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공부법 - 모든 공부의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신영준 지음 / 로크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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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보통 타고난 적성이 맞아야 잘 해 나갈 수 있다고들 합니다. 이 적성이란 "지능"이 첫째 요소이며, 흔히 "엉덩이로 공부를 한다."는 말이 있듯, 우둔하다시피, 혹은 억척스러운 기질을 동원하여, 안되는 것을 되게끔 밀고나가는 성실성을 둘째 요소로 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분처럼 국내의 서울대, 국외의 명문대에 입학하려면, 이 두 가지 요소, 지능과 성실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들 하죠. 그래도 힘듭니다. 공부의 엘리트가 되려면, 지능과 성실성 모두를 갖추어도 힘듭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한 답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분처럼, 인생의 어느 한 단계에서도 공부라는 녀석에 끌려 가 본 적이 없는, 자신의 의도와 능력으로 갖고 놀다시피 펜과 종이를 다룬 정도가 되어야, "에, 공부란 말이지..." 하며 뭔가 이야기를 꺼낼 자격이 될 것입니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과연!'하는 말이 절로 나왔고, 페이지를 샅샅이 훑다 보니 "저자 자신의 이야기만 써 내려가도 할 말이 얼마든지 많으실 텐데, 그 우월한 위치에서 타 케이스들을 메타적으로 이만큼이나 여유 있게 내려다 볼 수 있구나!"하는 점에서 다시 경탄이 나왔습니다.


공부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학창 시절 공부를 못한 사람은, 공부 잘한 사람, 거기에 성공까지 겸한(학창 시절에 공부 좀 잘했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성공담을 읽거나, 혹은 공부에 대한 일반론을 접할 때면, 일단 열등 컴플렉스의 발동으로 부정부터 하려고 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이 자신 아닌 다른 대상을 두고 호오(好惡)의 attitude를 두는 건 어디까지나 그의 자유, 재량의 영역입니다만, 그 범위를 넘어서서 인식의 영역까지 억지로 교정을 하려 든다면, 그것은 이제 정신의 건강성 진단에까지 이슈가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인지부조화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갖고 있는 심리 문제이지만,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현실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면, 그건 이미 멘탈의 정상성을 걱정해야 할 차원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모든 논의는 읽는 입장의 주관적 감정 상태를 떠나서, 차분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 본인이 학창 시절 공부로 큰 성공을 거둔 케이스고, 그 주위에 공부와 생업 두 분야에서 모두 성공한 친구들이 포진해 있으며, 자신의 자녀를 최우등 성적으로 국내 최고 명문대 경영학과에 입학시켰으며(게다가 특목고나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 출신이라고 하네요), 지금도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커리어를 지닌 이의 저술이라면, 특히나 자녀를 둔 입장에서 이 "강력한 공부 방법론"이 끌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짐작되기 때문이죠. 미혼 직장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 안 하면 못 살아 남습니다. 공부는 수능 때까지만 하고 이후는 종료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공부는 과거 어린 시절의 이슈가 아니라, 지금 현재의 문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사회화를 반드시 거쳐야 그 인격과 정체성, 나아가 "가치"가 완성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 사회화의 필수 도구인 "공부"라는 작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성취를 거둘 수 있으려면 두 가지 능력이 필요된다고 정리합니다. 그 하나는 인지능력입니다. 인지능력이란 우리가 소박하게 이해하는바의 "지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끈기, 열정, 집념, 도전정신, 동기부여 같은 비인지능력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이기도 한 "그릿"은, 이 비인지능력의 영역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이 그릿(grit)이란 무엇인가?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p84),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하여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이를 달리 표현하여, "마음의 근력(筋力)"이라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근력이라는 말은 근육의 힘을 의미합니다. 근육의 힘도 힘이니만큼, 타고난 요소가 크게 작용할 수도 있고, 타고난 바는 변변치 못하나 후천적인 트레이닝으로 깜짝 놀랄 수준까지 향상시킬 수도 있습니다. 여튼 이 그릿의 정의가 그러하다니, 그의 구체적인 내용 요소는 무엇무엇인가? 역시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자기동기력 ㉡자기조절력 이 둘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동기가 있어야, 뇌의 중추에서 합당한 명령을 내려 특정 목표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가게 할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는 할 수 없다는 속담이 있던가요? 부모가 애를 채근하고 다그쳐서 책상 앞에 앉아 있게 할 수는 있습니다만, 책 속에 담긴 내용을 머리 속에 집어 넣고 바른 자리를 잡게 하는 일이야 맘대로 할 수 없습니다. 설사 할 수 있다고 쳐도, 그처럼 강제로 주입된 지식이 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 그리고 수능에 이르기까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방대한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여기에 체계적인 자체 작동 원리까지 부여한 아이와는, 억지 춘향 공부를 한 애가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함이 명백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자기동기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자기조절력이란, 그렇게 부여된 동기가 마음의 바른 곳에 자리잡은 다음,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어떤 유혹과 장애, 방해 요인에도 교란당하지 않고, 정해진 경로를 따라 묵묵히 전진하는 뚝심, 절제력을 말합니다. 환경이 다소 불우한 편이라면 주로 뚝심이 요구될 것이며, 환경이 다소 여유로운 편이라면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통제력" 쪽이 더 요구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릿"의 조건을 다룬 오른쪽 네 행을 보십시오. ①②③④의 순서대로 재배치하여 그 앞 글자만 따서 읽으면, G.R.I.T가 됩니다. 저자는 여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능"이니 "지능"이니 하는 요소는 일종의 잠재력에 불과하다는 주장까지 합니다. "잠재력"은 말그대로, 눈 앞에 드러나지 않은, 수면 아래에 잠재하고 있는, 그 발아와 만개를 기다리고 있는 발판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런 잠재요소가 만약 어떤 환경적 이유, 또는 심리적 장애 등으로 인해 그 파괴력이 현실화되지 못한다면, 이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에서 우등생으로 드러난 아이들의 진정한 공통점이, "지능" 따위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저자의 설명은 바로 그 해답이 "그릿"이라는 거죠. "그릿"은 그래서,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도 정의됩니다. "노력"과 "능력"은 어떤 의미에서 반대, 모순 개념으로도 이해되는데,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상당한 역설이 아닐 수 없어요. 다른 면에서 보자면, "그릿"은 진정한 의미에서 지능 요소와 비지능요소를 콘트롤,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정리하자면, "그릿"은 공부 성공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할 내용은, 시험을 앞두고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일을 망치곤 하는 나쁜 습관이 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다는 것입니다. 시험 불안감이란 열등생보다는 우등생에게 더 많이 찾아오는 장애입니다. 어찌 보면 우등생의 숙명적 장애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내가 이렇게 아는 게 많고,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다면 아까운 사람인데, 행여 일말의 불행으로 일이 망쳐지면 그것은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마치 사나운 육식동물, 날카롭고 잘 드는 블레이드를 지닌 이빨을 지닌 맹수에게, 그 강한 독아(毒牙) 때문에 숙명처럼 찾아오는 질환인 충치가, 강자의 저주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공부잘하는 아이에게만 찾아오는 "시험불안증"이란 정말 역설적인 운명이 아닐 수 없어요.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그 "시험불안증" 치유 방법을 설명하고 있으니 꼭 읽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복탄성력 개념은 요즘 여러 자계서에서 거론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좋은 설명이 있더군요. 특히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면 부모가 아니라 아이한테 직접 읽혀도, "자기 동기력 양성" 차원에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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