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 KOTRA 글로벌 비즈니스 전망
KOTRA 지음 / 알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2020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한국과 세계를 지배할까.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므로 우리 국경 안의 유행과 바깥 세계의 그것이 크게 다르리라는 생각은 별반 들지 않습니다. 책에 나온 129개 도시의 트렌드 역시 기본 뼈대는 뉴스, 경제서 등에서 익히 보던 것들입니다. 그러나 어떤 것은 수 년 전 유망하리라고 전망했으나 이제는 탈락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원래의 모습을 못 찾을 만큼 크게 발전한 것도 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특정 트렌드를 고도로 발전시킨 도시에서 그 생생한 모습이 어떤지는 우리 모두가 흥미롭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는 현재 서울의 강남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운행자들은 센스 있게 이리저리 자신의 진로를 잡긴 하지만 보행자들과 충돌할 염려도 있고 그렇다고 차로를 달릴 수도 없습니다. 도로 한편에 세워 놓은 킥보드를 보면 저거 누가 훔쳐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책에서는 미국 DC에서 전동 킥보드 플랫폼으로 큰 성공을 거둔 "버드"에 대해 다룹니다. 아무래도 이런 건 얼마나 충전을 효율적으로 잘 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는데, 버드는 플랫폼으로서 이 문제를 비롯 여러 이용자들의 애로사항을 잘 해결해서 오늘에 이른 듯합니다. 다만 교통 법규 문제, 헬멧 착용 이슈 등 안전 문제는 여전히 워싱턴에서도, 또 다른 도시나 주에서도 해결이 안 된 듯합니다. 하긴 이런 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죠. 우리는 이 파트에서 "플랫폼"이 해결하거나 갖춰야할 부분이 뭔지, 교통 수단 영역 외에까지 응용하고 배울 교훈이 많겠습니다. 필자는 특히 미세먼지라는 골칫거리와 이 킥보드의 발전을 연계하여 낙관적 전망을 하기도 합니다.

모네는 인상파 화가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도요타와 소프트방크가 합작한 자율주행 서비스 법인의 간판이기도 합니다(스펠은 같네요). 우리가 아는 자율주행은 핸들에서 손 놓고 잠을 자도 차가 알아서 간다는 수준이지만, 이 모네가 시도하는 비전은 차원이 다르네요. 의료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저녁 장보기부터 문 앞 배달 택배까지 원스톱으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 해결한다는 겁니다. 예전부터 미국 아마존이 택배에 드론을 도입해서 물류 혁명을 일으킨다고 했지만 한국처럼 거리가 불규칙으로 발달했고 다층 주택이 많은 구조에서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우리와 상황이 닮은 일본에서의 이런 발전은 사정이 또 다르죠. 우리도 새벽 배송 등 근래 물류 시장이 크게 변했다고는 하나, 만약 모네의 저런 실험이 성공한다면 기존의 업체, 운용 구조 등은 모조리 사멸하지 않겠습니까? 한국 업체들도 빨리, 이런 시류를 연구하고 도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전자소송이 시작되는 추세이지만 아직 서민들의 생활에 체감하는 바는 적습니다(법 없이 사는 게 더 우선이겠고요). 그런데 중국 상해에서는 5G의 발전과 더불어 "스마트 법원"이 떠오르는 대세라고 합니다.. 국토가 넓다 보니 인민들이 먼 데서 일일이 출두한다거나 정보가 제때 교류되지 않아 받는 불이익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합니다. 판례가 빨리 공유되면 누구는 똑같은 상황에서 남들과 전혀 다른 재판을 받는 부당함은 사라지겠지요.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인민의 복리 증진입니다. 책에서는 빠른 결과 전달, 소통의 가속 등으로 "심리적 압박감"이 줄었다는 말을 하는데, 그를 넘어서서 정의로운 재판이 이뤄지는 게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두바이가 얼마나 교통이 복잡한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현지 교통 당국자들은 새로운 수단, 세계 어디에도 없던 무엇을 만들어내어야 할 만큼 급했나 봅니다. "볼로콥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늘을 가로질러 승객과 물자를 이동시키는 헬리콥터형 이동 수단인데, 짐작할 수 있듯 운송비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죠. 이들은 여기에 우버식 "공유 시스템"을 도입해서 난관을 해결해 나간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창의적 결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두바이는 이 외에도 "스마트 시티"의 총체적 구현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눈길을 끌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건 책 맨 처음에 나오는, 두바이와는 한참 떨어진 베트남 하노이 시의 교통 수단입니다. 이 역시 헬리콥터를 주로 이용하는데 우버식 공유 플랫폼과 결합한 것도 비슷합니다. 다만 관광객, 신혼 부부 등의 니즈에 주로 초점을 맞춘 게 다르다면 다릅니다. 이 파트의 필자는 한국에서도 이미 2020년 에어택시 도입을 서울시가 계획했으나 관련 법규, 규제 등의 정비가 길을 막았다고 하는데, 역시 규제와 혁신은 운명의 긴장 관계에 있는 게 맞습니다.

세르비아라고 하면 무슨 인종청소, 독재, 전쟁 따위로 바람 잘 날 없는 말썽꾸러기 나라 같지만 그런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개발도상국인데도 경제 침체, 사회 불안 때문에 특별히 출산율이 낮은 이 나라는 그래서 "맘 친화, 맘 우대" 정책을 편다고 합니다. 특히 주목되는 건 기업이 앞장서서 임산부 할인을 해 준다거나, 택시를 무료로 태워 준다거나, 육아 휴직 급여를 후하게 책정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공적 섹터가 이런 정책을 펴는 건 우리도 서울시, 경기도에서 앞장서긴 합니다만 민간 기업이 이러기란 쉽지 않죠.


"쌀의 무한 변신". 태국에서는 쌀을 소재로 미라클이 이뤄진다는데 여기서 앞글자 "미"는 쌀 미(米)자라고 합니다(단, 태국은 한자를 그리 널리 쓰지는 않습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태국도 사회가 급히 서구화되다 보니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그래서 농민들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습니다. 여기서 착안한 게 "쌀을 먹는 거 말고 다른 용도로 쓸 수 없을까?"인데, 책에 나온 건 "위생 거즈"와 "화장품" 원료로 돌린 혁신입니다. 과거 우리는 쌀의 과다 소비를 막기 위해 막걸리 제조를 제한하는 등 별별 규제가 다 있었는데 아직도 쌀=식량이라는 존중해야 할 금도 같은 게 있어서 전용이 더디지 않나 싶습니다.

간병인 때문에 요즘 각종 보험도 나오고 많은 자녀들이 고민하는 영역입니다. 사람만큼은 못하겠으나 미국 시카고에서는 "현재 바이탈 수치가 위험합니다." "약 먹어야 할 시간입니다"를 구체적인 수치에 의해 판단하고 맞춤형으로 알려 주는 "모바일 간병인"이 인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업체 간, 또 시설 간의 협업이 필수이며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원격 의료"에 대한 거부감, 우려가 높은 수준이라고 하네요. 한국에만 있다시피한 교통환승체제도 업체들이 통 큰 결단을 내렸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이해 관계자들이 두루 만족할 수 있는 어떤 정책적인 솔류션이 나와야 할 듯합니다, 그러나 타다 등 현재 한국에서 일고 있는 택시 분쟁만 봐도 이런 문제의 해결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직장인들이 일 할 맛을 나게 해야 업무의 질이 높아집니다. 퍼크박스라는 영국의 회사는 다른 회사들에게 용역을 맡아서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 회사에만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100% 활용하게 돕는 기능"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우리 회사도 괜찮았네"라며 사기가 오르는 통에 "불필요한 이직"은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기업을 대신해서 더 줄어든 비용으로 복지 운영을 해 주는 이런 퍼크박스는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주력으로 자리한 작금의 세태에서 기업의 니즈 핵심을 짚은 히트작이라고 하는군요.

이 책을 보면 세상을 바꿔 놓을 획기적 혁신도 많이 보이지만, 의외로 사람의 마음을 따스이 어루만지는 감성 접근을 통해, 아무것도 아닌 듯해도 결국 시장의 판도를 바꾼 좋은 사례가 많이 보입니다. 20세기에 다들 2000년이 오면 우주 여행이 가능하리라고 했지만 21세기의 벌써 20%가 지난 지금 아직 그 근처에도 못 간 게 현실입니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사람의 만족, 행복이 중요하다는 점 다시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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