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 10년 후 미래가치에 주목하라 - 서울, 수도권, 지방까지 한눈에 읽는 부동산 투자 지도
박합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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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 무엇이든 그것의 미래 가치를 통찰할 수만 있다면 투자는 성공이겠습니다. 종래 한국에서 부동산 투자라고 하면, 유력한 소식통에게서 습득한 확실한 정보 따위가 거의 유일한 원천이고 동력이었습니다. 찜질방이든 미장원이든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아무개에게 얻은 소식"에 의해 동네가 들썩이는 모습을 보면 우습기도 하고 우려스럽기도 했죠. 한편으로 그래서 인맥이 중요하고 누구하고 어울리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였는데, 지금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투자의 동인이 타당하건 아니건 간에, 대세가 그를 원인으로 삼아 움직인다면 그에 따르는 게 순리입니다. 그러나 많은 (게임)참여자들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끝에 움직인다면 이제는 그를 따라야 손해 보는 투자를 면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KB국민은행에 31년 동안 근무한 PB라고 합니다. 금융 상품이야말로 감이나 대세 따위에 의해 의사 결정을 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금융 상품을 다루는 마음가짐과 기술로 부동산을 다룬다고 하면 뭔가 일단 믿음이 생깁니다. 책 서문에 보면 "... 2020년 4월을 기준으로, 도쿄 맨션과 서울 아파트의 가격은 일부 역전 현상을 보이고도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지표 하나만을 보고 일본의 경제력을 한국의 그것이 앞질렀다는 식의 단정은 대단히 섣부르겠으나, 적어도 고급 부동산 자산의 경우 선진국 시장의 논리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겠다는 짐작은 충분히 허용되겠지요. 물론 저자는 "... 최근 2, 3년 동안 급등세의 결과이며 진정(적정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미래가치 분석"을 통한 접근법이 더욱 유효해지는 시점입니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의 현황과 장래를 분석함에 있어 일본의 추이를 참고삼습니다. 고령화 추세, 인구의 도시집중현상, 부동산 버블이 끼는 과정 등이 일본과 비슷한 점도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자는 세번째 요소인 버블화 과정이, 우리는 경기 침체 극복 과정, 저쪽은 초호황 경기에서의 부작용에 기인한다며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도 지적합니다. 또 일본의 현재 골칫거리인 "빈집 현상" 역시 한국에서는 여러 이유를 들어 나타나기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입니다. 이제 한국은 성숙기에 달한 준선진국인 만큼 독자적인 경로로 늙어갈 수도 있겠죠.

"1주택자가 최고의 투자다." 국가에서 1주택자를 보는 시선은 "실수요자"라는 거죠. 따라서 취득 과정에서도 우대해 주며 절세도 여러 방법으로 가능하고 고가주택의 처분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저자가 권하는 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1주택자로 살면서 여러 이점을 누리라"는 겁니다. 이제는 물건(주택) 소유 외에 "권리"에도 여러 제약을 가하는데 이를테면 분양권 역시 1주택 소유에 준하는 취급을 하는 데에도 유의하라고 하는군요. 1주택자에 대한 통념은 "설령 가진 1채 가격이 올라 봤자, 남들 오른 만큼만 올랐으니 결국 제자리"라는 건데, 저자의 말은 "인플레이션 하에서 자기 자산은 제 가격에 방어했으니 적어도 무주택자보다는 훨씬 낫다"입니다. 저자는 "주택 시장 가격 안정에 기여하며 1주택자로 살기" 같은 표현을 쓰는 걸로 보아 공공 복리 측면을 중시하는 분 같습니다.

투자 대상으로서 저자가 보는 오피스텔의 중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파트보듯 평당가만을 보지 말고 반드시 전용률을 함께 계산하라(대개는 50% 아래임을 주의), 둘째 주거전용 목적 매입일 경우 소음 등 여러 요인을 반드시 고려할 것, 셋째 떨어지는 환금성,  넷째 상업지구에 건설되는 게 보통인 만큼 세제상 불리함, 다섯째 관리비와 주차 문제, 특히 주차장이 넉넉히 확보 안 된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 것 같습니다. 저자가 보는 오피스텔의 현재 가치는 비관적인 편이고("삼중고에 시달린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미래가치 역시 그닥 낙관적이지 않으나 향후 주자창 등 부대시설 개선으로 트렌드가 바뀌겠으며 무엇보다 1~2인 주거 공간으로 환골탈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유는 여전히 비싼 소형 아파트의 가격 때문에 그 대안으로 남는다는 거죠.

요즘 마용성이란 말이 자주 들리는데 결국은 한강 유역이라는 입지 조건과 관계 있습니다. 용산은 10년 전부터 개발 붐이 일었고 이 추세가 마포와 성동구까지 옮겨가는 것입니다. 다만 저자의 지적에 따르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가 개발의 가장 큰 장애 요소이며, 이들의 지하화가 중요 변수인데 "지하는 지하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한강의 관광 요소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면 이 일대 부동산의 전망은 장밋빛이리라는 거네요. "한강 자체를 개발하는 상징적 브랜드로서 노들섬 오페라하우스"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럼 자연환경의 보존은 어쩌느냐, 저자는 한강 같은 천혜의 호조건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하는데 이 방치라는 낱말에 큰 함의가 들었다고 봅니다.

서울 강남권의 승승장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권역별로 변화는 어느 정도는 불가피할 듯한데 저자는 이미 개발이 완성되다시피한 둔촌과 더불어 고덕지구를 강동구의 양대 산맥으로 봅니다. 잠실 역시 조망권 아파트로서 가치가 크며 다만 "한강변에서 봤을 때 병풍처럼 늘어선 30층대의 획일성"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하네요. 개포 일대도 여전히 좋으나 전철역에의 접근성 면에서 우성, 선경, 미도, 은마를 도저히 넘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럴 것도 같습니다. 전철역에서 딱 내렸을 때 바로 나오는 그 입지란 하다못해 작은 편의점. 허름한 2층 상가 건물까지도 돋보이죠. 재개발만 되면 그냥...

GTX 노선 개통이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책에서도 이를 비중 있게 다루는데 서울역, 청량리역, 삼성역 등의 환승역 중심으로 분석되네요. 서울역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용산역은 배후의 국제업무지구 덕분에 더 주목받게 되는 입지입니다. 청량리역과 더불어 광운대역, 창동역이 "GTX C노선의 삼총사"로 주목 받습니다. 특히 청량리역은 "기존의 경강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1호선"으로까지 연장되었으며, 지금까지는 호남선의 서울 방면 종점 기능을 용산역이 수행했으나 앞으로는 동북 방면 종점이 청량리역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노선 부족을 이유로 국토교통부에서 반대하는 게 장애 요인이지만 실현된다면 대중 교통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셈입니다.

장을 바꿔서 챕터 3에서도 GTX는 여전히 중심 화두입니다. 최근 정책의 실패로 일산 일대의 부동산가가 폭락했습니다만 이번 선거에서도 정부여당 후보들이 이 일대에서 모두 당선되는 등 기존의 판도가 유지되었습니다. 원인은 여럿으로 분석 가능하지만 주민들이 결국 GTX A노선, 그리고 킨텍스역에 대한 기대를 유지한다는 뜻도 됩니다(또 뭐 주택보유자와 임차인[전세입주자]의 이해 관계 상충이라든가...). 용인, 화성, 동탄 역시 대규모 신도시 개발로 기대를 모으는 지역이죠. C노선의 중핵은 수원인데 저자는 분당선과 강남권과의 접근 용이도를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아파트 가격은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1) 공급 부족 2) 저금리 기조 지속에 따른 유동성 증가 3) 일반 매물 부족 등을 꼽습니다. 다주택자 중과, 임대 사업자 등록 유도 등 정부가 여러 정책을 펴는데도 왜 이럴까요? 답은 양도소득세 중과(重課)입니다. 팔았다 하면 세금 폭탄을 맞을테니 일단 보유하고 보는 겁니다. 저자의 제안은 일단 양도세 중과 정책을 풀어서 매물이 많이 나오게 해야 한다는 거네요. 그럼 신규 보유자의 진입은 어떻게 막을 거냐. 취득세 인상과 (전국) 분양권 전매 제한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부동산 시장에의 자금 유입을 막으려면 궁극적으로는 금리를 올려야 하겠으나 이건 여러 다른 제약 때문에 정책 당국의 옵션이 될 수 없습니다.

대략 1년 전에 3시 신도시 발표가 났고 공급과잉이다, 특히 2기 신도시 지원 공약도 아직 이행되지 않은 판에 부실 정책이다 등등 비판이 많았습니다. 당시 일산에서의 민심 이반 추세도 두드러졌었죠. 그런데 저자는 이 책 전체에서 "여전한 수도권에서의 공급 물량 부족"을 대전제로 삼고 분석하는 중이며, 이런 관점에서라면 "3기 신도시로 인한 공급 과잉"이란 비판은 터무니없어 보일 겁니다(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안타깝다"는 거죠). 파주 운정, 양주는 GTX 개통 이후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나아진다고 하며, 사실 검단 신도시의 경우 실패작의 대명사처럼 그간 여겨졌으나 저자는 정반대로 "2020년 3월 기준 미분양은 거의 없어짐"이라고까지 합니다(p255). 평택에서는 고덕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저자의 일관된 관점은 "실수요자 중심"입니다. 사실 신도시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되어가는 모양새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서 시장의 전망(이라고 우리가 생각한 것)이 틀린 건가 하고 갸우뚱해지는 면이 있었네요. 이 책을 읽고나서 적어도 그런 의문 몇은 해소되었습니다. 부동산 투자 결정에 있어서 한 가지 말만 듣거나 특정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대세로 통하는 의견에만 치우치지 말고, 특히 이런 전문가의 체계적인 제안을 들어 봐야 한다는 걸 절감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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