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지음, 이문필 옮김 / 베이직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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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유의 전통에서 비롯했다 할 수 있는 자기계발 장르란, 알고 보면 파운딩 파더 벤자민 프랭클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니 연원이 매우 오래된 셈입니다. 그뿐이 아니라 메이플라워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토착인이 없는 곳을 가려 가며 농경지를 개간한 청교도들에게서도 초기 self -help의 사상적 맹아를 발견할 수 있으니, 어쩌면 미국 한정으로 본격 문학이나 철학보다도 더 깊은 뿌리를 지닌 게 이 자계 분야의 저술 영역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자계서 중 문장이 좋은 작품은 여느 문학 못지 않고, 실생활의 구석구석에서 독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념과 생각이라면 그것이 꼭 철학 분야의 작품보다 열등하다고 누가 강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오래된 실용풍 사상가들의 주장에서 빼놓지 않고 공통으로 발견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개개인이 유용하고 착실한 습관을 들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습관을 들인다는 건 말은 쉽게 꺼낼 수 있어도, 이를 자신의 정신 깊숙한 곳에 확고한 뿌리를 내리게 하고, 쉽사리 몸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다지는 일은 정말로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습관이라 함은 말이나 생각이 아닌 "몸의 차원"에서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습관을 통해 어떤 가치를 지향할 수 있음은 이미 수단이 아니라 목적의 경지에 다다른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참 재미있는 책입니다. 어렸을 땐 픽션과 판타지를 좋아하다가, 나이 들고 내 생활과 이상의 구체적 실현, 도모에 보다 주안을 두면서, 전기나 역사를 좋아하게 되는 게 보통의 추이입니다. 이 책은 철저히, 대체로 데일 카네기와 동시대에 산 인물들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결론을 저자 특유의 감성적 어조와 함께 이끌어내는 게 최고의 장점입니다. 제가 이 2권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건 헤티 그린의 이야기입니다. 이 비슷한 캐릭터가 1980년대 미드 <엘러리 퀸>에도 나오는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자계서라고 해서, 직장인만 읽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을 것 같은 초등 저학년이 읽어도, 재미있게 쓰여진 이 책의 다양한 일화들을 몰입해 가며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아이가 있으면, 많이 칭찬해 주시면서  건전한 독서 습관이 붙을 수 있도록 격려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들도 어려서 아동 문고의 포맷으로 읽은 책들 중에, 이런 위대한 위인의 일화들만 모아 놓은 책을 읽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일화 모음의 성인용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배우 라이오넬 배리모어 같은 이의 이야기는, 설사 영화 팬이라고 해도 이분이 다소 오래 전에 활동한 까닭에 낯설 수가 있고, 이분의 이름을 알 연배라면 아마 연예인한테 자기계발을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발상부터에 벌써 동의하지 않으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우리 현대인들은, 비록 해당 배우의 이름이 낯설게 들릴 뿐, 얼마든지 유용한 바를 배워 낼 수 있습니다.

우드로 윌슨은 1912년, 태프트와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불화로 인해 어부지리로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 정도로 아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데일 카네기는 이분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우리 자신의 삶 속에 참고로 삼아야 할 지 제법 구체적인 교훈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데일 카네기가 이분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시각만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여러 일화(T. 루스벨트는 데일 카네기가 매우 자주 인용하는 인물 사례 중 한 명이죠)에서, 공연한 분열과 대립이 엉뚱한 이에게 이익을 주었다는 취지로 적고 있는 대목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우드로 윌슨은 평화주의자로서 미국 역사에 큰 한 획을 그은 위인이고, 무엇보다 본격 학자, 교수 출신으로서 대단한 책벌레였음이 당연하기 때문에, 데일 카네기는 이 인물을 두고도 독자에게 가슴에 와 닿는 여러 방침을 추출하고 있습니다.

로렌스 티베트나 엔리코 카루소 같은 성악가, 가수들로부터 데일 카네기는 일관된 팩트, 유용한 지침을 강조합니다. 목소리가 크고 정확한 음과 기교를 구사하는, 재능 있는 후보자가 반드시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재능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왜 그 재주꾼들, 탤런트들이 다 입지를 다지고 큰 돈을 벌지 못할까요? 그것은 자신의 창작과 아이템을 소화, 소비해 줄 대중의 감정에 호소해야 한다는, 상업적 자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데일 카네기 자신의 결론이기에 앞서, 현장의 무대 책임자나 감독, 매니저들이 일관되게 증언하는 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실제로 프랭크 시내트라나 투병 후의 새러 본, 혹은 밥 딜런 같은 사람도, 성량이 약하거나 심지어 가창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대중의 정서 한복판을 정확히 겨냥하여 그들의 가진 역량 모드를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플라치도 도밍고가 라이벌 파바로티에 비해 기량이 그리 뛰어났다고 할 수 없으나 언제나 그가 당대 최고의 스타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도, 감정 표현과 호소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기본기를 소홀히한 채 그저 선동이나 감성 자극에만 나서는 것은 더 나쁩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정직과 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짓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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