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1
김성동 지음 / 솔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성동 선생님은 1970년대에 발표한 불교 소설 <만다라>로 동시대에 큰 충격을 안긴 문제적 작가요 현대한국문학의 거장 중 한 분입니다. <여명의 눈동자> 등 주로 대중적 기호와 트렌드에 절묘히 호응한 김성종 작가님과는 전혀 다른 분이니 오해는 혹 없어야 하겠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대하소설의 주된 테마는 "바둑"입니다. 중국에서는 군자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솜씨로 琴棋書畵(금기서화)를 꼽았는데, 보시다시피 두번째 덕목 중 하나가 바둑 잘 두는 재주입니다. 이처럼 중요시되어 온 바둑이건만, 한국에서는 "주색잡기" 중 하나 정도로 격하되기가 일쑤였습니다. 승부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주의 테크닉에 집착할 게 아니라, 똑같은 군자의 품성을 갖춘 이와 대국(對局)하며 점잖은 소통도 이루고, 자신의 인격 도야 정도도 정직히 드러내 보이는 등 바둑을 통한 학습과 수련의 효과는 의외로 다방면에 걸쳐 있습니다. 요즘도 "미생"이라는 제목의 웹툰과 드라마가 창작, 제작되어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는데, 온라인 게임에 많이 밀리기는 했으나 바둑은 여전히 두뇌 스포츠를 즐기는 우리 민족에게 매우 친숙한 오락이자 문화라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그 시발점이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물론 지난시절의 대작가님들이 남긴 화제작, 걸작이 요즘 자주 재간되는 추세이므로, 또 불과 4년 전쯤 타 출판사에서 김 작가님의 <만다라>가 복간되기도 했으므로 이 대작 역시 그러려니 정도로 여기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조금 경우가 다른 게 이 작품은 총 5권의 대하 소설 분량이며, 후반부는 최근에서야 비로소 완성되어 우리 독자들과 최후의 호흡을 나누는 감격을 맛보았다는 점입니다. 마치 괴테가 그의 대작 <파우스트>를 평생에 걸쳐 빚어내었듯, 김 작가님도 그의 작가 이력을 이 <국수>와 함께 장엄한 마무리를 시도하시는 셈입니다. (물론 우리 독자들이야 선생님께서 오래오래 붓을 잡고 작품을 창작하시길 고대하는 마음입니다만)

이 작품이 연재를 시작한 1991년의 문화일보 지면이라 하면, 당시만 해도 아직 신생 언론이었던 해당 신문사에서, 독자들에게 그 제호에 걸맞을 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은 거장을 모셔와서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게재하고 싶었던 야심찬 의도가 있었습니다. 과연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무지 스케일이 큽니다. 정말로 <미생>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큰코 다칠 만큼 말입니다.

최근에 저는 김홍정의 <금강> 이라든가, 송은일의 <반야>와 같은, 조선 후기 민초들의 삶을 적나라하면서도 구성지게 다룬 대하소설에 푹 몰입해 가며 읽어낸 적이 있습니다. 이 <국수> 역시 구한말의 격동시를 소설 초입의 배경으로 삼는데, 최근 일부 대하사극에서 한국사를 편의대로 왜곡해 다뤘다는 불만도 크게 일기도 했었고, 사심이나 편견 없이 한국 근대사를 연구한 문학의 거장 눈에는 어떻게 투영되었을지 궁금한 분들은 한 번 정도 꼭 읽어 볼 만합니다. 혹시,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셨고 1년 전쯤에 타계하신 박상륭 작가님을 아는 독자라면, 박 작가님처럼 따로 특정 작품을 놓고 "사전"이 출간되었을 만큼 구수한 순우리말이 가득한 이 대하소설에 역시 흠뻑 빠져들 수 있겠네요. (전질 구성 중에 <국수> 사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