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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경제 - 소비자의 틈새시간을 파고드는 모바일 전략
이선 터시 지음, 문세원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아마존닷컴의
성공 요인을 흔히 "롱테일 마케팅"에서 찾죠. 버려지는 듯한 사소한 부분들을 모아모아 공략하면 의외로 큰 셰어를 확보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확실히 웹 진열의 장점은 별의별 희한한 수요를 가진 고객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으지 않고도 효과적인 청약, 판매가
가능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한편, 이토록이나 쓸모 있던 많은 부분이 그동안 무의미하게 버려졌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도 됩니다.
사실
이런 각성은 우리 일상의 작은 습관, 그 개선으로 이어져야 마땅합니다. 어느 자계서를 읽어 봐도 대가(大家), 부자들의 결론은
얼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모아집니다. 미국식 개척, 자조(自助) 정신의 원조로 여겨지는 벤자민 프랭클린 역시 그
자서전 상당 챕터들의 소결론은 바로 "Time is Money"입니다. 나면서부터 부모님께 물려받는 재산이야 개인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시간만큼은 누구나 공평하지 않습니까. 어디 몸이 불편한 데가 있다면 그런 분들이야 자신의 시간을 자신의 요량대로 쓸
수 없다고나 하지만, 사지놀림이 원활한 이가 공기처럼 넉넉히 주어진 자기 시간 관리 하나를 못 한다고 하면 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장 이 글을 쓰는 저부터도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가 많은 경제활동인구의 시간, 그 중에서도 특히 10대, 20대 등 젊은 층의 시간을 뺏는다고는 하지만 저자의 관점에 의하면
특히 "회사 휴게실의 장점에 (중략) 이동성과 옵션을 크게 더하는(증가시키는)" 면이 크다고 합니다(p89). 우리하고는 조금
정서가 다른 대목도 있고, 아마도 여기서 근로자는 사무직이 아니라 육체 노동자에 좀 가까운 듯합니다만, 여튼 휴게실에서 이른바
"미디어 군것질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저자의 관점으로는 이게 더 중요한데) "사교(社交)의 정치학을 피해갈 수 있다"는
거죠. 이것이 지시하는 정확한 맥락은 몇 페이지 앞에서 발견됩니다. "일터란, 다양한 인종과 사회적 지위가 만나 충돌하는 자리인
동시에 동료의 개인사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자리다." (p85)
서평
서두를 이 토픽으로 꺼낸 건 지극히 당연한 게, 심지어 시간 관리의 달인이자 100달러짜리 지폐의 주인공인 벤자민
프랭클린마저도알 수 없었을,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인해 획기적 전환점(저자의 관점이자 동시에 우리 일반 독자들의 상식이기도
하죠)을 맞게 되었다는 게 이 책의 주요 논지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주요 포인트야 물론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이지만,
그 외에도 페이스북이 선보인 뉴스피드 기능 따위가, "개인별로 맞춤화한 뉴스 제공자 역할을 하도록 재설계해, 사용자의 소셜
네트워크 안 활동을 보도하고, 사람들에 관한 유의미한 정보와 그들이 공유하기로 한 정보를 강조해 표시"할 수 있게 도왔다고
평가합니다(p61). 이게 바로, 예컨대 한국에서 처음 론칭된 "싸이월드" 같은 데서 저들을 결국 따라잡지 못했던 기술상의 패착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도
아프리카나 유튜브 등 개인 방송 전문 플랫폼이 대단한 활황을 띠고 있는데, 지상파 채널이나 케이블 TV의 뻔한 편성에 물린 이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 떠나는 기착지가 바로 이런 곳들입니다. 최근에는 케이블 채널에서도 이런 온라인상의 개인 방송 중 인기 있는
것들을 모아 보여 주는데 DIA TV 같은 것이 그 대표입니다. 사실 방송과 "틈새 시장"은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미국 사례 중 심야 방송 같은 걸 그런 통념을 깬 좋은 예로 듭니다. 우리가 잘 아는 코난 오브라이언 같은 이가 진행하는
쇼도 그러하며, 심야 시간대는 아니지만 이번에 방탄소년단을 (여러 번) 초청한 엘런 드제너러스 쇼 역기 성(性) 소수자를
배려하다 메이저로 성장한 케이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BTS 역시 미국에서는 그닥 주류 취향이 아닌데 여러 마이너들의 지지가
모이고 모여 이런 성공이 가능하지 않았을지 그냥 저 혼자서 생각해 봤습니다. 훨씬 앞선 시기 프랑스 등에서 SM의 아이돌들도
결국 그런 과정으로 인기를 얻었고 말이죠.
우리
나라에서는 "청춘 낙서"라고 번역된 영화 <American Graffiti>의 경우 자동차가 미국인들의 일상에서
가지는 의의가 얼마나 큰지환기하는 예로써 저자는 들고 있습니다. 출퇴근 과정에 자동차가 벗이 된지야 꽤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모바일 기기가 발명, 보급됨에 따라 비로소 사람들은 이 짜투리 공간,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장악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의미
부여합니다. 반면, 어떤 이들은 모바일 기기 때문에 오히려 "근무 시간이 늘어나(p135)" 직장 밖에서까지 상사나 동료와
접촉하며 업무에 종속되었다는 지적도 큰 설득력을 가집니다. 이 때문에 한국 대기업들도 "퇴근 후 단톡 금지" 등을 명시적 지침으로
정하는 게 어느덧 관행이 되었.., 지만 실상은 여전히.... 여튼 어제 후보 토론회에서도 드러났듯,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모바일 덕에 해방된(혹은, 비로소 손 안에 들어온) 각종 짜투리 시간을 어떻게활용할지에 그 관건이 놓였다고 하겠습니다.
모바일 기기 덕분에 손 안에서 갖고 놀 장난감이 많아진 사실에 환호할 게 결코 아니라, 오히려 지금부터 다시 (경제적)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세컨 챈스가 주어졌다는 점에 긴장을 해야 할 일입니다.
"캐쥬얼
게임"이란, 온라인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논자에 따르면 따로 참여 방법이나 규칙을 배울 필요가 없는 간단한 구조의 게임을
말하는데, 더 파고들 것도 없이 우리가 정말로 짜투리 시간에 즐기는 숱한 스마트폰 게임을 뜻하겠습니다. 정말로 "캐주얼"하게 발을
들여 놓고 즐기려면 반드시 모바일 기반이라야 가능하겠는데, 사실 이보다 더 "틈새경제"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예는 아마도 없을
듯합니다. 중요한 건, 게임 개발자가 아닌데도 그저 플랫폼만 깔고서 더 이상의 지적 자원 투입 없이(물론 있기야 있지만) 자릿세만
받아먹는 구글(구글 플레이), 애플(앱스토어) 등의 수완, 혹은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대단하다는 겁니다. 전철을 한번 타
보십시오. 60대 노인까지 (고도리든 뭐든) 반드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전에 없던 고수익 시장을 개척한
예가 앞으로 또 생길까요? 치킨 안 시켜 먹는 사람은 있어도 게임으로 시간 안 죽이는 사람은 없다시피합니다.
영리한
사람은 오히려 여기에 더 주목할 겁니다. "나는 구글이나 애플의 호갱 노릇을 하지 않겠다." 파편처럼 흩어지는 시간을 모아모아
나만의 능력 계발, 예컨대 어학 학습이나 코딩 같은 데 쓰면 얼마나 유능한 인적 자원이 될까요? 가만 내버려 두면 장마철 빗물처럼
의미 없이(때로는 재앙으로 바뀌기도 하는) 짜투리 시간을 살뜰히 모아, 내 일생 동안 발전을 가로막은 몇몇 요소를 제거하는 데
투자한다면, 꼭 소득의 증가로 이어져야 그게 보람이 아니라, (모 후보가 그리 강조하는 것처럼)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질 겁니다.
벤자민 프랭클린 등 자계서 고전들의 오랜 철칙이 다시 재확인될 뿐 아니라, 이제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까지 예비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