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2 - 이게 사랑일까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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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CF 중 모 어플을 소개하면서, "OO야, 엄마는 티라노싸우루스 안 좋아해"라고 하는 어느 주부의 대사가 나오는 게 있던데요. 재밌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 브금으로 깔리는 쇼팽의 녹턴 때문인지 왠지 슬프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여성이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한편으론 영원히 남자들에게 주목 받고 싶은 저런 욕구를 숙명처럼 안고 가는 존재구나 하는, 왠지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져서 말입니다. 


어떤 로맨스를 읽어도(혹은 봐도), 당사자의 사랑이 성사되건 아니건 무관하게, 모든 사랑은 그 나름의 슬픔을 안고 있게 마련입니다. 1권에서도 흥미롭게 읽어 나갔지만, 여주 테사 역시 이 못된 녀셕 하딘과 잘 되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그녀의 정체성(정신적인 것이건, 그 외 다른 무엇이든) 중 어떤 부분을 포기해야 합니다. "You complete me." 운명의 "The One"이 나타나면 그(녀)는 나의 부족한 모든 부분을 커버해 주고, 근원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평범하고 지루했던 모든 시간을 환희로 물들여 주긴 합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이제까지 나였던 어떤 부분"은 영원히 나와 작별하게도 됩니다. 


특히 이 소설에서 테사는 여태 숨막힐 듯한 훈육 분위기와 결별하고, 그나이 또래 여성이 가장 큰 환희로 맞을 만한 여러 순간을 누리게 되겠지만(또 뭐 실제로 우리 독자들이 봐서 알 듯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여태 안온히 누려 왔던 보호의 요람, 적잖이 수월성을 느껴 온 학업의 성취감, 모범생으로서 장래가 보장된 트랙으로부터의 일탈 등을 두루 겪어야 합니다. 또 이 점이, 하딘과 결정적인 선을 끝내 못 넘게 하는 주저함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 이 말은 꼭 난잡한 연애 경험을 거쳐 온 이 입에서만 나올 법한 게 아니라, 여태 품어온 그 설렘, 기대 등이 이제는 (아무리 만족스러운 결혼이라 해도) 어떤 환상의 거품이 걷히고 현실이 제공하는 행복으로만 그 범위가 한정되는 관문이라서 타당성을 갖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그 환상이 환상에 아직 머물러 있을 때는 효용이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현실은 그와는 달라, 아무리 큰 행복을 누리는 이들이라 해도 엄연한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이래서 로맨스는, 손에 안 닿는 먼 거리에 머물러 있을 때는 현실로부터 멀기에 슬프고, 현실이 되면 그건 그것대로 슬픈 것입니다. 


"이게 사랑일까." 분명히 이게 사랑 맞는데도, 자신의 삶에 여태 큰 기대를 걸어 왔기에, 또 그럴 만한 자격도 충분한 테사이기에 이런 묘한 회의와 두려움, 주저함은 여전히 그녀를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문제라서가 아니라, 그냥 나에게 맞지 않을 뿐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테사라면 얼마든지 이런 신중한 스탠스를 취할 만하며, 하딘 같은, 자신과는 극과 극으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애 앞에서야, 아무리 그 매력이 치명적이라 해도 더더욱 그럴 만합니다. 어쩌면 우리 독자들도 이런 진행을 (1권 첫 페이지를 넘길 때부터) 다 예측하고 있었겠으나, 그래도 끝까지 일이 어떻게 번지나 싶어 계속 읽어나가게 만드는 힘, 이것이 이 작품의 진짜 저력이 아닐까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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