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정석 - 합격 면접 대비부터 입사·적응하기, 퇴직 후 미래 설계까지
임영미 지음 / 라온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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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장래희망으로 공무원 되기를 꿈꾸는 현실입니다. 개탄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웃 중국은 스타트업이다 연구 개발이다 하며 청년들이 진취적인 비전을 품는데 한국은 과거로 퇴행하고 손쉬운 안정을 꿈꾼다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들이 공적 섹터에 몰려 필요한 혁신도 해 내고 직역의 청렴도와 투명도도 올린다면 딱히 부정적으로 볼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인적 자원 배분의 조화와 균형이 얼마나 달성되느냐 하는 쪽이겠죠.

이 책은 47세에 명예 사무관으로 퇴직하신 어느 여성 공무원의 회고와 충고, 자상한 경험담을 실은 내용입니다. 공무원의 의무, 직분, 처우, 애환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거나, 반대로 왜곡하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합니다. 전남 지방행정직 공채에 합격하여 평생을 성실한 공직자로 봉직하며, 그 사이에 지병으로 신장 이식까지 받는 등 중대한 고비를 넘겨 가며 온갖 신산을 겪은 분의 회고이기에, 그 충언이 지니는 무게나 진정성도 남다릅니다. 저자가 겪은 생의 모든 이정표(이 책에 실린)가, 현재 공무원 되기를 꿈 꾸는 많은 청년들에게 소중한 참고 자료나 지침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예전에는 민원인이 관공서에 찾아 와도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자기 할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흔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지금은 (앞서 적은 대로, 우수한 인력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취득한 직분이라서인지) 친절하고 활기찬 인사가 실내를 가득 메아리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들 봅니다. 사실 공무원은 public servant, 그야말로 국민의 공복입니다. 여느 사무직 직종도 마찬가지지만 타인의 복리, 효용을 위해 봉사하는 대가로 급여든 수수료든 받는 것이지, 도대체 남 위에 갑질을 하며 군림하는 직종이란 있을 수 없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다고 고백하는데, 예컨대 많은 돈(국민의 혈세)을 투입하여 개발한 앱이 쓰이지도 않고 사장되는 현실을 보면, 아직도 국민이 아닌 공무원의 시선으로 일이 진행되는 면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씀이고, 사실 이는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 근무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들 좋으라고 만든 상품, 서비스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만족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또, 저자는 저리 말씀 하시지만, 반대로 사실 그런 앱을 다운받아서 폰에 돌려 보면 의외로 괜찮은 것도 많더군요. 국민도 그저 입 안에 떠멱여 주기만 기대할 게 아니라 공부도 해 가면서 자원과 프로그램, 도구를 적극적으로 쓸 줄도 알아야 하겠습니다.

공감 능력을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좀 역설적인 것이, 입으로 공감능력 공감능력 떠드는 사람은 정작 본인 자신은 남한테 공감을 못 하면서 남이 자신에게 공감하기만을 일방적으로 기대한다는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사람이 싸이코패스보다 더 악질이고 민폐인 셈인데, 저자는 특히 공무원이야말로 민원인에게 공감을 잘 하는 자질이 우선이며, 이런 공감 능력 우수한 분들이 결국은 일 잘하는 일등공무원이 된다는 겁니다. 공감의 공은 共(함께 공)이며, 공무원의 공은 公(공변할 공)이지만, 묘하게도 한국어 발음으로는 서로 같습니다. 하긴 허신도 설문해자에서 동음동의라는 통찰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몇 년 전에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한다며 9급 공무원이 꿈인 어느 명문대 재학생의 게시판 글이 큰 화제가 되었죠. 저도 그 기사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저자는 근데 대뜸 "칼퇴는 꿈도 꾸지 말라"는 제목으로 제법 긴 글을 시작합니다(p111). 게다가 바로 그 기사를 거론하시며, "너 서울시청 본청 같은 데 발령 나서 고생 좀 해 봐라" 같은 생각도 했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에서 OO대는 최고의 수재들이 가는 곳인데, 그런 인재들이 9급 공무원들이 하는 일을 한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기 때문이다."(p112) 사실 이런 평가는 사회적으로 좀 민감할 수도 있기에 되도록이면 저는 서평 속에 담지 않으려 드는데, 이 대목은 바로 공직자 출신이신 저자 본인께서 하신 말씀이라 일부러 인용해 봤습니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하고 전제를 다셨으나, 오히려 그 당사자가 저자의 말씀을 고맙게 여겨야 마땅할 듯하네요. ㅎㅎ

"공무원은 삼성맨보다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물론 지역별로 부서별로 어느 정도는 차이가 있겠으나, 저자는 특히 자신이 직접 겪은 어느 팀원에 대한 회고를 하며 이 애환 사항을 분명히 규정합니다. "국정 감사가 있으니 모두들 비상 대기를 하는 판에 휴가는 좀 곤란하지 않겠어?" "팀장님, 제가 왜 공무원이 되었는데요..." 요즘은 퇴근 후 별도 지시를 금한다거나 야근에 대해 제한하는 등의 추세도 물론 있고, 이런 배려가 업무의 질을 높이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공무원의 본분"에 대해 강조하는 겁니다. 공무원이 무슨 날로 먹는 자리도 아니고, 필요최소한의 일만 시늉하듯 해 내고 시간 되면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자리를 뜨는, 이런 자세가 과연 국민에 대한 바른 도리이겠냐는 뜻입니다. 이런 불성실하고 무능한 사람은 일반 직장에서도 내쳐지기 일쑤입니다. 공무원을 행여 그런 도피처로 여기고 몸담으려는 생각을 품는다면 참으로 위험한 발상입니다.

자신이 하는 루틴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전체 업무를 다 꿰뚫어야 한다는 말씀도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공무원이 하는 일 중 중요한 게 바로 민원 전화를 받는 건데, 자신의 업무 소관이 아니면 다른 어디로 전화를 돌려야 할지 똑부러지게 평소에 파악을 해야 서로 간에 불편과 지연이 없습니다. 어디 공무원뿐이겠습니까? 어느 조직, 직장에서건 유능한 사람은 남이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도 훤히 꿰며, 타 업무를 정확히 파악해야 내 일도 똑바로 잘 하게 마련입니다.

저자는 또 이렇게 타 부서의 주무를 파악하며, "아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공무원인데)도 있구나" 하는 각성이 새삼 들 때가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책 앞에도 나오지만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어디에나 꼭 있고, 공무원 비롯 꼭 특정 직역의 험담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도 흔히 봅니다. 공무원뿐 아니라 어느 직장에서건 환영 받고 성공하는 사람은, 결코 내 일이든 남의 일이든 가벼이 보지 않고 그 일의 장단점과 특성을 잘 꿰뚫고 합당한 대우를 해 줍니다. 이는 사실 공무원이나 직장인의 자질 이전, 사람의 근본 인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함께해야 결과가 좋다." 일반 민간 기업 직원들도 타 조직의 구성원들과 만나서 끊임 없이 소통하고 공감하고 성과를 구체적으로 이뤄내야 하는데, 공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에는 저자께서, "부서 협약 실적이 부족하니 특성화 고등학교 몇 군데와 컨택해서 업무 관련 협약을 성사시키라"는 과장님의 특명을 받았던 일화가 나옵니다. 이런 건 일반 사기업과 달리,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 아닌가 생각하시는 이들도 있을 텐데, 바로 그런 생각, 타 조직의 일에 대해 쉽게만 생각하는 버릇은 바로 자신의 업무도 소홀히 여기는 근성의 폭로입니다. 저자는 이 일을 멋지게 성사시키고, 과거 유명했던 린다 킴(그 시점에선 그녀의 이미지가 지금처럼 부정적이지는 않았겠죠)에 빗대어 "린다 임"이란 별명도 얻으셨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 잘해서 뚜렷한 성과를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체험이야말로 조직인의 최고 보람 아니겠습니까.

요즘은 어딜 가나 4차 산업혁명 이야기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가장 필요한 자질은 바로 창의력입니다. 일반 민간 기업에서도 기획 능력의 창의성은 사원의 최고 자질로 꼽힙니다. 남들이 안 보는 걸 볼 수 있고 의미를 찾아낼 수 있고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어떤 인간의 정신적 자질보다 가치가 높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만큼이나 고도의 산업 구조를 지닌 선진국이 된 만큼, 공직 업무 처리 역시 기획 능력이 뛰어나야 환영 받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자에게 상담해 온 어떤 분(교직자)는 두 아들이 모두 공무원인데, 그 중 하나가 어렵사리 공무원이 되고 나서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무의미한 업무의 연속이라 버티기 힘들다"였답니다. 저자는 역시 자신의 직역과 공무 전체 구조에 통달한 분인 만큼 그분께 가장 필요한 충고를 적실히 해 주십니다.

"시청이나 군청은 본래 단순 반복 업무가 많습니다. 전입고사를 새로 쳐서 도청 쪽으로 옮겨갈 수 있게 배려하시고, 결코 퇴직하지 않게 말리십시오."

이는 전입고사를 통해 전직을 해 본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라 더욱 값지고 현실에도 잘 통했던 거죠. 저자는 특히 논문형 주관식 문제를 접하고, 평소에 유념해 뒀던 문제가 바로 적중한 그 통쾌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정책 기획 능력은 평소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갖출 수 있는 창의적 자질이기도 합니다.

"공무원의 정석". 바로 저자처럼 공무원의 본분도 잊지 않고, 동시에 대한민국 어느 조직에서나 통할 만한 자질을 갖추고, 한시도 쉬지 않은 채 노력하는 분에게 합당한 표현입니다. 힘들게 노량진에서 공부를 마치고 시험에 통과했지만 정작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는 성인이 안 되려면, 먼저 공무원의 모범과도 같은 이런 분의 책을 읽고 마인드셋부터 가다듬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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