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무엇에 집중하는가 - 성장 기업의 세 가지 조건
신경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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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성해야 할 과제는 많은데, 역량과 자원, 심지어 시간마저도 어느 기업에게나 제한된 게 현실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해 온 베테랑들(루머에 죽고사는 초보자들이 아닌, 몇 대째 고유의 감과 통찰을 길러 온)은 이렇게 말합니다. "증권맨들이 우리보다 아는 건 더 많아. 그런데 쓸데없는 것까지 많이 알지. 반면 우리는 필요한 것만 알거든." 물론 아는 게 오직 풍문과 헛욕심뿐이라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에까지 가담하게 되는 입만 산 어느 한심한 인생과 비교할 건 아닙니다. 확실히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세상, 딱 필요한 사항에만 집중하는 미덕은 어느 개인, 어느 기업에나 절실히 요구됩니다.

분명 나를 둘러싼 현실은 변화하고 있다는 걸 아는데, 이런 현실을 올바로 직시하고 그에 적응하기란 정말 어려운 과제입니다. 어떤 사람은 "북 스마트 유형"입니다. 책에서 보고 배운 것을 절대시하며 인식과 행동화의 알고리즘도 잘 작동하지만 막상 현실의 변수가 급격히 바뀔 때 이에 적시 적응하는 일을 잘 못합니다. 반면 "스트리트 스마트 유형"도 있는데, 물론 현실에서 닳고 닳았기에 잘 발달한 "일머리"를 활용하여 당면한 현실적 과제를 척척 헤쳐나가는 일에 능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겪은 매우 협소한 범위의 체험을 지나치게 일반화,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p59)


요즘은 아무리 후미진(혹은, 종래 그렇게 잘못 인식되었던) 고장이라 해도 각 지역의 특색과 개성에 맞춰 재미난 축제를 꾸려 내어 외부인의 관심을 모으려 애씁니다. 이것이 해당 지역의 경제가 살아남는 길이며, 토착 거주민들 자신에게도 정체성을 새롭게 부각하여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식입니다.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던 말이 "이봐, 해 봤어?"였다고 하죠. 고구마로 유명한 함평의 이석형 전 군수는 "이런 후미진 곳까지 곤충을 보러 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같은 회의적 시각에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 "나비가 없으면 타 지역에서 공수해서 들여오면 되지!" 같은 낙천적인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습니다. 이처럼이나 그 시작이 미미했던 함평 나비 축제는 지금 세계적인 행사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습니다.

"out of box"란 기존의 체념적 타성에서 벗어나, 아무도 시도 않던 방법을 과감히 채용하여 기어이 혁신을 이루고 마는 어떤 마인드셋을 가리킵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일궈낸 "싱글스데이" 행사, 위에서 예거한 "3무의 고장 함평"이 처음으로 이뤄낸 성과 등은, 모두 이 "out of box" 같은 필사적인 도전 정신이 일궈낸 멋진 돌파와 성공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 자신감 지수" 같은 걸 매 기간마다 산정하고, 심지어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 예산의 일정 부분을 들여 홍보 활동도 벌인다고 합니다. 이런 정책은 물론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진리는, "확신이 부족하면 사람들은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번 2018 피파 월드컵 기간에도 우리는 TV 화면을 통해 경기장 펜스에 둘러쳐진 현대 자동차 광고를 자주 구경했습니다만, 2009년 슈퍼볼 당시 현대는 이런 광고를 즉석에서 론칭했다고 합니다.

"혹시 당신이 직장에서 해고되어 신용 등급이 내려가더라도, 그 전 해에 현대차를 산 고객은 그에 무관하게 차를 반환할 수 있습니다."

참 기발합니다. 마케팅의 핵심, 본질이 어디 있어야 하는지를 잘 예시해 주는 문구, 사례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최악의 사태"를 항상 상정하고 오늘의 선택 내용을 채워 나갑니다. 2009년이면 아직도 "R(리세션의 약자)의 공포"가 미국인들의 마음을 어둡게 짓누를 시절입니다. 슈퍼볼을 구경하러 온 이들 역시 마음이 편해서 비싼 돈 내고 경기장까지 찾아온 건 아니었겠으며, 집에서 이를 TV로 시청하는 이들 역시 "그저 오늘도 내일도 어제의 현상이나 유지하는 날들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거대한 행사를 (예년처럼) 보고 있었을 터입니다. 여태 해 오던 습관에 푹 빠져 있으면 재앙도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안타깝기까지 한 심리도 분명 작용하죠. 헌데, 이런 이들에게 마치 그 마음을 읽었다는 듯 한 줄 띄운 저 광고가 얼마나 큰 효력을 발휘했겠습니까.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 생각에 우리는 아직도 "상대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마케팅이 신기술개발보다 더 우위에 놓인" 그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이치를 생각하면,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또 집중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는 답이 나오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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