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재무제표 사용설명서 - 기업의 건강한 자산 증식과 관리를 위한 재무제표의 바이블
홍성수.김성민 지음 / 새로운제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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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느 직장이든 업무 강도가 높아져서 소속 부서가 어디이든 기본적인 회계 지식을 갖추어야만 적응에 무리가 없습니다. 한 십오년 전만 해도 CPA의 전유 지식 정도로나 여겨졌던 회계 분야를, 지금은 당연하다는 듯 유관 사항으로 기본 베이스를 깔고 들어가야 동료들과 말도 통하고 일도 제대로 해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뿐 아니라, 평생 직장 신화가 일찌감치 깨진 요즘은 다방면으로 자신의 미래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널리 채권, 선물 등 포함)을 안 하는 이들이 또 드뭅니다. 어리석은 소문에 휘둘리다 범죄자 신세가 되기 일쑤인 못난 투자를 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기업의 재무제표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 이 험한 세상에서 최소한의 자기 방어가 가능합니다.

힘들게 공부를 하고 소양을 갖추고 자질을 향상시켜도 어떤 큰 성과나 혜택이 따르는 게 아니라 그저 평균을 맞춰 나갈 뿐이라는 현실이 다소 답답하기도 하지만, 여튼 공부해서 남 주는 법 없다고 애써 익힌 기예와 지식은 다 내 것이 되는 셈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노련한 회계사분들이 단 한 권으로 잘 정리한, "한 권으로 끝내는", 재무제표 사용설명서는, 제목이 말해 주듯 그저 수동적으로 정확히 읽어 내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읽어낸 내용을 바탕으로 어떻게 "창의적으로 사용해 낼지"의 고민에까지 그 효용이 미치는, 'a splendid little book' 입니다.

남의 돈을 한 푼도 안 빌리고 살면 어디서 붉은 차업(압류) 딱지 날아올 걱정은 없겠으나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어떤 고수익의 큰 사업을 벌일 기회 역시 함께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약 20년 전에 그룹 해체가 되어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어느 대기업처럼 도대체 자기 밑천은 하나도 없이 남에게 꾼 돈만 굴리면서 곡예를 펼치는 경우도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재무재표를 볼 때에는, 이 기업이 남(은행이 보통이지만 제2금융권, 사채업자 등도 있겠죠)으로부터 얼마나 돈을 빌리고 사업을 운용하는지 그 적정 수준을 먼저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에서는 p75 등에서 "금융비용부담률" 등의 개념을, 먼저 친절히 설명합니다. 이는 매출액에서 금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데, 쉽게 말해서 "금융비용/매출액"의 공식에 따릅니다. 이는 "부채비율"과는 구별되어야 하는데, 부채비율은 "타인자본(부채)/자기자본(협의의 자본)"이므로 당연히 그 값이 2(즉 200%)가 넘어가는 게 보통입니다(혹은, 그래야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금융비용부담률은, 이 책에서 드는 예에서도 그렇고, 대개 3~4%를 오르내려야 정상으로 여겨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출액"이란 항목이 워낙 큰 양의 분모이기 때문이죠(작다면, 그런 기업이란 벌써....).

금융비용부담률과, "순(純)"금융비용부담률은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후자는, 은행에서 빌린 돈 그 자체로부터 일정 수익이 났을 때, 그를 빼고 난 나머지 금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입니다. 만약 이 수익이 (운이든 실력이든) 예상 외로 컸다면 이 비율은 마이너스(陰)가 될 수도 있습니다(실제로는 드물겠습니다만). 저자들은 "금융비용이란 대개 고정비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설립 초기의 기업들(아직 정상 궤도에 못 오른)은 대개 이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초기 고정비의 압박을 잘 관리해야 살아남고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우리 같은 외부 투자자의 입장에선 이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하는 한 유력 지표로 활용할 수 있겠고요.

"이자 보상 배율"은 신문이나 TV에서 자주 언급하는 지표이므로 알게모르게 그 성격이 일반인에게도 친숙합니다. 구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해서, 영업이익(매출액이 아닙니다!)을 그저 이자비용으로 나누기만 하면 됩니다. 1(즉 100%)라면, 남한테 1억씩 갚아 나가면서 그 동안 딱 1억 벌었다는 소립니다. 책에서 예를 드는 삼성의 경우 이 비율이 81.8인데, 저자들은 이 수치를 두고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82번이나 갚을 수 있다는 뜻"으로 좀더 실감나게 설명(해석)합니다. 삼전 같은 우량기업은 원체가 이익을 높이 올릴 뿐 아니라,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비용을 조달할 필요가 없겠으므로 이런 극단적인 수치가 나올 수 있겠습니다. 책 저 뒤 p339에서는 "이자 보상 배율이 높으면 상환 능력이 좋다"고 단적으로 이 지표의 활용 방향을 알려 줍니다.

이익을 내었으면 1) 사외 유출을 할 것인지, 혹은 2) 사내 유보를 할 것인지, 딱 두 가지 길이 있을 뿐이라고 책 p90에서는 설명합니다. 사실 "유보"라고 하면 괜히 어렵게 느껴지는데, 어차피 번 돈은 주주에게 나눠주거나(배당), 세금을 내거나(법인세) 하는 게 사외 유츌이고, 그 반대로 사내에 남겨 두는 게 사내유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매우 간단하죠. 용어 개별에 집착하지 않고 먼저 큰 그림을 그려 준 후 각론과 디테일로 들어가며 독자의 부담을 줄이는 게 이 책의 가장 멋진 점 중 하나입니다.

어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너무 사내에 쌓아 두기만 해도 (주주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못합니다(당연한 게, 명색이 주주인데 내 손에 들어오는 게 뭐 있어야죠). 반대로, 너무 주주에게 퍼 주기만 해도 (당장은 좋을지 모르나) 장래의 성장을 위한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투자자들은 이 주식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나머지 보유하지 않고 팔아치우려 들 수 있습니다. 일러면 주가가 내려가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사실 모를 수는 없지만) 생돈을 날리는 셈입니다. 그러니 유출/유보 비율은 적정 수준이라야 합니다. (앞에서 본 몇몇 지표는 아무리 높거나 낮아도 괜찮지만)

"이익"은 이를 "처분"한다고 하며, "손실"은 "처리"한다는 표현을 씁니다(p95). 재무제표 많이 본 분들도 이런 미묘한 용어의 구분은 역시 정통으로 공부하고 자격을 갖춘 회계사의 언어 감각을 못 따라가기가 쉽습니다.

기업에는 유동자산이 있고 비유동자산이 있습니다. 1년 기준으로 얼마나 빨리 현금화가 가능한지를 두고 가르는데, 이들을 깇초로 한 지표인, 유동비율과 비유동비율은 구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먼저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 부채로 나눈 비율입니다. 반면, 비유동비율은 비유동자산을, 분모를 달리하여 자기자본으로 나눕니다. 분모가 비유동부채가 아니라, 자기자본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에서는 연관 개념을 바로 이어서 설명하는데, 비유동자산을 "비유동부채+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은 "비유동 장기 적합률"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비유동 장기 적합률은 언제나 비유동비율보다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서는 "유동비율과 비유동 장기 적합률은 언제나 반비례한다"고 설명(p136)합니다. 사실 반비례라기보다는, 두 비율의 합이 언제나 2(즉 200%)이므로, 어느 하나가 늘어나면 다른 하나가 산술적으로 줄어드는 정도입니다(반비례는 두 변수의 합이 아니라 곱이 일정한 관계이니까요). 이어서 저자들은 독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하나가 100%를 초과하면 다른 하나는 100% 미만으로 줄어든다고 일러 줍니다. 왜 이런 결과가 항상 성립할까요? 그것은 자산= 부채(유동+비유동) + 자기자본의 등식을 전제로 삼고 이 모든 논의가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지나치게 이자 지불 압박에 시달리지도 않아야 하고, 여차직하면 바로 비용을 조달할 수 있게 유동성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외부적 지표에 지나지 않으며, 기업의 진짜 내실을 정확히 재려면, 이 기업이 자본 일정액을 투입함에 따라 얼마나 많은 수익을 더불어 내는지 그 "생산성"을 가늠해 봐야 합니다. 어쩌면 학자들 사이에 그토록 논의가 분분한 "내재가치"와도 직접 연관을 맺을 수 있는 수치입니다. 책에서는 이를 두고 "자본생산성"으로 표현하며, 특히 그 중에서도 "총 자본 투자 효율"이란 지표를 강조하는데, "부가가치 산출량/총 자본 투입량"으로 계산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래도 각종 지표가 뭘 말하는지 한눈에 잘 이해가 안 되는 독자들을 위해, "A라는 지표가 좋다는 건 회사의 어느어느 부문이 좋다는 뜻이다"라고, 마치 수험서처럼 결론만 딱딱 요약해 놓은(예컨대 pp323~327 등) 부분입니다. 일단 여기부터 먼저 읽고 결론을 정리한 후,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 다시 앞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되새겨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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