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IT 트렌드 따라잡기 - 보통신기술 ICT융합, 0과 1 알고리즘을 더블클릭하다
오컴 외 지음 / 살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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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컴"은 이 저자분들(혹은 집필 커뮤니티)의 필명(pseudonym)인데 더 자세한 정보는 책에 안 나옵니다. 통신사와 스타트업에서 요금 설계를 담당했다는 분,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연구교수 재직 중인 분,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품질관리 및 개발프로세스 업무를 담당하는 분 등 다양한 구성입니다. 저도 재작년(2016)에 이분들이 쓰신 <스타트업 코리아>를 읽고 제 블로그에 서평을 남긴 적 있습니다.

"수확 체감(遞減)의 법칙"은 150여년 전 초창기 고전파 경제학의 토대를 이룬 도그마 중 하나이며, 20세기 중반에도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에도 언급되었을 만큼(물론 그는 경제학자이긴 하나 일차로 저널리스트였으니 이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확 체감의 법칙이 처음으로 그 타당성에 도전받기 시작한 건 정보화 혁명이 본격 전개되고부터인데, 요즘은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 때문에 더욱 회의적인 시선으로 관측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아직은 만들어진 개념"이라 규정하는 태도가 흥미롭습니다. 완전히 이뤄지지도 않은, 그저 전망에 불과한 여러 미래상을 두고 지나친 호들갑을 떠는 분위기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자들이 반드시 지적하는 건, 여태 인류가 겪어 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는 중이며, 심지어 딥 러닝을 설계한 엔지니어마저 대체할 수 있는(변호사나 회계사는 물론이고) 인공지능이 머지 않은 장래에 반드시 등장하리라는 징후가 도처에서 감지되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아도 일반 자동차나 대중교통이 꾸준히 도로를 달리듯이…", 자율주행차도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도입되고 말리라는 게 저자들의 전망입니다. 책이 신간이라서 몇 달 전에 벌어진 우버, 테슬라의 교통사고도 언급이 되는데, 책에 보면 " ... 우리는 이제 정신 무장과 윤리적 알고리즘도 잘 갖추어 인공지능의 무방비 공격과 법률적 책임 소재에 잘 대비해야만 한다." 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문장의 함의(물론 저자분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때문에라도, 자율주행이 그리 순탄하게 현실에 도입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마차에서 자동차로 교통이 이행할 때는 분명한 유인과 동력이 작용했습니다. 속도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고, 사고시 책임 소재 규명과 배상 문제도 오히려 마차 시절보다 더 명확해진 면이 있었습니다(해상 사고 등에 쓰이던 보험 제도가 도로교통 이슈에도 도입되는 등). 허나 자율주행으로 이행하는 과정이 과연 모든 이들에게 강렬한 유인(誘因)을 제공할까요?

어떤 이들은 "운전대는 내 손으로 안 잡으면 안 된다"고 고집할 수도 있습니다. 사적인 공간에서 자율 모드와 수동 모드로 전환할 때, 과연 누구의 과실로 사고가 난 건지 뚜렷이 책임을 따지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합니다. 물론 번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운전은 차에 맡겨 두고 책을 읽는다든가 업무 준비를 하는 등 짜투리 시간을 선용할 수도 있습니다. 허나 사적 시공간이 충분히 확보된 만큼 대중 교통 수요가 줄어들어, 교통 체증은 (자율 주행 덕에 훨씬 효율적으로 바뀔 교통 분배에도 불구하고)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수확체감이란 사실 아득한 예전 농경 혁명 시절부터 인류의 의식을 영원히 가로막을 것만 같았던 뿌리 깊은 생산의 장벽이었습니다. 이러던 것이 디지털 혁명으로 그 이론적, 실제적 기반이 와해되고, 한정된 경지에 농경 인력을 아무리 투입한들 오히려 한계생산량, 노동의 한계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법칙(의 현실)이 처음으로 극복되기 시작한 건 대단히 고무적입니다. 반면, 여태 인간의 전유 영역으로만 여겨진 다양한 사무와 기능에 대해, 인공지능이 압도적인 능률을 보이며 대체한다는 전망은, 우수한 두뇌에 대한 긍지(이는 3차 정보화 혁명 당시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프로그램을 만드는 명석한 정신이 영구적으로 이들 전산장치를 장악한다는 자부심이 더 높아졌죠)를 뿌리에서부터 흔들어 놓을 만합니다.

<웨스트월드>나 <터미네이터> 등을 보고 아 앞으로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겠구나 같은 생각은 SF를 지극히 피상적으로 즐기는, 나쁜 머리에 대한 콤플렉스만 가득한 이들이나 품는 변태적 기대로 치부했었습니다. 어디 앞으로 현실이 어떻게 펼쳐질지, 저자들 말대로 "정신 무장과 윤리적 알고리즘도 잘 갖출" 필요도 있다고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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