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동아시아 평화와 협력을 위한 대화 - JPI PeaceNet 시리즈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총서 37
제주평화연구원 엮음 / 두일디자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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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자들이 그저 추상적인 미래, 막연히 잘되려니 하고 터무니없는 기대를 품게끔, 그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한 요행을 바라는 미지의 장래에 대해 달콤한 말이나 하는 여타의 저서들과 달리, 급    변하는 미래에 자신의 직업과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요긴한 정보를 가득 실어 놓았습니다. 제목을 아예 "4차 산업 혁명에 대비...." 같은 컨셉으로 달아도 어색할 게 조금도 없을 정도네요. 그저 정보만 나열했다면 또하나의 그런 책 정도로 여겼을 건데, 저자의 다양한 상담 체험이 담겨 있을 "미래 디자인하기 방법"이라든가, "질문, 상상, 공유, 실천"의 4단계 이론까지 저자 고유의 "총론"도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책 제목으로 돌아와, 미래를 그저 맞이하기, 남들따라 대세에 잘 휩쓸려가기, 막연하게 기대나 품기 따위가 아닌, 대체 왜 "미래 디자인하기"라야 하는지 다시 확인하고 동의하게 됩니다.

저도 4년 전에 <기적의 토킹스틱>이란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긴 적이 있는데요. 본래 토킹스틱이라는 게 아메리카 원거주민의 소통 수단으로 쓰이던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미국인들 사이에서 재발견되고, 사람들(조직내 구성원이든,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든 원칙적으로는 무방합니다)의 숨은 속내와 민감한 감정의 교류에 효과적이라는 점이 널리 동의를 얻으면서, "월드카페" 방식의 대화법, 담화 양식의 발전에까지 널리 응용되었던 거죠. 영어에서 "디자인"이란 말은 꽤 많은 뜻을 지니는데, 저자께서도 사실 책 전체에 걸쳐 디자이닝을 그런 광범위한 의미 스펙트럼에 다 걸친 맥락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1) 전후 관계, 의제의 범위를 설정하라
2) 대화를 나누기에 화기애애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먼저 조성하라

일단 "나는 어떤 주제를 A란 상황을 전제로 깔고 말하는데, 상대방은 전혀 다른 B에서의 토픽(주제어가 동일해도)을 꺼내면, 이 대화나 토의, 토론은 이미 생산적인 결론을 맺을 가망성이 없습니다. 두 당사자가 열심히 머리를 짜내고 가장 효과적인 발화, 표현 수단을 궁구해서 발언을 해도(또 아무리 사전 준비를 열심히 해 왔어도) 그 노력이 다 소용 없는 겁니다. 일단 어의(語義. definition)의 합의가 이뤄져야만 합니다. 월드카페 토의 방식에서는 이를 "컨텍스트 세팅"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내실 있고 정보와 논거로 가득한 대화면 충분하지, 무슨 그윽하고 안온하고 (심지어) 럭셔리한 분위기가 뭐가 중요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뭐 럭셔리할 필요까진 없어도, 일단 품격 있는 대화를 나누려면 그에 알맞은 환경이 좀 뒷받침될 필요가 있습니다. 월드카페에서는 몇 개의 테이블을 공통 무대로 배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필수라고까지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참여자들의 건전한 양식과 태도, 현재의 맥락을 지닌 지식과 담론적 배경이 더 중요하며, 텅빈 머리에 거짓으로 가득한 혓바닥이 고작이라면 아무리 럭셔리한 세팅이라 해도 결국 뻔한 결론 근방에서만 맴돌다 끝날 것입니다.

백캐스팅이란 결과(미래)를 먼저 상정하고, 그런 결과에 이르려면 역으로 현재 시점으로 소급하기까지 어떤 (역순의) 시나리오가 있겠으며, 이를 위해 어떻게 머리를 맞대어 현재를 구성할지를 놓고 지혜를 모으는 대화 방식입니다. 월드 카페처럼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집단 지성"이 어떤 절차를 잘 꾸며 모두가 만족하고 현실 적용 과정에서도 높은 효율을 보장할 수 있을지, 그 방법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일환으로 고안된 tool로 보면 되겠습니다. 저자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의 활동과 그 토의 과정을 특히 모범으로 들고 있습니다.

미래를 구체적으로 개선하고, 나아가 각자가 꿈꾸는 이상이 제대로 현실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뜻을 같이하는 여러 인재들이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자의 방법론은 이런 인식에 기초를 둔 것이겠구요. 책에는 그 외에도 미래의 도구, 동반자로서의 로봇, 인문의 역할, 혹은 (아까도 뉴스 시간에 큰 문제로 보도된) "스몸비(=스마트폰 좀비)" 이슈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꿈꾸기만 해선 미래가 보장 안 되고,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구체적이고 생생한 정보를 자꾸 접해서 이를 귀납한 후, 보다 실용적인 미래관을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저자의 "디자인론(論)"은 그런 이유에서 더 깊은 울림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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