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흐름을 꿰뚫어보는 금리의 미래
박상현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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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환율을 눈여겨 보라, 어떤 이는 금리가 중요하다 등등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각자 중시하는 팩터는 제각기 최우선 순위에 올리는 항목이 다릅니다. 그러나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는 지적이며, 현명한 투자자(라기보다 거의 모든 경제활동 참여자)는 이 모든 사정을 감안하여 의사를 결정하는 법이지요. 내가 죽고사는 문제를 어디 동전던지기 식으로, 한 가지 변수에 전적으로 맡길 수가 있겠습니까.


경제 이슈는 어디까지나 직접 자기 손으로 머리로 정보를 찾고 그를 통해 신중히 내린 판단이 모든 결정과 해답 도출의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루머에 휩쓸려 생돈을 날린 개미라고 해서 일일이 면죄부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불법 파일 공유하다 최초 업로더와 덩달아 쇠고랑을 차는 한심한 인생처럼, 어리석고 못난 판단의 결과는 애도 아니고 성인인 이상 자신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마땅한 법입니다. 하물며 개미 축에 끼지도 못하는 밑바닥 피라미가 그 무지와 지려천박만을 핑계 삼아 무슨 자동 사면을 받을 턱이 있겠습니까. 공부를 하고 어디 끼어도 끼어야 낭패를 안 당할 텐데, 공부를 할 머리가 애초에 안 되니 딴에는 딱하기도 합니다. 하긴 중등 기초 대수학, 함수도 모르는 인간이 IT 전문가를 사칭하는 세상이니 딱히 놀라거나 할 일도 아니긴 합니다만.

저금리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지 근 이십 년이 넘어갑니다. 과거에는 하다못해 시중은행 정기예금만 잘 들어두어도 일정 수익이 보장되던 세상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어림도 없습니다. 무지의 영역에 대해 도매금으로 "몰라도 되며 모르고 싶은" 범주에 집어 넣는 밑바닥 인생이 아닌, 정상적인 경제 활동 참여자들은 그래서 "경제 공부"를 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금리 이슈는, 어디어디가 좋은 조건이라더라 같은 카더라 영역이 아니라, 현재 미국에서 가파르게 오르는 중인 금리의 낌새가 심상치 않으며, 이 징후가 향후 경제의 전 영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점쳐 보는 유익한 논의입니다. 금리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장차 닥쳐올 후과를 명백히 예고하는 지표이며, 그를 넘어 스스로가 경제 프레임을 시초적으로 형성하는 유력 독립변수이기까지 합니다.

지금 이런 특수 국면(트럼프 행정부가 은근 조장하는 듯한, 호황을 넘어 거품 국면)이 아니라도, 과거 오바마나 부시 행정부에서도 그린스펀이나 버냉키 같은 이가 금리에 대해 어떻게 입을 뗄지 지켜만 보는 풍조가 언제나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를 넘어, 이처럼 심상찮게 오르는 금리가 향후 터져도 크게 터질지 모르는 거품의 징조가 아닌지 걱정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사실 어제만 해도 전월의 미국 무역 수지 현황을 알리는 뉴스가 나오자 다들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어떤 이는 이야말로 미국 가계 수입(revenue)이 늘어나 활발한 소비를 보이는 좋은 징후라고 주장하며, 어떤 이는 상대국 물품에 관세를 부과했는데 오히려 적자 폭이 늘어났다는 게 정상이냐며, 내수가 늘어나지 않고 빚(기본적으로,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가 누리는 이점입니다)에 기대어 대외 소비(import)를 줄일 줄 모르는 미국의 고질적인 악성 체질, 풍조를 거론하며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미국 경제가 건실해지려면 저 비판자의 논지대로 "내수가 늘어나야 정상"인데, 지표상 명백히 그렇지를 못합니다. 이 대목은 누구 입장에서도 반박이 어려운 엄연한 팩트에 속합니다. 다만, 지금은 관세 전쟁의 아직 초입이고 트럼프가 중국산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는 그전부터 여러 번 있었으니 가격이 오르기 전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도 있었겠음을 고려는 해야 할 듯합니다. 다음달 정도는 되어야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 혹은 져도 누가 더 크게 졌는지 윤곽이 드러나겠네요.

저자는 특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조짐인 현 미국 금리에 대해 깊은우려를 드러냅니다. 요즘 세대들은 2008년의 그 끔찍한 글로벌 경제 붕괴 위기만 기억하겠지만, 1987년 10월에도 느닷 주가가 20%나 폭락하여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에 암운을 드리운 적이 있습니다. 저 경우는 거품의 붕괴라기보다 주가 하락 헷징 상품이 (말이 씨가 된다고) 진짜 하락을 부채질한 걸로 드러나긴 했습니다만, 여튼 모든 주가 폭락은 시장이 거품(작건 크건 간에)에 대해 내리는 일종의 심판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요즘 미국 증시 너무 강세라서 좋다"며 입을 모으지만, 이게 과연 건실한 생산력이 뒷받침된 결과인지, 그저 트럼프의 펌프질이 빚은 거품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건실한 생산력"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건 "그것이 없을 경우 헛바람을 탄 호황 가면은 반드시 모두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기고야 만다"는 역사의 교훈입니다. 하긴 사람이 잘못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 어디 얼렁뚱땅 넘어가고 마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겠습니까. 분수를 넘는 욕심과 만용이야말로 죄 중에 가장 큰 죄이며, 분수를 파악하는 과제 자체가 밑바닥에게는 가장 어렵다고나 하겠습니다.

트럼프가 현재 펼치는 정책의 기조랄까 의도는 명백합니다. 세금을 줄여 주고, 규제를 풀고, IT 기업보다는 제조업 쪽에 혜택을 주어 고용을 늘리고 경기를 대폭 띄우겠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연방정부 입장에서 보면 세수가 (단기적으로는) 분명 감소합니다. 과거에도 미국은 오일쇼크가 불러온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1970년대) 때문에, 폴 볼커 연준 의장 같은 이가 대폭 금리를 올려 일단 과하게 풀린 달러를 대거 회수해 들인 적이 있습니다. 이때 직격탄을 맞았던(당장 대출금리가 십 몇 퍼센트가 동반상승했다고 가정하면 월급쟁이들이 얼마나 힘들어질지 생각해 보세요) 미국 중산층이 심한 고초를 겪기도 했고 당장 경기침체의 수렁에 빠져들기는 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금리 상승이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은 이를 두고 이르는 것입니다. 허나 만약, 일시적으로 활력과 동기가 부여되기는 한 미국 제조업이 (아직은 금리가 상승하기 전인) 이 국면에서 성장의 한 발판을 마련하기라도 하면,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한번 크게 거둬들여진 거품이 제거도 되었겠다 "진짜 실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론적인 강세 달러 요인과 현실적인 달러 약세 요인"이 묘하게 충돌하는 국면에서, 과연 강달러 팩터와 세계 경제 위기의 동반 엄습이라는 과거의 불길한 패턴이 반복될지 다소의 우려를 제기합니다.

한국처럼 규모가 작고 철저히 개방된 데다 대외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경제에서, 미국 아니라 중국이 기침 한 번만 해도 즉시 감기가 아닌 폐렴에 걸릴 만한 판에 이런 국제 경제의 심상찮은 조짐에 눈 감고 지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저자는 "기준 금리의 한미 양국 역전 현상"에 주목하라고 합니다. 한국 같은 나라가 미국보다 오히려 금리가 낮다는 게 정상이 아닌데, 사실 이번에도 연율 적용으로 부풀려진 경향이 없지 않다고는 합니다만(이 역시 단순네제곱 요인만 제거한다고 보정이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의 통계 산정이 수십년 간 일관되게 이어져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현실을 그 나름대로 반영한다고 봐야 합니다) 가뜩이나 성장 저조에 시달리는 한국이, 국내 정책상의 자체 이유가 아닌, 그저 미국 고금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린다면, 그에 따른 파장이 매우 심각하리라는 것 정도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설령 피할 수 없는 경제 대재앙이라 해도(그런 일은 물론 없어야겠지만요) 현명한 경제주체가 각자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냉철히 파악하여 자기 방어는 일일이 자신이 해 낸다면 그 피해가 최소화합니다. 오로지 해로운 건, 소문과 루머에 따라 자신도 망치고 남도 망치는 밑바닥 부회뇌동 패거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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