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패턴 - 경직된 사고를 부수는 ‘실전 차트 패턴’의 모든 것
토마스 N. 불코우스키 지음, 조윤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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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주식, 증시에 대해 (전혀 관심 없거나, 관심 있어도 소양, 실력이 부족한 분들이) 자주 묻는 주제가 "차트 보는 법"입니다. 자신이 차트만 잘 볼 줄 알면, 시장의 구조나 원리, 혹은 개별적인 회사(종목)의 현황을 몰라도 금세 전체 상황에 능통해질 수 있겠다는 어떤 환상, 착각 때문입니다. "말로 하는 건 다 알아들을 수 있는데 그놈의 차트가 발목을 잡네." 사실 이는, 자신이 가장 취약한 대목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일종의 자기기만입니다. "차트 보는 법"이 따로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차트를 본다고 해서 한꺼번에 주식 보는 안목이 팍 개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분이라고 해도, 정말 친절하게 "차트 보는 법"을 가르쳐 준다면, 또 혹시 알겠습니까, 진짜 증시 보는 눈이 마치 득도나 하듯 확 트일지요. 아니면 적어도, "아 내가 주식을 어려워하는 게 그저 차트를 볼 줄 몰라서는 아니었구나. 다른 공부를 더 해야겠네."하고 새삼 각성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지요.

요즘은 인터넷(덧글창이든, 익명 커뮤니티든 간에) "주식 좀 한다"는 게 꽤 유셋거리나 되는 양 통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상대를 비꼴 때 흔히 하는 말이 "차트나 볼 줄 아냐?"입니다. ㅎㅎ 정말 그런 말을 듣거나 구경하고선, "아, 난 정말 차트도 볼 줄 모르니까"하고 속으로 자괴감에 빠진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차트를 잘 봐 온 이들이라 해도 "혹시 내가 그동안 잘못 봐 온 부분은 없었을까?" 같은 점검을 할 필요는 있으니, 이런 잘 정리된 책을 통해 한 번 정도는 체계를 잡는 게 의미가 있습니다. 생각 외로, "그간 잘 통한다고 여겨 온 내 생각, 내 메커니즘"이 손 볼 구석, 개량할 구석이 많았다는 각성은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매우 필요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올해 초(1월 경)에 "양적 지표(중에서도 거래량) 위주로 보는 투자(가치 투자 이런 게 아니라)"를 다룬 다른 책을 리뷰한 적 있습니다. 그 책은 안 그런 척 하면서 은근 차트, 그 중에서도 그래프 추이 보는 법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사실 차트 보는 법에 정석이란 없습니다. 모든 논자들이 다 저마다의 내공, 감, 시야에 의해 독특한 공략법, 독법을 전개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책 역시, 지지와 저항 영역이라는 큰 컨셉을 잡고, "왜 당신은 비쌀 때 사고선 꼭 떨어질 때 팔 수밖에 없었는가?"의 근본적인 해답을, 차트를 통해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아이큐 테스트의 핵심도 결국 "패턴 파악"이듯, 그래프의 패턴을 보고 "아 이 즈음이 살 때, 이 즈음이 팔 때로구나"하는 직관을 바로 얻어내는 자가 증시의 승자라는 겁니다. 만약 이렇게, 오로지 차트 읽기의 달인이 될 수만 있다면, 예컨대 워런 버핏처럼 매번 (때로는 먼 시골까지 찾아가) 시설 현황이나 CEO의 의지, 자질을 확인할 필요 없이, 오로지 그래프만 보고 매수와 매도의 적기를 척척 판단할 수 있을 터입니다(밀이 이렇다는 거고, 실제 투자는 각종 질적 지표를 다 고려해야 하며 정말 차트만 보고 투자하다간 집안 망조날 수 있습니다). 책 제목에서도 잘 나오지만, "차트를 본다"는 건 곧 "그 차트의 숨은 패턴"을 찾아내 본다는 겁니다.

이 책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불코우스키의 저술이며, 그간 네티즌 사이에 말로만 설왕설래했던 바로 그 책이 정작 무슨 내용을 담았는지 궁금했던 이들에게는 아마 속이 좀 시원해지는 면이 있을 겁니다. 이런 것도, 평소에 속으로 궁금했던 부분이 많거나, 혼자 힘으로라도 의문을 해결하고 싶어했던 이들이 읽어야 진도가 팍팍 나가는 법입니다. 그저 결론 위주로 맥락도 모르고 최소한의 노력만 들여서 실전에 어설프게 적용하려 들지 말고, 데드캣바운스다 이탈 캡이다 상승 확대 쐐기형이다 같은 개념을 정확하게, 공을 들여 이해한 후 진도를 나가야 합니다. "차트를 잘 봐야지"하고 평소에 마음이 성실하게 간절했던 이들은 이런 책 한 권을 읽어도 한 마디로 백 마디를 이해할 만큼 진도가 빠릅니다.

책은 예컨대 "내가 책을 이러이러하게 쓰면 아마존에 혹평이 잔뜩 달리겠지?" 같은 여유 있는 유머가 낄 만큼 독자들과의 소통을 언제나 염두에 두려는 저자의 자세가 돋보이며(당시로서는 꽤 참신했던 각종 개념, 발상 못지 않게), 역자 조윤정 씨도 그간 이 주제 관련 책들을 여럿 번역해 온 분이라 문장이 깔끔하게 이어져 설령 초보라고 해도 무리 없이 읽어나갈 수 있을 듯합니다(더군다나 개정판이니). 편집 역시 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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