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전쟁 - 디지털 쩐(錢)의 전쟁이 시작됐다
비즈니스워치 편집국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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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라는 이상한 유행어가 한때 큰 인기를 얻고 널리 쓰이기도 했습니다. 맥락과 기원을 알고 적당한 경우에 적용하면 상관 없는데, 나이도 적잖이 먹은 이들이 무턱대고 남용하는 건 참 꼴사납더군요. 손과 목의 주름이나 감출 생각을 해야지, 오진 나잇값으로 노화를 분식회계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작태를 보면 실소를 넘어 폭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때 사회를 뜨겁게 달군 가상화폐에의 투기 광풍도 물론 한심하거나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십시오. 사회에는 일정 주기를 두고 특정 상품이나 가치재가 이상 호응, 과대평가를 얻어내어 값이 등귀하기 마련입니다. 바람직하고 않고를 떠나 이는 엄연히 경제활동 인구의 평가와 가치관을 반영하는 현상이며, 이 흐름을 냉철하고 현명하게 포착한 사람은 그 현명함의 대가로 부(富)를 손에 거머쥐게 마련입니다. 이는 개탄하거나 비난할 일이 전혀 아니며, 현 체제가 자본주의를 채택한 이상 순기능이든 부작용이든 함께 끝까지 안고 가야 할 숙명에 가깝습니다. 특정 물품, 서비스의 불안정한 등락은 어느 시대, 사회에나 있었습니다. 흐름을 현명하게 올라타거나 제때 내리는 건 영리한 개인의 숙제이자 도전일 뿐입니다. 시중에는 오늘도, 그 이름마저 생소한 신규 코인이 자신을 좀 봐 달라며 어필하는데, 기업의 IPO에 빗대어, 이런 가상화폐 공개 론칭을 ICO라고 부릅니다.

주워들은 풍월로 값싼 (묻지마 식의 따라하기) 비판을 즐기는 자들도, 막상 손에 돈천이나 냉큼 쥐어주면 마다할 사람 아무도 없을 겁니다. 어떤 자는 "경제 서적 무조건 못 믿는다"고 터무니없이 가련한 무지를 드러내기도 하던데, 어렸을 때 넉넉하게 자랐다면서 이런 쪽에 절망적으로 캄캄하다는 건 바로 천한 밑바닥 출신 성분을 자백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도 안 믿을 아침 드라마형 SF를 혼자 쓰는 셈이죠.

저자는 현재 한국의 개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패턴의 투자를 즐겨 행하는지, 여러 사례를 들어 소개합니다. 사실 이런 쪽에 손 좀 대어 본 이들은 알겠지만, 내 돈 들여 내가 이것저것 알아봐 가며 시도하는 투자는 공부를 겸하는 이지적 실천이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한국의 중산층 이상 집안에선 1980년대부터 아이들에게 용돈(말 그대로 영어의 allowance, 이 범위 안에서 네 맘대로 써 보라는 허용이죠)을 줘 가며 실전 투자 감각을 길러 주려 습관을 들이는 훈육 방법도 썼습니다. 이런 쪽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무작정 적대적인 단세포 반응만 노출하기 마련입니다.

p116을 보면 현재 신한은행과 농협에서 취급하는 가상화폐인 빗썸을 산 어느 투자자(익명으로 B라고만 나옵니다)의 사연이 소개되네요. 아무나 다 거래애 참여할 수 있을 것만 같아도, 마치 신용카드 발급처럼 계좌 개설 과정이 까다롭기 짝이 없습니다(재직 증명서, 급여 명세서 떼어 와라 뭐 해라 등등). 왜 이럴까요? 제가 설명을 덧붙이자면 가상화폐 역시 다른 증권상품이나 선물처럼 "공매도"가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그렇게나 공매도 금지시키자고 아우성이지만 사실 투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패턴 하나를 막아 버리면 시장에 타격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국이나 거래소에서도 이런 안전 장치(많이 미흡하지만)를 하나 마련해 둔 거죠.

무작정, 전망 좋으니 투자 해 보라고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그런 건 머리에 짬뽕만 가득 든 사이비가, 자신의 꼴을 남한테 투사하는 거죠. 못 배워먹었으니 이런 소리를 하는 겁니다). 이 사례에서 B는 불과 열흘만에, 그간 올렸던 시세차익 절반을 날렸습니다. 과거 주식 투자에서는 뭐가 일단 대세를 탄다 싶으면 일단 뒤늦은 추격매수를 시도해도 그럭저럭 재미를 보는 수가 있었습니다(제가 두어 달 전에 리뷰한 <거래량으로 승부하라>도 상당 대목이 그런 취지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빗썸 투자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 가상화폐의 경우 등락 패턴이 매우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거의 하루종일 지켜보다시피하여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바로 "상투 잡는" 낭패를 당하기가 일쑤입니다.

이 가상의 사례(정말 "가상"이기만 할까요?)에서 왜 C는 1990년대 후반의 IT버블을 떠올렸을까요? (사실 생각이 이 정도에까지 미치기라도 하면 그 사람은 실전 경험도 감각도 참 뛰어난 편입니다) "코인의 가치보다는 차트나 감에 의해 더 시세가 크게 좌우된다" 사실 당시에는 IT 관련 주뿐 아니라 모든 주식이 다 그랬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유념할 게, 차트야 차트라 쳐도 "감"이 자신의 것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무능한 사람이, 희한하게도 적중 여부에 무관하게 자기 감만큼은 철석같이 믿고 거의 미신적 권위를 부여한다는 게 실소를 자아내는 대목입니다. 자기 생각에 오류가 끼어들 수 있다는 생각이라도 품는 자는 그나마 나은 편인데, 남을 평가할 자격도 없는 인간이 독후감을 쓸 때만큼은 세상 모든 책 구절이 자신의 바보 같은 선입견을 떠받치기 위해 존재한다고 여기니 기가 찰 뿐이죠.

업비트는 카카오가 미는 가상화폐 거래소입니다. 역시 업계의 기린아가 내놓은 시스템이니만치,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괜한 범주적 편견 같은 게 이 경우에는 끼어드는 낌새가 덜하네요. 얼마 전 빗썸이 큰 사고를 친 여파가 꼭 아니라고 해도, 이미 "은행"을 보유한 카카오이니만치 그 사회적 공신력이 다른 업체와 비교가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네이버 역시(현재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만큼, 네이버는 당연히 카카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거래소 시장(가상화폐를 다루는 거래소 자체가 독자적인 시장 영역을 다 이룰 정도이니....) 진출에 관심을 갖습니다. 다만 중국 업체인 오케이코인과 합작했다는 사실이 좀 우려스럽네요. 원래는 김범수 의장도 네이버에 몸 담았던 분인데, 이분은 일찍부터 핀테크 혁신을 다 내다보고 그 안전한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는 스마트폰 메신저 시장 개척에 올인한 건데(메신저가 크니까 그걸 발판으로 브랜치 아웃한 게 아닙니다. 다 철저한 전략, 계산 결과임), 네이버는 그간 좋은 기회를 놓치고 국내 검색 독점자라는 편안한 자리에 안주하다 이렇게 된 것 아니겠습니까.

저번 빗썸 파동에서도 드러났듯, 가상화폐의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도 거래소의 허술한 관리가 더 큰 문제입니다. 몇 년 전 일본 거래소 해킹 사례도 그랬지만,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이런 보안 부실은 어쩌면 운영자 측이 내통, 교사한 방증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각에서 부르는 실정입니다. 물론 한국의 빗썸은 행여 그런 의혹으로부터 단 일점까지 자유롭기를 바랄 뿐이지만 말입니다. 책에서 저자들은 카카오(정확히는 그의 자회사 두나무)의 기린아인 이 업비트를 극구 칭찬하지만, ,예컨대 p152에서 여전히 그 미진한 보안 실태를 꼬집습니다.

빗썸이 큰 홍역을 치른 건 사실이나 책에서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큰 비중을 지닌 순위권 거래소"라고 평가합니다. 아마 이 분야를 잘 모르는 독자는 "원 증권회사도 아니고 거래소 분야에서 이처럼 시장이 형성되어 각축을 벌이나" 싶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증권"거래소는 공신력이 생명이라, 어느 나라라도 공법인 형태로 운영할 듯하지만, 사실은 이들 역시 금융기관이 주요 주주로 있는 민간 기업입니다.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죠. 다만 앞으로는 경쟁력 떨어지는 거래소는 상위 주자에게 흡수 합병될 공산이 큰데, 실제 증권-선물 거래소 들도 그런 전철을 밟아 왔었습니다.

어느 회사라도, 생각 있는 투자자가 대뜸 관심을 주는 대목은 그 지배 구조가 어떤 형태냐 하는 점이죠. 이 책은 특히 현재 가상화폐 관련 주요 거래소나 업체의 지배 소유 구조를 특히 잘 분석해 두었습니다. 본디 투자자들은 관심 있는 이들끼리 정보를 많이, 자주 주고받기에 가십이든 뭐든 화젯거리가 참 많은데, 그런 이들도 아마 처음 들어 볼 만한 정보가 많아서 유익했습니다.

요즘 가상화폐 관련 정보를 담은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 책들은 각기 일장일단이 있고 저자들의 관점도 미세하게나마 차이가 있지만, 아마 두루 읽다 보면 "내용이 비슷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이쪽 테마 어지간히 찾아 읽으신 분들도, 이 책에서는 "안 겹치고, 새로운" 정보나 언급이 눈에 많이 띌 겁니다. 앞에서 거론한 장점들 말고도, 예컨대 향후 "과세 방침, 정책"은 어떻게 형성될지, 과연 투기나 투자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지에 대해 저자만의 명쾌한 관점과 진단이 많이 눈에 띕니다. 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독서 스펙트럼"에 이 책, 빠져서는 안될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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