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게 말해도 마음을 얻는 대화법 - '할 말' 다 하면서 호감을 얻는 대화의 기술!
후지요시 다쓰조 지음, 박재영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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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쉬운 게 아닌 정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얻는다면 그 사람은 인생과 사회생활 최고의 스킬을 가진 거죠.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제한된 세계에 갇혀 이게 옳다 저게 그르다 아무 말이나 떠들지만, 단 몇 사람만이라도 그들의 마음을 산다면 그 사람은 이미 지존의 경지에 오른 겁니다. 그게 기술 수준에 그치든, 아니면 진정 인격 수양이 된 부산물이든 말입니다.

목소리나 발음이 좋아도 모두 호감형은 아니다(p39). 그렇다고는 해도 일단 목소리, 발음이 좋으면 정말 "일단은" 상대가 호감을 갖는 게 사실입니다. 예전에 어떤 정치인(아주 유명했던 사람)은 "정치인이라면 일단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고 했는데, 본인을 포함해서 본인이 기용했던 후배 정치인들도 다 목소리가 좋았죠.

저자는 "교언영색하는 자 중에 신용할 수 있는 자가 없다"며 논어의 한 구절을 재인용하고(같은 페이지), 말 잘하는 사람은 다 사기꾼이라는 속언도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일본(저자는 일본인입니다)에도 있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지난시절 일본의 속언을 받아들인 건지도 모르죠. 여튼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커뮤니케이션의 원활함을 위해 발성과 발음에 노력하는 건 좋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p40)"라는 겁니다.

다시, 그럼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자는 단언컨대 "기분 조절(p41)"이라고 합니다. 제가 요즘 아주 감탄하면서 본 어떤 여성분이 있는데, 얼굴도 뭐 좀 그렇고 발성도... 분명하기는 하나 그리 드물다 할 만큼 훌륭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알 수 없는 힘, 매력으로 청중을 장악하는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을 읽어 보니 딱 "기분 조절"이란 대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여기서 기분 조절이라 함은, 요즘 이른바 "텐션"이라고 하는, 혼자 들떠서 막 떠들어대는 기세를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활기를 유지하되, 청중과 정확히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의 침착함과 긴장도 그대로 끌고 가는 기술이며, 전 이런 게 단지 기술만 연마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마음의 바탕에, 긍정적이고 밝고 타인과 잘 공감하고, 비틀리거나 어두운 구석이 없는 마인드셋이 있어야 이런 태도,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역시, 평소에 그 나름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던 바를 책에서 다시 만날 때 전폭적인 지지와 공감을 보내게 됩니다. p46이하에서는 그야말로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내용들이 그대로 나와서 참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p48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 의욕이 있다(매사에 임하는 힘이 넘쳐흐른다)

이게 실제로 조직에서 이런 사람을 겪어 봐야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압니다. 이런 이들은 발걸음도 참 사뿐사뿐하고, 눈빛부터가 강한 에너지를 뿜으며, 사람을 척 마주했을 때 벌써 사람을 (기분 좋게) 압도하고 들어갑니다. 머리가 좋다, 외모가 출중하다, 체형이 날씬하다, 이런 게 문제가 아닙니다. 못생기면 못생긴대로 이런 사람들은 신기하게 호감을 얻습니다. 좀 무식해도 상관 없습니다. 여튼 말 몇 마디를 들어봐도 어떤 일에서는 이런 사람 말을 꼭 들어야 일이 전반적으로 잘 풀릴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알지 못할 권위 같은 게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뇌 과학이 없었던 오래전부터 이런 힘을 '기'라고 불렀다(p49)."

대화로 사고가 변하면, 그 다음은 행동의 단계(p56)라고 합니다. 저자는 사업차 미얀마에 자주 방문하는데, 일본 음식 츠케멘을 먹으며 친하게 지낸 현지인 한 분을 통해 수십 명의 지인을 더 교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뻔뻔하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마음을 얻는 방법"을 논하지만, 그 못지 않게 "대화 다음 단계로서의 행동"도 강조합니다.

대화의 목적이 뭘까요? 물론 조직 안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지시를 내리고, 피드백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특히 조직 안에서 대화의 다른 목적을 강조합니다. 그것은,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업(up)시키고, 조직의 목표를 향해 전 조직원이 하나가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대화의 내용 같은 건 별 알맹이가 때로는 없어도 무방합니다. 어떤 대화는 그저 과정을 마치기만 해도 나중에  분위기가 정말 좋아집니다. "모든 요소에 변화가 일어나고, 그 요소들이 합쳐져 나와 타인에게 기분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저자의 말입니다. 기분 변화가 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런 것은 집에서 아이를 지도하는 부모님들도 좀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아이가 숙제를 안했다, 이러면 엄마 입장에서는 일단 짜증이 나죠. 그럼 아주 퉁명스럽고 짜증스럽게 "왜 안 했니?"라며 일단은 타박을 줍니다. 그래서 아이가 지금, 혹은 앞으로는 숙제를 척척 잘하게 되느냐, 애 입장에서는 짜증 한 마디를 들은 외에 다른 효과가 없습니다. 정말로 애가 숙제를 잘 하는 게 목적이고, 내 분풀이를 하는 게 아니라면, 이런 경우에도 "원래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아이는 어느새 학습효과가 생겨, "숙제와 엄마의 주문에 대해 자동으로 부정적인 기분부터 드는"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엄마 때문에 공부가 싫어지면 누가 책임을 져야겠습니까?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그 자체에 일단 거부감을 느낀다고 하죠. 얼굴이야말로 그 사람의 감정 모든 게 다 드러나는 곳인데 이걸 가린다는 건 뭔가 그 사람이 다른 의도를 감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건 문화의 차이이며, 동양인이 구태여 가족에게 "사랑해, 사랑해"를 되풀이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그 마음 다 아는 것과 (그 반대의) 서양 문화가 서로 큰 차이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여튼 저자는, 표정을 통해 자신의 모든 감정을 전달하라고 합니다. 아까 제가 언급했던 그 여자분도, 뭐 딱히 미인이라서가 아니라 얼굴을 충분히 활용해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그 기술이 뛰어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저런 자계서들을 보면 "자신감을 갖고 임하라. 이쪽이 꿀린다는 인상을 주자 말라"는 주문이 있습니다. 자신감이 나쁠 거야 없겠지만, 어떤 사람은 이런 주문을 잘못 소화해서 상대방의 기분이나 상태,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들이댑니다. 이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듣는 사람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이나 하고 이런 유치한 행동을 하는 건가?" 이런 건 자신감이 아니라, 도리어 자신감 부재의 증명입니다. 책에서는 "고객의 자유의사를 어디까지나 존중합니다(p117)"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라야 성공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제가 어떤 아파트 분양을 하던 과장님을 만난 적 있는데, 그분이 꼭 이랬습니다. 만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차근히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며 간간히 기술이 들어오는데 그런 것도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래 고수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일본 저자들의 책을 보면 가끔은 "이게 주제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은 서술도 간혹 눈에 띕니다. 책에서는 특히 챕터 8이하에서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취지는 뭐 분명합니다. 자세가 바른 사람은 타인에게 호감을 주고, (진짜 중요한 건 이건데) 자세가 바르면 그 사람 자신이 기분이 좋아지고 최상의 컨디션에서 일하게 된다는 겁니다. 말하고 행동하는 그 사람 자신이 컨디션 최고인데, 누가 의심을 품거나 비호감 반응을 그리 쉽게 보이겠습니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므로, 뭐 손해 볼 것 없는 이상 우리도 한번 따라해 보는 겁니다.

저자는 아들러의 말도 인용합니다. "상대의 자존감을 높여 줘라. 그럼 그 상대도 당신에게 호응할 것이다." 그런데 뭐 실제로는 그런 말이 안 통하는 상대도 있을 겁니다. 남을 깎아 내려야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사실 이런 사람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대로 "사회에서 만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책에서 가르치는 어떤 정상적인 교훈을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인간을 무시하는 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와 만나 개인적인, 혹은 속한 회사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부터가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에 휩싸인 사람이라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상대방까지 기분 좋게 할 수 있고, 그 다음에 모두가 만족하는 어떤 거래 목적이 달성되는 거죠. 이런 사람은, "뻔뻔하게 말해도" 다른 사람이 기분 좋게 그걸 받아들입니다. 반대로 스스로의 확신이 없는 채 이기적으로 뻔뻔하게 말하는 사람은 그저 불한당일 뿐 어떤 목적도 달성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무슨 기분 풀이를 위해 타인을 대하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볼 일입니다. 애초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사는 사람은 무슨 분풀이를 할 거리가 생기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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