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데이 (대형 지도 + 할인쿠폰 증정) - 2020-2021년 전면 개정판 Terra's Day Series 1
전혜진.윤도영.박기남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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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때문에 당분간은 여행도 갈 수 없고 갈 마음도 안 나는 게 사실이지만 병이 인류를 절멸시킨 적은 없습니다(없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거고요). 이 병도 언젠가는 잦아들 것이며 백신과 효과적인 치료제, 병의 기전과 특성도 속속 규명될 것입니다. 그런 후에 우리는 다시 세계의 각종 신기한 풍광을 찾아 즐겁게 여행을 떠나겠으며, 그때 첫손에 꼽힐 만한 여행지라면 누가 뭐래도 이탈리아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는 전에 한 번 다녀온 적 있는데 북부와 중부, 남부의 문화와 풍광이 워낙 달라서 한 번 여행으로는 견문을 채웠다고 도저히 말을 못 합니다. 넓이는 한반도에다가 다시 남한 정도의 넓이를 하나 더 붙인 정도이고, 인구는 육천만이 넘는데다, 역사가 뿌리 깊고 그 발달시켜 온 문화가 풍성합니다. 그래서 독일의 문호인 괴테도 이탈리아 기행을 통해 그 시야와 비전, 원대한 문학관을 완성한 바 있습니다. 한국인들을 비롯 동아시아인들도 무척 선호하는 여행지입니다. 그래서 이탈리아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정말 책 한 권은 "뗀 후에" 갖다오든지 해야 그 참맛을 알 수 있겠네요.

일단 책을 펼치면 놀라게 되는 게, 책 앞에 붙은 지도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몇 장 사진을 찍어서 이 독후감에 첨부하고 싶지만(보여 드리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를 떠나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작품을 함부로 찍는 자체가 망설여졌습니다. 지도는 요즘 앱이나 인터넷 이미지 파일로 얼마든지 있지 않냐고 한다면 대단히 틀린 생각입니다. 표준적인 축척도는 물론 차고 넘치지만 여행자들을 위한 맞춤형 목적도, 주제도는 매우 드물죠. 정말 여행, 그것도 이탈리아 여행에 환장한 분들이라야 이런 지도를 만들겠다 싶었습니다.

p54에 일정표가 나오는데 이런 스케줄은 물론 사람에 따라 다 달리 정해집니다만 알찬 여행이 되려면 계획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이 표만 봐도 "전에 내가 다녀온 여행이 얼마나 부실했는지"가 절로 반성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일정표는, 이 책 중의 다른 페이지를 refer하여, 꼼꼼하게 검토해야 할 바를 두 번 세 번 챙기게 도와 줍니다.

구경도 구경이지만 가능하면 알뜰하게 여행을 하는 편이 낫습니다. 만약 법제를 잘 알아서 아낄 수 있는 돈이라면 칼 같이 챙겨야 마음이 더 후련하죠. 책 p40에는 세금 환급 받는 방법이 나오는데, 유럽은 여러 나라로 이뤄졌지만 크게는 EU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괜히 이탈리아 떠날 때 우왕좌왕할 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머무는 EU 국가"에서 절차를 밟으라고 합니다. 물론 이탈리아에만 다녀오는 여행이라면 이탈리아 안에서 해결해야겠죠. "세금 환급 신청 전에 무심결에 출국 절차를 마쳤으면 이후 환급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점, 꼭 유념해야겠습니다.

외국 갔다 오신 분들은 (그게 유럽이라고 해도) 한결같이 IT 부문의 불편함을 투덜대는데 이건 한국이 관련 인프라가 워낙 잘된 탓이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꼭 이탈리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지만) 로밍 서비스시 주의할 점, 유심 카드를 현지에서 살 때 신경 쓸 점(가격은 국내가 조금 싸다고 합니다), 특히 이탈리아 한정으로 "도둑이 많다"는 점도 유의하라고 합니다.

p124에 보면 로마에서 이탈리아 각 도시로 가는 데까지 시간이 나오는데 이런 거 하나도 참 보기 좋고 이쁘게 꾸며 놓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구글에다 치면 몇 시간 걸리는지 교통편이 어떻게 되는지 다 나오지만 여러 옵션을 염두에 둔 사람한테 이렇게 한눈에 보여 주는 건 편의의 깊이가 다릅니다.

p153에는 콜로세움 소개가 나옵니다. 물론 소개가 없어도 여길 모르는 사람은 (초등학생 포함해서) 한 명도 없겠지만 이 책은 페이지에 여백도 없이 빽빽하게 정보를 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도 편집이 깔끔하고, 독자가 뭘 챙기고 신경 써야 할지 온갖 친절한 팁이 다 나옵니다. 이탈리아 여행 안 가도 책 보는 자체가 그저 즐겁습니다. 관람 순서, 패스(입장권) 구입시 어떤 옵션이 있는지 참 자세하기도 하네요. 콜로세움은 현지어로 "콜로세오"라는 것도 다시 상기시켜 줍니다.

비너스는 밀로의 비너스만 있는 게 아니라(그리스가 아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죠), 책 p167에 나오듯 카피톨리노의 비너스도 있습니다. 로마는 고대 로마 제국 시기 "세계(서방에 한정되나)의 수도"였으므로 온갖 진귀한 기념물들이 다 있죠. 카피톨리노 자체가 수도를 뜻합니다. 로마에 특이하게 "베네치아 광장"도 있고,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를 기념하는 조형물도 있는데 이는 1871년 드디어 사보이아 왕가가 반도 전역을 거의 다 통일한 사실을 기리기 위함입니다. 그토록 유구한 역사의 이탈리아이지만 정작 통일 국가가 된 건 채 150년 정도가 될 뿐이니 아이러니컬합니다.

민박은 한국에서도 큰 문제가 되는 이슈입니다. 저 경기도 외곽으로 가면 온갖 이름으로 민박집들이 영업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불법이고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는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로마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가 봅니다. 책은 정말 여행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잘 풀어 주는데, p250 오른쪽에 이 점이 자세하게 나옵니다. 여행자 입장에서 이런 정보가 참 요긴할 수밖에 없습니다.

p371. 좀 위로 올라가면 피렌체, 플로렌스가 나오는데 이곳 역시 도시국가로서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고장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창녀인데 전승에 의하면 예수 사후 사막에서 금욕 생활을 했다고 책에 나오네요. 바로 도나텔로의 유명한 조각상을 두고 붙은 설명입니다. 이처럼 이 책은 인문적 설명이 생각 외로 자세해서 인문 공부가 저절로 될 만큼입니다. 이 사막의 회개한 창녀 컨셉은 이후 아나톨 프랑스의 단편 <타이스>에 쓰였고 마스네가 이를 바탕으로 작곡한 게 그 유명한 <명상곡>입니다.

한국의 여행자들이 잘 모르는 장소도 있는데 저 피렌체로부터 3시간 정도의 거리에 "친퀘테레"가 있습니다. 친퀘가 5이며 테레는 땅인데 책 p447에 "다섯 개의 마을"이라는 설명이 잘 나옵니다. "여행자가 평소 꿈꾸던 유럽의 작은 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는 게 책의 한 줄 요약입니다. 영화 <대부>에도 잘 나오지만 유럽의 작은 마을은 그들이 살아온 개성, 자취가 잘 드러나는 아담하고 예쁜 풍광이 있으면서도 관광객을 위한 배려도 같이 갖춰져 있습니다. 한국은 물론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이지만 근세 전란을 많이 겪었고 급속한 경제 발전을 거치다 보니 오히려 평화로운 전원 풍경이 더 드뭅니다.그래서 아마 "잃어버린 영혼, 삶의 여유"를 찾으러 이런 유럽의 전원을 더 그리워하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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