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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적분과 벡터해석
박종안 외 지음 / 북스힐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대체로
대학 교과서들은 지나친 수식적 엄밀함을 동원하여 설명을 해 나가므로 초심자, 혹은 갓 대학 학부 수준 수학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한편으로 학부 수준 수학이라 해도 이미 고교 시절부터 상당한 소양을 쌓았거나 특출한 적성을
보유한 이들이 이 과목을 수강하는 게 보통이므로, 다른 과목과 달리 수학은 초보자의 사정을 봐 주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내용 전개가
이뤄지는 게 사실입니다. 타 분야에서는 "힘들지? 호~호~" 하며 어린이 돌보듯 배려하는 대중서도 많으나, 수학은 그런 책이
좀처럼 쓰여지지도 않습니다. (구태여 찾자면 예전 김용운 교수님 형제분이 쓰신 학생용 책들이 있긴 합니다)
해석학(철학의
그 해석학이 아닙니다) 역시 차분히 한 걸음씩 떼어가며 자신만의 자질을 닦아 나가려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좌절을 안기기 일쑤이니,
몇 페이지 넘겨 보고 "어 재밌군?" 같은 느낌이 바로 와 닿지 않으면 아예 시도도 않는 편이 낫습니다. 어떤 분들은 학창
시절에 수학을 소홀히했던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지 사회인이 된지 오래인데도 늦게나마 도전해 보고 싶어하기도 하는데, 그 의기는
멋지지만 성과가 잘 나지 않으므로 시도 후 괜히 마음에 상처만 더 커지는(?) 데다, 애써 머리에 몇 가지 지식을 넣는다 해도
어디 마땅히 쓸 데도 없습니다.
그래도
공학도들, 혹은 여러 이유로 수학과에 적(籍)을 두게 된 이라면. 수학이라는 기초 위에 지식의 체계를 쌓아 나가야만 하며 이
길을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친절하게 이 분야 입문을 도와 주는 책이 필요한데, 초심자에게 도무지 친절하려야 할
수가 없는 구조적, 숙명적 난점을 그나마 최대한 완화해 주는 교재가 이만큼 성의를 보이기도 드물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학부 초보 수준에서, 이 책 p43 이하에 본격적으로논의되는 "음함수의 미분법" 만큼 활용도가 높은 정리가 또
없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예컨대 치환적분 같은 것도, 치환적분(이 책 p118 이하에서 다룹니다)의 기본 테크닉에 너무 의존
않고도, 음함수의 미분 기초 원리만 갖고서도 어찌어찌 풀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을 자기 힘만으로 생각해 낼 정도면 영재
소리를 들어 마땅한데, 그렇다 쳐도 이후 과정을 보며 아 이 방법이 훨씬 편리하구나 싶으면 다시는 그런 원시적인 수단에 의존
않게도 되죠.
한국에서는
선행학습이다 뭐다 해서 너무 문제 풀이 위주로 진도 빼기 경쟁을 하다보니, 웬만큼 잘하는 학생들(수학 영재가 아닌 공부 잘 하는
공대생 정도 레벨)도 그냥 죽지 못해 진도에 끌려 가는 고역을 겪곤 합니다. 수학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가며 자신만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쾌감이 다른 영역에서는 도무지 맛볼 수 없는 성격인데, 너무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우등생들도 이 상쾌한 지점을
종종 잊습니다. 그래서, 수식(數式)을 너무 강조하지 않고 이처럼 최대한 말과 직관으로 풀어주는 책이 더 필요하기도 합니다.
부분적분은
꽤나 기교적입니다. 하나의 법칙이라기보다는 계산 과정에서의 테크닉에 가깝죠. 미분을 배울 때 처음 다루는 게 곱미분입니다. 두
식의 곱으로 이뤄진 함수는, 하나씩 미분하고 다른 하나는 원 상태를 유지한 후, 도출되는 둘을 합으로 표현한 게 그 도함수라는
원리 말입니다. 그건 또 어떻게 해서 그런 게 나오냐고 묻는다면, 뉴턴이 처음 제시한 "극한을 통해 도함수를 유도하는 방법"을
아주 교과서적으로 차분히 되짚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여튼
이 곱미분의 원리를 이용하여, 까다로운 모습을 띤 함수를 (미분의 반대 과정으로) 적분해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쉽사리 적분 못
하는 함수도 부지기수이나, 여튼 비교적 손쉽게 적분할 수 있게 애초에 세팅이 된 함수라면 괜히 뺑뺑 돌아가지 않고 이
"부분적분법"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원리는, 로그함수, 다항함수, 삼각함수, 지수함수의 우선 순위를 둔 후, 이들 모양에
최대한 가까운 걸 f(x)로, 다른 남은 하나를 g'(x)로 놓고(기호는 저것들 아닌 다른 뭐로 삼아도 무방합니다), 곱미분
원리의 역(逆)에서 나온 대로 정해진 공식에 그저 대입하는 것입니다. g'(x)는 나중에 원함수인 g(x)로 돌려야 하므로,
가능하면 적분이 가장 편하게 이뤄질 만한 식과 매칭시켜야 이후 계산에 힘이 덜 든다는 점에 착안했죠. 앞에서도 말했듯 어떤
법칙이라기보다 계산상의 요령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