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지도 - 돈 되는 아파트만 골라낸 특급 답사기
이재범 지음 / 리더스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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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몇 년 전에 읽었던 책 중에 <지금 중국 주식에 투자하면 10년 후 강남 아파트를 산다>라는 게 있었습니다.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뀐 지금, 강남 아파트가 얼마다 중국 주식이 얼마다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성공을 가름하는 하나의 척도가 "강남에 아파트 보유 여부"라는 점이 새삼 두드러졌다는 겁니다. 중국 주식에 대한 전망은 많이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강남 혹은 서울에 아파트를 갖는다는 것의 의미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듯합니다.

이 책은 현실적으로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나름의 전략, 혹은 지금은 낮은 가격을 형성하나 앞으로 크게 뛸 만한 유망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눈여겨 봤던 아파트들이 있다면 구체적 전망은 어떠한지, 혹은 엄두도 못 냈던 곳이지만 의외로 파고들어가 볼만하다든지 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게, 사진과 더불어 자세한 분석이 담겨 있습니다. 복잡한 말이 없고 직관적으로 간단하게, 그러면서도 상세한 안내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p41에도 나오듯 성북구는 잘사는 사람들은 잘사는 부촌이지만 안 그런 곳은 주거 조건이 아주 열악합니다. 성북구뿐 아니라 강북에는 이런 곳이 많으며, 한강 이남의 동작구 흑석동 같은 곳도 마찬가지죠. 성신여대, 한성대, 고려대, 동덕여대 등 대학교들이 많이 자리한 게 성북구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특히 길음동을 두고 "성공적인 뉴타운이 정착한 곳"으로 평가합니다. 좋은 점은 젊은이들이 자주 왕래하는 상권 형성이 여튼 가능하다, 나쁜 점은 도심으로 직행하는 노선이 없다(비록 대학교 이름을 딴 전철역은 많지만)고 하는군요.

책에서는 갭을 세심하게 따집니다. 갭이라 함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인데, 이론적으로는 둘이 같아야 정상이지만 한국 주택 시장에서 여지껏 그런 적이 없다가 극히 최근에 들어 "정상" 패턴을 찾아가는 중이죠.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가격이든 뭐든 이론의 값에 수렴하는 법입니다.

책에서는 특정 연도와 현재의 가격을 살피며, 투자 수익률이 얼마나 되었는지도 따집니다. 하긴 지금은 당연하다는 듯 이걸 따지며, 이게 익숙지 않은 분은 예전 생각에 아직 머물러 있는 거죠. (주식도 마찬가지구요) 1998, 1999년 기준 돈암삼성은 2억이 올랐고 갭은 8천입니다. 인근 다른 곳은 갭도 별로 없고 1억 3, 4천 정도가 고작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를 저자는 역에서부터의 거리 때문으로 정리합니다.

중랑구를 보면 지나가는 노선이 6, 7호선인데, 이곳의 중심인 상봉역은 "서울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것이라 거주하는 이들에게는 직주근접의 효과가 별로 없다(p76)"고 합니다. 노선의 "직주근접"은 이 책에서 핵심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저자는 "그런 만큼 대체로 조용하고 아이를 키우기에는 좋다"고도 하네요. 이런 직관적인 설명도 현장에서 고도의 감을 키운 저자의 지나가는 듯 한마디이므로 의외로 이런 부분에 신경 쓰이는(꽂히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중랑구에는 목동이 아니라 묵동이 있는데, 묵동아이파크는 산책 코스가 좋고 "7호선의 위력 덕에(p83)" 최근 2억 2천(1년 6개월 동안) 올랐다고 합니다.

미주아파트는 강북에서 유일하게 강남권 고급 아파트와 견줄 만한 곳으로 꼽혔었죠. 오래된 곳으로 갭이 크고, 아직 재건축에 대해 확정적인 말이 없긴 하나 저자는 이곳이 여전히 투자 대상으로 매력적이라고 합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매우 잘되었고 가장 적은 평수가 86㎡일 정도(p98)"라고 하네요.

성동구에 대한 저자의 말은 "서울 주요 지역에 가기 편리한 위치에 있는 거의 유일한 구(p112)"입니다. 요즘 괜히 뜨는 게 아니죠. 또 서울숲트리마제는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고급 아파트의 상징이죠. 여기서도 교통 입지 요건이 중요한데 1996년 입주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숲삼부가 행당 일대에서 가장 비싸다고 합니다. 이유는 딴 게 없고 왕십리역의 위치 때문입니다. 전 여길 우습게 봤는데 역시 뭘 모르면 용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84㎡ 기준 11억 8천이라고 합니다. (2020. 10)

역세권이 아니면 숲세권(...)이라도 바라봐야 하는데 버티고개역 등 교통도 편하면서 여러 조건이 좋은 곳이 신당동 남산타운이라고 합니다. 서울에는 왠지 그 동네 소속이 아닌 것 같은 곳이 몇 곳 있는데 저자도 "이곳은 왠지 신당동이 아닌 것 같다"고 하네요. 약수옆 옆에는 약수하이츠가 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투자금을 고려할 때 생각보다 가격 상승이 크지 않고 갭도 크다. 그러나 더블 역세권임을 유의하라"고 합니다. 오히려 이런 곳을 찾아들어갈 필요가 있는 분들도 많을 테고, 장점이 새로 발견되어 입소문이 나면 "가격은 합리적으로 바뀌겠죠(제 생각)."

본래 투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성공이든 실패든 하는 거고 그 중에 내공도 쌓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책 저 뒤 p191로 가면 저자가 이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 단톡방에 좋다고 소문 나면 그때부터는 누가 먼저 사냐의 게임인데 이땐 이미 늦었다는 겁니다.

용산구의 이촌동은 사실 쳐다볼 엄두가 안 나죠. 1971년(!) 입주한 한강맨션(이름부터가... 사실 이런 건 일본 영향이었습니다)은 "도로에 맞닿은 일부 동에 상가가 형성되었는데, 이걸 놓고 권리금을 재건축 시 인정할 것인지가 어려운 문제(p153)"라고 합니다. 2020년 1월 전용면적 101㎡이 26억(평균)이라고 하네요(같은 페이지).

막간에 저자는 유용한 팁 하나를 소개합니다. 돈이 충분치 않으면 매매가가 낮은 것만 찾다 말곤 하는데, 상승기에는 대체로 상승률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럼 싼 아파트보다는 고가 아파트가 당연히 수익금이 큽니다. 저자가 이런 충고를 하는 건 요즘 유행하는 갭투자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전세 대출이 가능할 때(아니면 내가 입주자를 구해 전세금을 받아서), 실제 내가 얼마를 가졌는지만 고려에 넣으면 된다는 거고 괜히 고가아파트라고 해서 겁을 먹지 말라는 뜻입니다.

왜 한국인은 아파트를 선호하는가? 사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관리의 편차가 그나마 가작 적은 게 아파트이고, 한번 주거의 패턴이 이리 대세로 형성되고 보니 환금성이나 가치 척도 면에서 객관적이고 편합니다. 획일적이라 해서 언젠가는 극복될 양상이 아니고, 저자는 아파트 기술이 더욱 고도로 발달하여 이대로 쭉 갈 것이라고 합니다. 하긴 국토가 좁다 보니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고 말이죠.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욕망의 집합체"이며(이는 예전에 어느 인문학자가 비판적 뉘앙스로 한 말이지만), 더군다나 "실거주와 투자를 함께 만족시키는(p163)" 거의 유일한 수단이니 말입니다.

"동대문은 동대문구 아닌 다른 곳에 있고, 서대문구에는 서대문이 없다.(p179)" 성북구에도 대학이 많지만 이곳은 좀 더 유명한 대학들이 들어섰으며, 또 더 화려한 소비 패턴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비슷한 곳에 세워진 아파트 중 어떤 곳이 가장 많이 올랐을까? 저자는 자문자답하면서 "가장 신축, 대단지, 84㎡ 세대수가 많은 곳(p184)"이라고 합니다.

은평구는 과거 주거 조건이 열악하기로 유명했지만 현재는 뉴타운이 많이 들어서서 이미지가 예전 같지 않죠. 그러나 교통 요건은 대체로는 여전히 좋지 못합니다. 특히 유명했던 데가 진관동, 불광동인데 그나마 이 일대에선 녹번역으로 잘 통하는 응암동이 유망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특히 일시적인 가격에 현혹되지 말고, 언젠가는 장점이 발견되어 제 가격을 찾아갈 곳을 잘 보라는 게 저자의 주문인데 그 대표적인 예가 불광롯데캐슬이라고 합니다. 역에서 가장 가깝고, 이제는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된 곳.

영등포는 과거 주거지로서 위신이 대단했으나 현재는 여의도와 여의도 아닌 곳 사이에 편차가 있는 편이죠. 다만 더블 역세권으로 가치가 높아진 당산, 그 중에서도 저자는 당산2가현대를 꼽습니다. 이곳은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대림동 때문에 근래 이미지가 바뀌기도 하는데 그래서 영등포구가 서울에서 가장 "글로벌"한 곳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게 비꼬는 말인지는 각자가 알아서 판단하겠죠.

동작구는 근처 지나가 본 분들은 알겠지만 교통 요건이 참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발전이 빠르다고 못 하는데 저자는 노량진 고시학원가 등 입지를 전반적으로 저해하는 요인 상주(가난한 학생들이 밀집 거주), 태평백화점 등 쇼핑 시설 부족(여기가 어딘지는 근처 사는 사람이라야 알 겁니다) 등을 꼽네요. 앞에서 제가 흑석동이 잘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이들 편차가 크다고 했는데 현재는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같은 상징적인 고가 아파트 때문에 그런 추세가 더한 듯합니다. 저자는 "흑석동은 (이미) 강남을 꿈꾼다"고 합니다. 그래도 원 거주자들이 그리 큰 보상을 못 받고 떠났죠.

방배동, 서초동은 서리풀 터널 때문에 안 그래도 잘 살던 동네가 더욱 각광받습니다. 삼풍아파트에 대해 저자는 "부모님들이 결혼한 자녀를 같은 아파트에 살게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평합니다. 또 저 강남구로 넘어가면 한보은마, 한보미도, 선경 등 전국민이 다 아는(?) 화제의 아파트들이 등장합니다. 이 파트는 제가 배도 아프고 마음도 쓰려서 더 자세히 못 읽겠더군요.

책은 2020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쓰여 있지만 지금이라도 공부하려는 분들에게는 이 책을 딱 기본서로 삼아 개념을 잡고, 이후 변화무쌍한 시황을 따라잡는 식으로 공부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이런 책을 볼 때 주의해야 할 건 가치 투자입니다. 어느곳이 좋다더라는 식으로 남을 따라가면 맨날 상투만 잡다가 끝납니다. 교통입지, 세대수, 전용면적 비율, 숲 등 주거조건을 복합적으로 파악하여 "진짜 가치"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낮아도 나중에 오를 수 있고, 지금은 거품이 끼지만 나중에 폭락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일시적 가격 왜곡에 항상 조심해야만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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