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히 사적 영역인 회사에서 장부를 쓰는데 획일적인 기준을 왜
강요받냐고 묻는 사업가들도 있습니다. 맞는 말씀이나, 해당 기업이 공개시장에 상장되거나 한다면 이땐 또 경우가 다르죠. (지금
세무 이슈는 일단 논외로 하고라도요) 투자자나 일반 주주들은, 이 기업이 과연 믿고 투자할 만한 기업인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세밀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사장님이나 관계자 말만 믿고 결정할 수 없고, (그 유명한 표현인)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한
회계 관행"에 따라 장부와 보고서가 작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국제표준에 맞춘 기업회계기준을 너무 엄격히 적용하면 업무에 지장을 입을 우려가 있습니다. 아무리 회계 기법이
대중화해 가는 현실이라 해도, 여전히 대부분(기업인, 경영인들 포함)은 복잡한 기장 테크닉에 낯설어합니다. 회계 전문 인력이 많이
공급되는 요즘이지만 fee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이 과정에서 혹 업무비밀 등이 노출되는 건 아닌지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공연한
기우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때문에, 다소 때늦은 감이 있으나, 2013년 2월 1일에 중소기업회계기준이 제정, 공표되어
중소기업만의 특례(완화된 원칙)를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회계기준은 그 자체로 강제력 있는 법규가 아니지만, 많은 실정법에서
이를 원용하기에 사실상 법규처럼 통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제정
당시 두드러진 특례 중 하나는, 이른바 장기 할부 매출의 경우, "1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할부매출은 할부금
회수기일이 도래한 날에 실현되는 것으로 할 수 있게" 허용한 규정입니다. 보통 기간이 경과할 때마다 할인차금을 환입해 가며
매출원가 계정에 채워 나가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아예 처리 원칙 자체를 이처럼 완화했다는 게 눈에 띄죠.
물론 대기업 실무에서도 일일이 할인차금을 설정하고 현가로 할인하여 기입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편법(?)이 허용되는 건, 회계상의
원칙 중에도 이른바 "중요성의 원칙"이란 게 있어서, 너무도 자질구레한 건 무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진행기준/완성기준의 엄격한 준별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이뤄지지 않는 편이죠.
이
중소기업 회계 기준은 그간 꾸준히 개정도 되었는데, 가장 중요한 사항은 2017년에 이뤄진 31장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증권 중 시장성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 취득원가로 평가할 수 있다." 같은 게 대표적인데, 그간 지분법 연결회계를
도입하여 자산 은닉이나 과소평가를 막으려 했던 추세와는 크게 다르죠. 갈수록 힘들어지는 중소기업 생태계의 척박화를 고려하면 사실
당연한 정책적 배려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