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이노베이션 - 세상을 흔든 한국형 혁신의 미래
이장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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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 산업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라면 당연 K-POP의 선전입니다. 한류 열풍이 일어난지는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만, 트렌드라는 것은 특히 엔터테인먼트계에서는 수시로 바뀌는 것이어서 과연 얼마나 한류가 오래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트 차트 정상에 오름에 따라, 이제 한류는 일시적인 마이너 트렌드가 아닌, 세계인이 즐겨 소비하는 문화 흐름 중 뚜렷한 하나의 지류가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새로운 산업 섹터로의 자리매김이며, 무엇이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공을 가능케 했는지는 분명 경영학의 관점에서 분석될 가치가 있습니다.

책에서는 먼저 우리 한국인이 정작 K-POP에 대해 갖고 있는 온당치 못한 선입견에 대해 짚습니다. 우리도 다들 기억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서 21세기 초에 걸쳐, 갑작스럽게 인터넷 인프라가 확산 보급됨에 따라 그 부작용 중 하나로 불법 공유 문화가 널리 퍼졌습니다. 물론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미국도 냅스터 등의 문제가 심각했고, 중국은 지금도 무법천지나 마찬가지입니다. 여튼 K-POP은 이처럼이나 불리한 여건에서 출발했으며, 현재까지도 정부가 나서서 대중 문화를 보호하는 중국과는 천지차이라 할 만큼이었습니다. K-POP은 이런 걸 보면 거의 자수성가형 산업 역군입니다.

확실히 현재의 한국 대중음악은 1990년대, 그 당시 기준으로 "신세대 문화"라 일컬어지던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당시 음악은 외국, 그 중에서도 미국이나 일본의 댄스 뮤직류를 베끼는 경향이 뚜렷했죠. 그런데 책에서는(또 주류의 평가는) "현재 K-POP은 아이돌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설정한다"고 하여, 어느 나라에서도 잘 볼 수 없는 개성을 띤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뿐만 아니라 현재의 대중음악은 안무나 곡의 완성도 면에서 과거 한국 음악과 비교할 게 아니며, 컨셉을 분명히 잡은 곡의 스타일, 또 아이돌 멤버들의 칼군무와 라이브 가창 실력면에서 분명 진화를 이뤘습니다. "진화"라는 표현은 예전 가수 주현미씨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K-POP은 틈새시장을 공략한, 전략적으로 뚜렷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성장한 산업이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보기에도 해외에서 K-POP을 소비하는 젊은층은, 약간은 기존에 소외되고 주변으로 밀려나 보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K-POP이 이들의 니즈를 매우 정확히 짚고 그들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멋지게 성공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K-POP을 흔하게, 심드렁하게 봐 오던 이들은 정작 이 점을 그저 간과하기 쉽습니다. K-POP의 성공에는 그 나름의 "철학"이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산업의 관점에서 K-POP을 다루니만큼 그 혁신의 중심에 어떤 파이오니어들이 있었는지에도 주목합니다. 이수만, 이호연, 박진영, 방시혁, 양현석이 그들입니다. 이수만은 일찍이 현진영과 와와라는 새로운 컨셉의 연예인을 데뷔시켰으며, 이후의 성공담은 일일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호연 회장은 이 책에 그 경력의 시작이 체육 교사라고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새롭게 얻은 정보였습니다. 물론 카라, 핑클 등을 론칭한 분이며, 그 외에도 "아이돌"이라는 2인조 그룹을, 한국에서는 최초로 (말 그대로) 아이돌 컨셉으로 데뷔시킨 인물이기도 하죠. 다만 이분은 시련이 많아서, 책에도 나오듯이 코스닥 상폐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고인이 되었죠.

K-POP은 결코 평탄한 성장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는커녕 타국도 아닌 본토 한국에서의 푸대접 때문에 오히려 싹도 못 틔우고 말라 죽을 뻔했다는 게 책의 평가입니다. 이 때문에 방시혁은 모교 서울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자신을 키운 게 분노였다는 말도 한 적 있습니다. 그 "분노"라는 게 물론 음악인들을 향한 처우 문제가 원인이라는 뜻입니다.

K-POP은 그래서, 입지를 이만큼이나 다진 현재에서조차, 앞으로 당면할 미래의 도전이 매우 험난하리라 예상됩니다. 보통 산업이 어떤 입지를 다진 후라면 앞으로는 좀 편한 진로를 잡겠거니 기대가 되는데, K-POP은 심지어 그렇지조차 못하다는 뜻입니다. 책에서는 다만 혁신가의 행태와 신세대 프로듀서들이 절묘한 협업을 이뤄, 더욱 질 좋은 산출물을 빚어 감에 따라 미래를 대단히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유연한 혁신의 리더십과 태도는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벤치마킹해 마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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