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 :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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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롱느뷔의 "레오나" 시리즈 세번째입니다. 앞선 1, 2권과 마찬가지로 자신감 가득한 표정,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 나이를 잘 알 수 없는(사실은, 꽤 드신 분이죠) 시크한 이미지와 날씬한 용모의 작가 사진이, 둘러진 띠지에 선명히 잘 나와 있습니다. 1, 2권을 안 읽으신 분들은 구태여 전편을 먼저 찾아 읽을 필요는 없지만(책을 그렇게 쓰는 베스트셀러 장르 작가는 없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나면 자연스럽게 전작들에 손이 갈 테고, 만약 읽은 이들이라면 이 3권을 도저히 피해갈 방법이 없을 겁니다.

레오나처럼 소신 뚜렷하고 타협을 모르고 강단 있는 여성이 어떻게 이런 조직(경찰)에서 버틸까(그냥 버티는 정도가 아니라 동료, 상관에게 두루 인정 받고 일정 지위도 확보한)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소신과 능력을 겸한 것과 그저 부적응자일 뿐인 것은 큰 차이가 난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도 됩니다. 도무지 제멋대로이고 자신만의 폐쇄적인(앞뒤가 맞지도 않는) 세계에 빠져있는 타입은 그저 부적응자일 뿐인데, 이런 타입도 일일이 주변에 반항하며 여튼 정직한 에고를 노출하는 유형이 있고, 대외용 자아와 진짜 에고를 분리시켜 겉으로는 아주 비굴한 아부로 때우다가 결국 실체가 들켜 조직에서 쫓겨나는 유형이 있으며, 눈치를 살펴 강자에게는 선택적으로 굴신하고(말할 수 없이 비굴한데, 그 정도가 지나쳐 지켜보기에 좀 놀라울 정도입니다) 약자다 싶으면 마구 함부로 굴다 상황 판단이 오산이었을 경우 비참한 응징을 당하고 상처회복을 위해 "어린이 모드(아무도 안 속는 자기기만)"로 돌아가는 유형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레오나는 이 셋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훌륭한 적응자, 위너 스타일이지만, 우리 독자들도 아직 모르는(대충 감은 잡는) 어두운 과거가 있습니다. 이 과거가 그녀의 발목을 잡도록 게임에서 질지, 멋지게 수렁에서 빠져나올지는 물론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레오나가 특히 이 세번째 작품 중에서 "사회적 약자를 노리는 연쇄 범행"과 집중적으로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이들은 노숙자 등 사회 위계 구조에서 최하위에 놓인 불쌍한 자들입니다. 레오나는 우리가 전편들에서 잘 봐 와서 알듯, 또 스스로를 그렇게 평하기도 하지만, "어딘가 감정이 좀 부족한 타입"입니다. 하긴 풍부한 감성을 타고났다 해도 그런 조직에서 그처럼 오래 비비다 보면(?) 자연 몇 군데는 죽고 몇 군데는 무뎌지기 마련이죠. 남자 같으면 천성이 그러니 넘어가는데 여성에게 감성을 희생한다는 건 꽤 가격이 비싼 선택입니다. 이럴 때 뭔가 손해 봤다는 느낌을 면하려면 "아, 난 타고나기를 그리 태어났나 보다."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게 현명할 수도 있겠는데, 레오나가 어느 쪽인지는 또 뭐 우리 독자 모두가 잘 아는 편입니다.

이런 레오나이지만, 달리는 열차 앞에 놓여(처음에는 자살 시도인 줄) 비참한 죽음을 맞은 어느 여인, 이어서 드러나는 연쇄 살인 범죄 앞에서 "왜 이들은 가장 취약한 이들을 상대로 몹쓸 짓을 저지르는가?" 같은 분노를 격하게 느낍니다. 물론 우리가 잘 알듯 혹 내면에서 엄청난 분노가 일어도 이를 표출하는 그녀의 방식은 언제나 침착하고, 또 그 결과를 따져 보면 효율적이기까지 합니다(그러니 부럽죠).

언제나 그래 왔듯 레오나는 수사의 정석을 밟아 기관사(여성입니다. 하긴 우리 나라도 여성 버스 기사분, 전철 조종기사 등이 무척 많고 이런 분들이 섬세하기까지 해서 자기 직분을 잘 수행하는 편입니다)를 찾아갑니다. "어떤 상황이었죠?" "자살을 시도하려다 나중에 마음을 바꾼 것 같았어요. 제동거리가 너무 길어서...." "여성인 줄 바로 알 수 있었다는 말인가요?" "아뇨, 나중에 '비현실적으로 변한' 시신을 보고서야..." 어디까지가 증인의 평가, 감정이고 어디서부터가 팩트인지 잘 가려 듣는 건 그녀에게 이제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여성 기사에게, 폭력적인 남편이 있었나 봅니다. "이 미친 경찰년, 당장 내 집에서 나가지 못해?" 사실 여기서 레오나가 쓰는 "제압 방법"은 통쾌하긴 하나 과연 후환이 없을까 싶은 좀 미심쩍은 수완이긴 한데, 여튼 놈이 워낙 바보라서 통하긴 했나 봅니다. 레오나는 이 장면뿐 아니라 언제나 대응 방법을 선택함에 있어서 판단이 빠르고 정확한 편입니다. 레오나는 이 장면에서처럼 "찌질한 남자"들을 다루는 데에만 능숙한 게 아니라, 조직 내 자기 상관처럼 "성공했고 유능한 남자"들을 놓고도 역시 속을 훤히 들여다보며 적당히 잘 다루거나, 정 힘에 부친다 싶으면 그냥 물러선 자신의 내면이라도 다독이는 재주가 있습니다. 이 선을 잘 넘나들어야 여성들이 조직 안에서 성공할 수 있는데(무조건 양보해서도 안 되고 무조건 개겨서도 안되는), 하긴 이런 이치가 어디 여성들에게만 해당하겠습니까.

이런 레오나에게 무슨 약점이 있을까 싶은데, 있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남자 다비드인데, 이혼도 거치고 여러 번 신산을 맛본 그녀로서는, 제 인생의 보다 이른 국면에 진즉 만났어야 했을(=인생이 덜 꼬였을) 이성이었습니다. 야물딱지고 빈틈없어 보여도 이상하게 허술한 남자한테 크러시되어 정신 못 차리는 딱한 여성들도 종종 봅니다만, 다비드는 그렇지는 않으나 여튼 레오나가 그에게 좀 과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다비드가 이 작품에선, 말하자면 언더커버 비슷하게, 못된 놈들 사이에 침투하여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낸다는 식입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을 몹시도 싫어하는 레오나이지만(이런 여성들이 경찰에 투신해야 우리 나라의 장래가 밝을 텐데....) 범죄자들에 대해 필요 이상의 폭력을 휘두르며 제압(이 아닌 개인적 응징)을 하려 들지는 않습니다(그래도 될텐데 ㅋ). 여기서도 야밤에 산에서 잡은 두 놈을 두고, 딱 필요한 만큼만 "결박"하곤 돈과 증거를 챙겨 몸을 피하죠. 한 놈이 레오나의 위력에 지나치게 위축되어 숨도 못 쉬고 고개를 처박자, 혹시 어디 탈이라도 났나 싶은 걱정에 상태 체크까지 하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에선 절로 웃음이 납니다. 레오나를 만나는 모든 범죄자들이 이처럼 상황 판단이 빠르게 되면 좋으련만(그녀나 그들 자신에게나 공히 말이죠).

여기서도 우리를 사로잡는 다른 캐릭터로는 알렉산드라가 있습니다. 사실 제 생각으론 작가 롱느뷔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이 셋(이라 함은, 레오나, 다비드, 알렉산드라)에 나눠 담지 않았나 싶은데, 1인칭 주인공 레오나는 능력, 다비드는 "누군가가 나에게 확 꽂혀 나만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진짜 욕구", 그리고 알렉산드라는 소수인종으로서의 피부색, 취약한 출발점, 뭐 이렇게 말입니다. 여튼 표면적으로 불량배들의 일탈 범죄로 보이는 이 불쾌한 현상들 이면에 엄청난 음모가 숨어 있었음을 추적해 가는 과정의 후련함이 작품의 키 포인트이지만, 역량 있는 장르 작가는 이처럼 여러 주변 장치까지 풍성하게 마련하여 픽션의 세계 그 깊이를 더하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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