부를 해 나가니 (약간 황당하면서도) 재미가 있어서 오래 기억에 남는 게 사실입니다. 한자를 잘 아는 분들이라 해도 중국어 발음과 성조를 따로 기억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애초에 한자 베이스 제로인 채 그냥 이 식대로 몸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맞겠네요. 저자가 실제로 중국어 회화 능통단계까지 간 분이니 말입니다.

p64에는 吃惊이 나오는데 사실 이처럼 한국어 한자와 잘 매칭도 안 되고 발음도 딴판인 경우에는 한자 베이스가 있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惊은 우리 한자의 驚(경)과 같으며, 대경실색이다 경악이다 할 때의 그 경 자가 맞습니다. 현대 들어 생긴 간제차이긴 하나 그야말로 한자의 육서 중 "형성"의 원리에 의해 만든 글자이죠. 저자는 "탈세로 인해 추징된 금액을 보고 깜짝 놀라다"로 의미를 연결시킵니다. 진짜 웬만해서는 안 잊힐 것 같습니다. 발음은 "츠징"인데 앞에서 "밥먹었니(니취팔러마)"에 나온 그 단어가 맞습니다.

p160에는 跟이 나오는데 "뒤따르다"의 뜻이며 이 단어는 한국식 한자와 뜻이 달라진 예입니다. "건달들은 보스 뒤를 따라 움직이다"라는 저자의 설명입니다. 이 한자를 중국식으로는 "껀"으로 읽기에 그로부터 연상을 하라는 주문입니다.

같은 페이지에 告诉가 있는데 우리식으로는 訴라고 쓰죠. 우리가 말하는 그 고소와 뜻이 같으며, 저자는 "얼른 까요, 수를! 알려줘요."라고 합니다. 우리말 "고소"에는 물론 "알려주다"라는 뜻이 없고, 중국어에서만 추가된 거죠. 중국어로도 고소를 "까오수"라고 합니다.

영어도 그렇고 보캐뷸러리 공부할 때는 가장 곤란한 점이, 생각날 듯말듯한 단어가 있을 때 그걸 사전이 아니라 내가 공부한 바로 이 책에서 다시 보고 기억을 되새기고 싶은데 그게 안 될 때입니다. 그런 독자를 위해 이 책에서는 색인을 만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능동적으로 공부를 해야 지식이 자기화가 되니 말입니다.

p204에는 不仅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발음은 부진인데 책에는 "성장부진"으로 뜻을 기억하게 합니다. 이 단어의 뜻은 "~일 뿐만 아니라"이며, 확실히 이처럼 한자를 알아도 중국어 뜻과 연결이 안 되는 표현에는 이런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한자로는 僅이라 쓰는데, "근근히"라고 할 때의 그 한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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