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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보수와 퇴직금 규정 작성매뉴얼 - 개정판
강석원 지음 / 코페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퇴직금"이란
좀 특이한 제도입니다. 요즘이야 그런 생각을 하는 이가 없지만 과거에는 고용주가 나를 써 주는 처사에 대해 일종의 은혜로 알고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할 때 목돈까지 챙겨주니 고맙게 여기는 풍조가 있었죠. 그런데 이 퇴직금은 근로자(사무직 직원 포함) 본인의
급여 일부가 적립되고, 여기에 사용자가 따로 자기 부담부분을 붓는 시스템이니 엄밀히 말해 "이연(=미뤄서) 지급되는 급여", 혹은
"노동에 대한 대가"일 뿐 어떤 시혜 같은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미 반 세기도 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법정의무사항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노태우 정부 당시 한창
노사분규가 심했을 때, 노동자의 임금이 어디까지 범위가 책정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정말 치열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때 확립된
원칙이 "무노동 무임금"이라든가(그래서 지금도 소위 "노조전임자" 급여에 대해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됩니다), "통상임금"의 범위
문제 같은 것입니다. 통상임금에는 지금도 "상여금"은 포함 안 된다고 하며(통상임금이 왜 중요하냐면 해고라든가 산업 재해 같은 게
발생할 시 몇 개월치의 통상임금 지급금을 정할 때 아주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죠), 대신 명절 떡값은 포함된다는 게 판례의
태도라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문 정부 들어서 드디어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려는 입법 시도가 (올해 상반기에) 있었는데 지금
경기가 최악이고 거의 YS 때 외환위기 수준의 불안감이 사회 전체를 엄습하는 터라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노태우
정부 당시에 임금의 범위, 혹은 본질이 무엇인지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 당시에는 많이 배우고
책임 있는 중량감 있는 논리가 오가는 면이 있었네요. 지금은 뭐 막돼먹은 인간들이 아무 근거도 없이 엉터리 같은 유언비어, 낭설로
치고박는 판이라서... 아무튼 당시 이른바 "생계 보장 부분"이 임금에 포함이 되느냐, 아니면 순수하게 노동의 대가로만
구성되느냐를 놓고 정말 대단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근데 자유주의 진영에서도 너무 임금 도그마에만 집착할 건 아니라고 생각도
됩니다. 요즘 그... ISO 26000을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명시까지 되어 있습니다. 기업은 이미 이윤 추구에만
몰입하는 조직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사회적 책임도 분담할 책무가 있는 거죠.
이런
퇴직금 제도 하나만 봐도, 근로자들의 최소 생존 부분을 국가와 기업이 어느 정도는 나눠서 지는 게 현대 사회 구조의 본질 중
하나입니다. 다만 그 범위, 한도가 어디까지냐가 문제인 거겠고... 소탐대실이라고, 모든 걸 가지려 들면 정말 필요한 것까지 다
놓칠 수도 있습니다.
퇴직금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기업이 좀 많은 부담을 지는 구조입니다. 즉 그 직원의 퇴직 직전 임금을 기준으로, 그게 얼마가 되든 그의
일정배수를 두말않고 사측이 지불해야만 합니다. 반면 외국에서는 확정기여형(이른바 DC)을 주로 채택하는데, 기업은 일정 금액(그
근로자의 급여와 무관하게)을 금융 기관에 납입만 하면 끝입니다. 이 기금을 금융기관이 굴려 대박이 나든 쪽박을 차든 퇴직시 그
결과물을 지불하면 됩니다. 한국은 금융기관의 운용기술이 매우 후진적인데다 이 방식대로라면 많은 근로자들의 노후 설계가 위협받게
되므로 이 방식이 아닌 확정 급여형(보통 DB라고 부르는 방식)을 채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