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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보이
벤 브룩스 지음, 허진 옮김 / 위니더북 / 2020년 7월
평점 :
누구나 어렸을 때는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듭니다. 때로는 꿈 속에서 그 상상의 세계를 즐기는데, 눈 뜨고 일어나면 아 좀 더 머물러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에 간혹 눈물까지 짓곤 합니다. 작가께서는 컨설팅이 본업이신데, 이런 재미있는 어린이 컨텐츠를 창작하신 그 동기가, 읽는 내내 궁금해졌습니다.
때로 그 상상의 세계에서 원치 않던 험한 모험까지 즐깁니다. 이런 모티브를 다룬 영화로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라스트 액션 히어로>가 있죠. 저 영화에서는 캐릭터들도 픽션에서 우리의 현실로 건너오곤 하는데, 그들 역시 "우리 현실의 부조리함"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왜 우리의 상상은 매번 현실이 되지 못하고 의식의 건너편에 머물고 마는지를 생각해 보면 슬프기까지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작가분의 동기 속에 그런 슬픔이 혹시 없는지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이야기는 매우 유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이니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올렉은 문득 현실보다 꿈이 더 재미있어서 잠만 자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p19)." 여기서 아빠는 실직 상태인데 주방 용품 외판원이었나 봅니다. 책 중에서 등장하는 작가는 그 아빠의 엄마,즉 올렉의 할머니죠. 이런 할머니가 혹 곁에 계신다면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로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선생님이 일억원을 준다고 해도 저는 거짓말 안 해요.(p63)"
가상의 세계에 대해 아무리 말해도 현실의 이웃들이 들어 줄 리 없습니다. 1997년 영화 <쥬만지>에서 친구를 보드게임 속 세계로 보내고 혼자 현실에 남은 여자아이는 어른들의 권고 때문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으나 마음의 상처가 나았을 리 없습니다. 중년 여인이 되어서도 그녀는 정상적인 소통과 일상이 불가능했죠. 이런 동화에서는 어린이들이 바로 이 불신, 이 현실에서 새로 생긴 장벽과 "자신만의 진실"을 어떻게 타협시켜 나가는지를 구경하는 게 또 포인트입니다.
"올렉의 아빠는 잠에서 깨는 순간 더 이상 자지 못하는 것에 대해 투덜거렸다.(p88)"
이런 책에서 특히 이런 유형의 아빠는 그리 분량이 크지 않은 게 보통인데 이분은 좀 달라서 간혹 웃겨 줍니다. 사실 저런 처지에 놓은 분들은 마음이 불편해서 불면증에 걸리거나 그리 깊이 못 자는 게 보통인데 ㅎㅎ 아무튼 올리버는 이 세바스찬이라는 아이, 다른 세계에서 왔기에 아직 파스타가 뭔지고 모르는 아이가 몹시 궁금해집니다.
"엠마가 집 정원에서 찾은 건 누군가 울타리 너머로 던져버린 먹다 남은 케밥이 다였다.(p128)"
이 이야기 속에는 이처럼 음식 관련 모티브가 종종 등장하여 재미있는 상상의 원천이 됩니다. 다채로운 음식은 다문화의 상념으로도 이어지고, 아마도 이 책에서 세팅하는 상상의 세계는 "다른 문화권"의 은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발랄한 애드립이나 행운, 혹은 무모한 용기 등으로만 상황에 대처하는 게 아니라 작전을 중요시합니다. 엘리사는 그리고 p166에서 아이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데, 그 도구는 "음식"입니다.
"세바스천은 소행성이 아니라 우리 친구에요(p204)."
2009년작 영화 <스타더스트>를 보면 지구에 떨어진 별똥별은 그저 운석 덩어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여성입니다(배우는 기네스 펠트로). 아이들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 놓은 별들에다가도 의미를 부여하고 "길들일" 줄 아는 존재지요. 이 세바스찬, 파스타가 뭔지도 몰랐던 아이를, 선생님과 이웃들, 또 친구들에게 이해시키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습니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없다면 미래는 우리 손을 벗어나, 대비할 수 없게 된다고(p233)" 어떻습니까? 이 책은 작전, 계획, 이런 것처럼 지금의 욕구와 무관한 어떤 조심성, 대비 같은 미덕을 은연중에 강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자 갚는 속도가 이자 불어나는 속도를 전혀 못 따라가 가난해진, 이제는 코 고는 괴물 같은 올렉의 아빠처럼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거죠. 동화책에 이처럼 현실에 대한 은근한 경고가 들어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작가가 컨설팅 하시는 분이라서 그럴까요? ㅎㅎ
"상상력도 근육처럼, 쓰지 않으면 무뎌진단다."
할머니는 역시 작가답게 올렉에게 이런 충고를 들려 줍니다. 사실, 현실도 정글과 같아서, 상상력이 없으면 그때그때의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지는 수가 많죠. 이 책은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의 효용을, 공부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강조해 주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