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의 도크 다이어리 14 - 별로 친하지 않은 끈질긴 절친 이야기 도크 다이어리 14
레이첼 르네 러셀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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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크 다이어리 시리즈 열네번째 권입니다. 주인공은 니키 맥스웰인데 아직 나이어린 여고생이며 더 어린, 더 철부지스런 여동생(p11에 "그 정신나간 미치광이"라고 언급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도크"는 일종의 별명이며, 매킨지 홀리스터라는 그녀의 숙적이 (1권에서) 붙이더군요. p126에 이 매킨지 양이 (14권 중에서는) 처음 등장하며 막강한 재력가인 아빠를 배경삼아 니키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p136에는 "악마와의 거래"라는 말이 니키 입에서 나오며, 물론 악마는 매킨지를 가리킵니다. 그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은 p254 이하에서 자세해집니다만 거래가 어찌될지는 이 14권의 또다른 볼거리입니다. 


p13에 플랜 B, 플랜 C가 연달아 실패하여 좌절하는 니키가 불쌍한 모습입니다. 여고생이면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여튼 꼼꼼하게 예비 계획을 마련하는 게 대견하네요. 사실 세상사가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요. 인생이 본래 그렇다고 옆에서 격려라도 해 주고 싶습니다. 농담이 아니고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꼼꼼해서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 양반(트레버 체이스 씨) 정도라면 워낙 바빠서 한 번 통화에 실패하면 저렇게 나올 만합니다. 그래서 제가 예전에 어느 자계서 리뷰에도 썼지만 사람은 사회 생활 기본이 전화 칼 같이 받는 겁니다. 혹 안 되면 확인 즉시 바로 콜백. ㅎㅎ


일이 다 꼬여서 독립기념일 휴일에 니키네는 웰링턴 호수(p40)로 휴가를 떠납니다. 아빠도 이 14권에서 큰 분량은 없지만 코믹한 소동 때문에 인상은 강하게 남고요. 엄마는 언제나처럼 무심하고 그렇습니다. 호숫가에서 멀지도 않은 지점에서 그리 큰 소동을 겪는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ㅎㅎ 뒤 p101 이하에서는 니키의 남친 브랜든까지 불러 음식을 해 먹이는데 그리 성공적이지도 않으면서 전부 자기가 다 했다고 생색은 오지게 냅니다. 과연 엄마가 해 주는 미트로프가 맛있었을까요? 브랜든은 워낙 착해서 맛있게 먹었을 것 같습니다.


맥스웰이라는 성씨는 이 14권에서는 p58에 처음 나옵니다. 독립기념일에 맥스웰 가족이 겪은 봉변은 사실 7월 4일 하루에 몇 시간 잠깐 겪은 사건이지만 이 일기책에서는 3일에 걸쳐 서술됩니다. 물론 거기 콜로라도의 호수가 아주 큰 곳도 아니고 3일 간 표류할 수도 없으며 그 정도 긴 사건이었으면 인명 피해(....)가 컸겠지요? p65엔 손뼉을 치다 언니를 떨어뜨리는 브리아나의 철없음이 코믹합니다. 발로 바퀴 같은 노를 저어 운전하는 배는 독립 초기 미국에서 패들러 휠이라고 해서 영화 같은 데서 종종 보는 풍경 중 하나죠. 얼마나 낡았으면 바퀴에 걸린 걸 빼는 도중 바닥이 뽀개질 정도니...


p72에 다시 트레버 체이스씨를 만나는 대목에서 세상 참 좁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장르에서 이 정도 기막힌 우연의 일치야 일도 아니라서 예상이 좀 되긴 했지만 너무했다 싶었습니다. 


이 14권은 가상의 보이그룹 "배드 보이즈"의 라이브 행사에서 무려 니키의 친구들이 (아직 밴드 이름도 결정 안 된 판에) 오프닝 공연을 벌이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배드 보이즈는 전세계가 알아주는 아이돌인데 그 선망하던 연예인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게 어디인데 아예 공연까지 한 무대에서 한다는 게... 이런 판타지는 사실 이 또래 여학생들이 마음 속에 언제나 품곤 하죠. 현실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말입니다.


근데 꿈이 결국 이뤄지는지는 모르지만 방해꾼은 도중에 어지간히 등장하게 마련입니다. 체이스 씨가 소개하는(p147) 빅토리아 스틸은 니키들이 익히 아는 순악질 여성, "드래곤 레이디"입니다. 전직 올림픽 피겨 스케이터 금메달리스트라는 게 실제 인물 토냐 하딩을 잠시 떠올리게도 하네요. 이 빅토리아 스틸이, 니키에게는 천하의 앙숙인 매킨지 양과 다시 콜라보(?)를 이루니 원수는 과연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나 봅니다.


p153에는 "천박, 무례, 이기적이고 버르장머리없"다며 온갖 악평이 쏟아집니다. 하긴 이런 인간은 어느 커뮤니티에나 꼭 있게 마련입니다. 역사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건다거나 말이죠. 그나마 매킨지는 아빠가 부자이고 친구라도 많지만, 가망 없는 루저(p122)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여튼 p177에서 맥킨지는 다시 등장하며, 니키는 생각지도 못하게 스틸 아줌마와 한패가 됩니다. 저 앞 p137에서는 "가뜩이나 No라고 말한 (체이스 씨)..." 이라고 하는데 이때만 해도 니키는 자기가 매킨지한테 선심이나 쓸 수 있는 처지라고 착각했던 거죠. 그런데 스틸 아줌마는 체이스 씨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 매킨지와 손을 잡았으니... 


이 14권은 배드 보이즈를 향한 열렬 팬심이 묻어나는 일종의 헌정 일기입니다. 그래서 곳곳에 배드 보이즈를 소재로 한 심리 테스트가 나오는데, p116 립글로즈, p106 파티 드레스, p96 데이트, p94 favorite, p163 생파 아이템 등이 소재로 나옵니다. 저자가 아마 이 나이 또래 딸을 두고 있기에 가상으로 이렇게 절절한 팬심이 묻어나는 아티클을 양념으로 쓸 수 있었겠습니다. 


p91에는 "끈끈한 우정"에 대해 길게 말이 이어지고, p104에는 장난스럽게 "진흙"이 등장하여 심상이 연결되는 느낌입니다. 


p82에도 "실은 아직 결정 못했어요"가 니키네 밴드 이름으로 나오고, 책 저 앞에도 "밴드 이름을 결정 못했다는 고민"이 몇 차례 언급됩니다. 반대로 매킨지는 "맥스 매니악(p120)"이란 이름을 자기 밴드에 일찌감치 결정했었죠. 


p31에는 배드 보이즈 맴버 중 하나로 빅터 첸이 나옵니다. 그림만 봐서는 백인으로 보이는데 사실 첸(陳)은 미국에서 중국계의 흔한 성씨이죠. 중국 표준어로는 "천"애 가까운 발음이지만 미국인들은 "첸"으로 발음합니다. 한참 뒤 p191에 그의 문제 많은 인터뷰가 나오며, 이 때문에 p195이하에선 서로 싸우기까지 합니다. p225에 보면 그가 "가장 키가 크고 건장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모르긴 해도 동아시아계는 아닌 듯하네요.


p183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어쩌구는 미국인들이 흔히 하는 농담투인데, 재미있어서 잠시 인용해 보면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는 게 좋은 소식"이며(?), 나쁜 소식은 "그게 착각이었다(즉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 농담이 너무 재밌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그건 뭐 니키 입장에서는 저 웬수덩어리 매킨지에 관한 사연이구요. p286에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나쁜 소식, 좋은 소식'이 나옵니다. 


"(모든) 십대들의 꿈(p200)"이라는 배드 보이즈에게 "너희 셋은 모두 재능이 엄청나구나!"라는 칭찬(p207)을 들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습니까. p208에는 배드 보이즈가 니키 밴드 이름을 아예 "소녀들이 세상을 지배하다"로 지으라고까지 하네요(공룡도 아니고). p221에는 FFF 코드라는 게 나오는데 이게 뜻이 frenzied fan fainted라고 합니다. 이런 건 정말로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현장 용어로 쓰이는 말이 아닌가 싶게 실감이 났습니다. 


저 나이 또래 틴에이저들에게는 벌점이 중요하겠죠. p140에는 블레인 씨가 "10점이면 퇴출"이라 규칙을 정하는데 한참 뒤 p260에는 그 드래곤레이디와 매킨지가 별점 규칙을 정하기까지 합니다. 10대 소녀들에게는 여튼 지구가 자기들 중심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갑자기 멤버들이 실종되자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며 니키는 자책하는데 설마 그렇겠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몇 페이지 더 넘어가니 니키 말이 맞더군요! p235에는 "배드 보이스에겐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오로지 우리에게만 시선을 줄" 거라며 자기들끼리 농담하고 긴장을 푸는 대목이 있습니다. 반면 p287에는 멤버 실종을 놓고 트레버 초이스 씨가 "모든 게 내 잘못"임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결국 결말은 권선징악입니다. 남친은 니키에게 머물고(애초에 브랜든은 매킨지처럼 못된 아이한텐 관심도 없었죠), 센터는 무사히 잘 운영하게 되며, SNS에는 매킨지 아닌 니키가 잔뜩 올릴 사진과 글감이 생깁니다. p14에 "내 인생은 왜 이리 거지 같냐!"며 한탄하던 니키는 마침내 승자가 되는데, 사실 이 모든 게 이리 잘 풀리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이죠. 어쩌면 모든 게 18세 니키 맥스웰의 행복한 판타지가 아니었을까 싶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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