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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업가 김대중 2 - 이름을 건 약속
스튜디오 질풍 지음 / 그린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이 당시 유럽이나 미국 실상을 담은 기록 영화 같은 걸 보면 여성들이 노출을 최대한 자제한 원피스 수영복에 머리수건을 두른 모습을 보곤 하는데 이 만화에도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차이가 있다면 피사체가 조선, 혹은 일본 여성들이라는 점뿐입니다.
여기서 주인공의 친구 차용식이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 여동생이 차용애씨이며 바로 이분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번째 부인입니다. 이분과는 나중에 사별하게 되죠. 여튼 잘생기고 능력도 좋은 주인공한테 마음을 설레어하는 여성이 한둘이었을 리 없습니다. 게다가 위기에 몰리면 나쁜 놈의 소중이를 걷어차는 임기응변 능력까지 뛰어나지 않습니까? 물론 놈과는 나중에 화해하고 감복까지 시키며 선생님이란 소리까지 들었으므로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ㅎㅎ
차용애씨와는 이 시점으로부터 1년 전, 유달 해수욕장에서 처음 만난 걸로 나옵니다.
"나 원참 이런 촌놈 XX들! 암튼 멋을 몰라도 한참을 모른당께~ 진정한 모던보이는 더위를 타지 않아부러!"
"땀 아녀! 이것은 목포의 눈물이여!"
참고로 유행가 목포의 눈물은 1935년에 발표되었으므로 아나크로니즘은 아닙니다. 이런 디테일까지도 고증이 정확해서 이 만화가 더 마음에 듭니다. 위 대사는 차용식씨의 몫으로 만화에 나옵니다. 주인공은 꽤 근엄한 분인데 설마 저런 말을.... ㅎㅎ
그러나 다음 대사를 보십시오.
"누구라도 뛰어 들었을거야. 당신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위해서라면."
오 이건 마치, 엘리자베스 1세를 위해 자신의 겉옷을 진흙탕에 깐 랄리 경의 고사를 연상케 합니다. 하긴 미인을 얻으려면 이 정도 능청(책 중에 나오는 말입니다)은 부릴 줄 알아야죠.
"X신 같은 놈들이 XX을 한다. 2원이 돈이냐? 그냥 니 돈으로 채워 넣으면 안 돼?"
전도 유망한 조선 청년이 직장에서 윗사람의 굄을 받고 잘나가면 꼭 이런 못난 놈들이 시비를 걸고 음모를 꾸미기 마련입니다. 고발을 한다느니 뭘 일러바친다느니 병X 같은 수작을 부리지만, 그런 돌머리들의 책동이 어디 잘 풀릴 리가 있겠습니까?
주인공은 정치인으로 활약할 당시에도, "외강내유"라는 말을 곧잘 들었습니다. 이는 그와 정반대 진영에 있던 어느 언론인(아주 유명한 사람이죠)이 한 말인데, 이 말만큼은 딱히 악의를 갖고 한 건 아니라고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그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사면복권이 된 후 망월동 묘지를 찾아가 오열했는데, 이 외에도 그는 눈물을 보인 적이 많았습니다. 서러우니까 눈물을 보이는 건 뭐 인간으로서 당연한 감정입니다. 나라를 잃은 청년이 어디 기댈 곳이나 있었겠습니까. 저는 이런 솔직하고 과장 없는 묘사 때문에 이 만화가 더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타게다의 반응을 보십시오.
"야 일어나봐! 기차역에서 나하고 붙었던 그 김대중이는 지금 어디 간거야? 아무리 상대가 많아도 싸웠던 그 김대중은 지금 어디 간 거냐고!"
이 대사는 이후 그의 행적을 보면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사실 한국 역사에서 가장 가망 없는 투쟁을 벌이다가 결국 이긴 인물 아니겠습니까.
"자존심을 밟아 줘야지! 잔인할 만큼 말이야!"
생긴 것도 아주 밥맛 떨어지게 생긴 왜놈이 또 음모를 꾸밉니다.
한편 친구 강남진이 광주에 있는 가네보 공장에 취직하려고 하자, 주인공은 이를 말립니다. 저 1권 중에서도 여성 직공을 착취하는 어떤 시설에 대해 소년이 우려하는 장면이 나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