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경제 대전망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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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른바 소규모 개방경제를 취하고 있습니다. 부존자원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생존 전략을 또한 그쪽으로 잡아야만 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서울대 비교경제연구센터, 그리고 경제추격연구소에서 이 시리즈를 오래 펴내는 건 의미심장하고 적절한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같은 나라의 경제가 "고립"될 수 없고 필연적으로 타국의 경제 체제와 "비교" 분석되어야 하며, 또 거셴크론의 오랜 명제처럼 선발주자를 추격하여야 할(이른바 "후발자의 이익") 운명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신남방정책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만 확실히 양면성이 있는 이슈입니다. 정무섭 동아대 교수는 특히 그저 저임금에 매혹되어 무분별하게 베트남 등지에 진출하는 기업에게는 별다른 기회가 없으리라고 단언합니다. "저임금 제조 가치 사슬을 확보해 일시적인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아니라... 양국 모두가 고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윈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의 지적은 몇 번이고 곱씹을 가치가 있습니다.

중국은 과연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일부 지방에서는 뱅크런 사태가 일어난다느니, 외환 부족 때문에 한국 현지 지점에 비상령이 떨어졌다느니 하는 뉴스가 쏟아지는 판입니다. 이치훈 박사는 확실히 중국 부동산 가격이 미중 무역 전쟁 이슈에 좌우되는 면이 있기는 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일단 저축률이 높고(이게 분명한 장점 중 하나죠), 당국의 대응 능력이 아직은 효력을 발휘하는 시점이라는 것도 강조합니다. "중국 경제에 밀접하게 기대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위기가 곧 우리의 위기"라는 천편일률적인 주장도 바보스럽지만, 그렇다고 마냥 중국의 위기를 즐길 형편도 우리로서는 아닙니다. 차분히 관망하되 행동에 옮길 타이밍이다 싶으면 지체 없이 액션을 취해야 하겠습니다.

양평섭 박사는 "새로운 중국 활용법을 찾아라"고 조언합니다. "회색 코뿔소"라는 건 분명 상존하는 위협인데도 당사자들이 애써 무시하는 변수를 가리키죠. 중국은 기회이기도 하고 짜증나는 위험 변수인데 우리는 사실 이 문제를 회피하거나 애써 왜곡하여 좋은 쪽으로만 받아들이기 일쑤입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진단이, 바로 양 박사의 "앞으로 2, 3년이 골든 타임이며 이 미중 분쟁이 바로 우리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미중 분쟁이 길어지면 우리 경제가 병든다는 식의, 방송에서 세뇌 주입하는 근거 없는 주문에 길들여진 두뇌로는 결코 사대주의 종속 경제의 처지를 못 벗어날 것입니다.

김호원 서울대 교수는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최근작을 인용하며 국가적 위기의 열두 가지 요인 중 세 가지를 특히 지적합니다. 위기에 대한 국민적 합의, 정직한 자기 평가,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능력 등입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정부 정책 당국자들이 보다 정직하게 현황을 파악하고 정책 실패 사항은 그것대로 허심탄회하게 인정한 후 대책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모든 게 다 잘 되었다는 식이어서는 현재의 곤란을 타파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는 또한 근거 없는 반(反)기업 정서를 극복하고 모든 기업가들이 신명 나는 기업가 정신으로 혁신에 나서는 게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자고도 합니다. 모두 올바른 제언입니다.

문우식 서울대 교수는 "저성장으로 인해 우리가 금리를 급격히 낮추게 되면 자본 유출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한국처럼 대외적으로 개방된 경제 체제에서는 어느 한 가지 처방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지닐 수 없고, 급변하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그때그때 기민하게 대응을 해야 합니다. 특히 그는 "장기 금리는 미래의 경기 예측을 반영하는 지표일 뿐 한은이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경직된 태도, 전통적인 스탠스는 현재의 상황을 헤쳐나갈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장종회 매경 부장은 금리 인하를 두고 "태풍의 눈"이라 규정합니다. 한은이 2018년 10월까지 머뭇거리는 사이 미국은 여덟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고, 이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거의 1200조에 달하는 시중 부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입니다(p328). 7년 전만 해도 부동산 폭락을 예언하며 당장 집을 팔아 치우라는 주문이 유행했습니다. 또 "빚 내어 집 사라"는 당시 정부의 정책이 비웃음거리가 되었죠. 헌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를 두고 여러 설명이 시도되었으나 말끔한 해명이 거의 없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해당 파트를 읽고 어느 정도 설명의 윤곽을 얻었습니다. 왜 집값이 안 내려가는지, 왜 주택 수요가 줄지 않는지. 일부 어처구니 없는 주장처럼 무슨 "미국에서 자본이 들어와 강남 주택을 사들인다"는 식의 유언비어 말고 말이죠.

온기운 교수는 대체로 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지난여름에 드디어 이란과 트럼프가 대판 붙을 것 같이 긴장이 고조되었으나 현재 이란에 민생고로 인한 대규모 소요 사태가 일어났다는 보도뿐 딱히 국제 긴장이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이 파트에서 그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3차 기본계획의 얼개를 소개하는데 탈원전과 재셍에너지 중시 기조가 엄중한 현실에 비추어 어떻게 수정 집행되어야 하는지 여러 유익한 대안과 분석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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