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러 잔혹한 약탈자 - 중국에 뺏긴 기술패권 되찾아올 9가지 전략
김상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큰 장점은 경쟁을 통해 최적화와 효율이 보장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체제의 약점을, 이미 백 년도 전에 마르크스나 힐퍼딩, 바란 같은 학자들이 지적한 바 있는데 그 토픽이 바로 독점입니다. 자본주의는 결국 승자독식의 구조 속에서 독점자본의 구축으로 귀결하고, 이를 과연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미래를 암울하게 그린 SF 영화들 중 상당수는 "거대한 회사가 냉혈히 지배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삼은 게 많습니다.

독점의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병폐는, 우월 위치에 놓인 자가 열위 경쟁자의 창의, 기술을 도둑질하는 짓입니다. 자본주의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새로 출발하는 사업가들도 자신의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무기 삼아 시장에 느닷 강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 점이 말살된다면 체제는 출발점에서부터 질식하는 셈입니다. 한국에선 현재 재벌 그룹에 의한 스타트업 죽이기가 도를 넘어, 신기술 도둑질하기, 기술진 빼내오기 등이 기승을 부립니다. 한편 해외로 눈길을 돌려 보면, 굴지의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소중한 기술들이 여러 경로로 중국 등 외국에 의해 도둑질당하고 있습니다. 본래 기술은 훔치는 거라며 일본이 예전에 기술 이전 요구를 했던 우리에게 비웃듯 말한 적 있는데, 그 충고를 그대로 실천(?)이라도 하듯, 우리 역시 일본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적잖이 훔쳐 온 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애써 일군 기술 기반을 남에게 아무 보람도 없이 내어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본 역시 한때 잘나가던 시절의 시스템에만 기대고 발전, 혁신이란 걸 잊고 살다 "잃어버린 20년"의 침체기를 맞았습니다. 매너리즘이란 그래서 무서운 것이며, 누구든 잘나갈 때를 더욱 조심하고 경계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 입장에서 더 무서운 건, 그런 일본이 현재 아베 신조라는(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지도자를 만나 현재 재기의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 나간다는 점입니다. 그뿐 아니라 한국이 적잖이 호구 노릇을 해 준 중국 역시, 이제는 추격자, 모방자가 아닌 선도자(퍼스트 무버) 노릇을 하며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한다는 점을 또 눈여겨 봐야 합니다. 베트남은 최근 십년기에 다소의 좌절을 겪었으나, 좋은 입지 조건과 풍성한 노동 자원 덕에 여전히 세계 경제의 엔진 노릇을 해 줄 게 기대됩니다. 경제 용어로 "넛크래커"라는 게 있는데, 자원은 후발 주자에게 뒤처진 조건이고 기술은 여전히 선진국을 넘볼 수 없어 둘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못 된 채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 같은 신세를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저자는 생산성도 없고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경쟁을 배제하고, 각 재벌 기업이 업종전문화를 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치킨 게임을 벌이는 풍토를 지양하지 않으면, 결국은 모두가 공멸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선택과 집중"이야말로 현 시점의 한국 산업계가 가장 명심해야 할 원칙과 덕목이라는 뜻이겠습니다. 또 저자는 "스타트업이야말로 우리 경제에 있어 활력을 불어넣고 혁신의 맥박을 가동시킬 원천"이라고 주장합니다. 한때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이 세계가 본받을 모토라고 지적하는 움직임이 있었지요. 청년창업을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야말로 혁신을 양산하고 그 과실을 따먹을 자격을 갖췄다고나 할 것입니다.

"블루오션"이라고 해 봐야 한때의 블루오션이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 역시 피냄새 어린 경쟁의 장이 되기 마련입니다. 지속적으로 바뀌는 블루오션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하여, 아까운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는 게 가장 안타까운 결과라 하겠습니다. 중국은 현재 내부적으로는 성장의 정체를 맞이하고 있으며, 계획 경제의 한계와 부실로 부실 투자의 악영향을 온몸으로 떠안는 등 여러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미국도 거의 중국 수준으로 일부 산업에 장벽을 치는 등 "미러링 대응"을 펴 나가는 통에 기간 산업이 도산하는 위기를 겪고도 있습니다. 저자는 바로 이런, "기우뚱거리는 중국"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남의 불행을 내 호기로 잽싸게 전환시킬 수 있는 기민함이말로 이 험난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소중한 자질이라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