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된 재무제표 관찰
김명철 지음 / 광교(광교이택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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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이란 항목은 생각보다 모호한 성격입니다. 이걸 내가 누구한테 팔기는 팔았는데, 구체적으로 언제 판 것인가, 언제 팔았다고 치고 장부에 적어야 하는가, 이 문제가 회계에서는 엄청 중요하죠. 마트 등에서 자잘한 아이템을 몇 팔고 어쩌구 하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 대량의 물건을 상대측과 계약하고 매도했는데, 이걸 1) 계약 시점에서 이미 팔았다고 볼 것인지, 2) 중도금 정도 받았을 때 비로소 판 것일지, 3) 잔금까지 다 수령했으면 안심인지, 4) 하자가 있을 때 반품할 수 있는 기한까지 다 지났을 때라야 완전히 팔아치운 건지, 사업을 크게 벌이면 벌일수록 그리 단순히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이 정도만 짚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회계기준은 명확하게 표준을 정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창 장사가 잘 될 때 (누진세액 등을 줄이려고) 이미 팔아치운 건(件)에 대해서도 "다음 연도로 돌릴"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회사(혹은 그냥 가게라고 해도)가 지금 심각한 상황인데도 남 보기에 잘나가는 듯 위장할 필요가 있어서 일부러 다 팔지도 않은 거래를 장부에 버젓이 완료된 양 올려 둘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장부상에 적는 거래란 의외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미리 원칙을 정해 놓고 그에 일관되게 따라야 그 장부, 혹은 장부로부터 도출되는 기록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습니다.

건설도급계약의 경우 "진행기준"이 매우 중요합니다. 거액의 건설 공사를 맡았을 때, 어느 특정 연도 특정 월에다가만 왕창 전 금액을 다 올려 두면 그건 사업의 현황을 정확히 반영한 게 아닙니다. 만약 가계부를 쓰는 주부라면, 월 중 가장 많은 지출을 기록한 일자를 골라내려 들 때, 공과금이 집중 이체되는 날짜를 두고 "아 이 날이 내가 가장 많은 소비를 한 날이군." 같은 결론을 낼 수는 없지요. 정기권으로 통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교통비는 그 정액권을 구입한 날 하루에 다 몰아 기장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소비 패턴, 혹은 정확한 사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기장은 정확할 필요가 있습니다. 꼭 무슨 세무 관련 이슈로만 이런 원칙이 요구되는 건 아닙니다.

진행기준은 그래서, 공사가 진척되는 정도에 맞추어 대금을 분배하여 장부에 적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출액의 경우, 국제회계기준은 수행 의무가 기간에 걸쳐 있는 걸로 보고 매출액을 이 수행의무의 이행도에 비례하여 부분부분 인식하는 걸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보고 기간 말에 일괄하여 기장하는 게 압도적인 관행입니다(솔직히 누가 그런 걸 일일이 금액을 안분해서 - 무슨 장난도 아니고 - 나누고 쪼개서 적겠습닏까?). 이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게 이른바 "변동대가"인데, 이 대목은 다음 주에 다른 책 서평에서 더 자세히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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