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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지 않고 읽는 수학 - 개념이 술술 이해되는 ㅣ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26
세야마 시로 지음, 신은주 옮김 / 살림Math / 2009년 2월
평점 :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그처럼 지루하게 0/0 꼴을 피해가는 기법(원리라기보다는 그저 테크닉에 불과합니다)을 배우는 이유는, 실제로 공대 진학하고 나서 이처럼 수학적으로 돌파 불가능한 난관을 요리조리 피해가야 할 경우를 맞닥뜨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처럼 얕은 테크닉은 공대 신입생 시절 비로소 처음으로 몸에 배게 해도 늦지 않으므로, 고등학생 시절에는 보다 사고력을 요하는 쪽으로 커리큘럼을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째 정작 빠져도 될 법한 단순반복 사항은 여전히 남아 있고, 행렬처럼 그나마 입체적 사고를 요하는 단원은 (그저 어렵다는 이유로) 문과 과정에서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이는 현 정부가 아니라 지난 박 정부 중반, 혹은 이명박 정부 후반에 결정된 사항이라서 더 유감스럽기까지 합니다. 아이들 부담은 물론 줄여야 하겠으나 줄일 걸 줄여야지 그나마 사고력 신장과 관련 있는 파트에 부담이 넘어가서는 안 되지요.
요즘 코딩 교육이 유행입니다. 심지어 저희 때에도 방과후 활동으로 초등학교 시절에도 근처 학원에 용역까지 주어 관련 교육을 시키기는 했습니다만, 일반 두루뭉술한 정보(기술) 과목이 아닌 코딩에만 특화한 커리를 의무 교육 과정에 집어넣는 건 전에 있던 시도가 아닙니다. 머리가 지독히 나빠 다 그게 그건 줄 아는 졸혼 노년의 눈에는 그리 보이는 게 무리도 아닌데, 지금은 시절이 좋아서 전혀 훈련받지 못하고 입으로만 다 때우는 망상분자도 어찌어찌 연명을 할 수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씨도 안 먹힐 일입니다.
사실 기계어 구성의 핵심 원리를 전혀 몰라도 구식 소프트웨어 교육 커리에서는 장님 문고리 짚으며 더듬더듬 나아가듯 그저 매뉴얼만 따라 모방해도 어느 정도는 시늉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원리의 확실한 이해가 수반 안 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따라서 코딩뿐 아니라 (코딩보다 훨씬 고난도의 사고력, 논리력을 기를 수 있는) 수학 공부에 아이 미래가 달렸다 생각하시고, 수학에 올인해야 합니다. 수학 잘하는 애가 코딩은 거뜬히 해내어도, 그 역은 절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물론 밑바닥 졸혼 떠돌이의 경우 초딩 수준의 코딩도 당연히 못하고요. (잘하는 건 오로지 숨쉬듯 떠들어대는 거짓말뿐)
0/0 꼴이 나오면 당연히 계산을 멈추고 싶습니다. 수학에서 앞으로도 영원히 재구성 안 될 분야가 바로 0으로 나누는, 혹은 무한대를 적극적으로 정의하는 영역이겠습니다. 그러나 저 0/0은, 겉으로는 분모 0의 꼴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를 포함도 하고 있습니다. 즉, 끝까지 계산을 이어나가도 역시 분모에 0이 남는 경우와, 그게 아니라 분자에도 0(의 인자)가 있기에 둘을 미리 약분해 주면 분모의 0은 깔끔하게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나뉜다는 뜻입니다. 분자에 0이 남는 건 아무 상관 없고, 그저 0으로 명쾌하게 정의가 됩니다.
일반 다항식, 혹은 분수식(유리식)의 경우 상당수가 일정 개성만 파악하면 쉽게 해결이 됩니다. 또 학원가에서는 이런 유형을 훨씬 쉽게 풀 수 있는 여러 편법도 발견하고 있기에, 요걸 몸에 배게 하면 일일이 노가다 계산을 안 해도 사실 암산으로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삼각함수의 경우 좀 복잡한데, 이 역시 중급 레벨의 경우 몇 번 하다 보면 뻔하게 발견되는 패턴이 있으므로 수학 능력이 아니라 기억력만 좋아도 다 풀 수 있습니다.
다만, 흉내쟁이가 아니라 진짜 수학 잘하는 애들의 경우, 이걸 구태여 앞에서 누가 시범을 안 보여 줘도 자기 힘으로 해결하고, 이때 생성된 신기하기까지 한 새 회로를 통해 이보다 훨씬 어려운 다른 문제까지 해결하는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의 경우, 지루하게 반복되는 문제 풀이 드릴링에 애를 맡기면 안 되고, 그 부모님이 참을성을 갖고 혼자 해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힘든 과정을 거친 아이는 정말로 (아이들 전용 자계서 저자로나 등장할 법한) "자기 주도 학습형"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과외 선생이 혹 필요하면 진짜 잘하는 사람 하나만 사서 질문 해답용으로 쓰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