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시대 성공적인 여성조직 50가지 노하우 -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
손석주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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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느 조직이나 여성분들이 많이 진출하여 남성 인력이 쉬이 대체할 수 없는 업무에 종사들 하는 모습입니다. 이미 지긋한 연령대의 여성들께서 관리직에 올라 조직을 이끄는 풍경도 드물지 않게 봅니다. 다소 껄그러운 분위기가 생길 수 있는 건, 여전히 종전 분위기에 익숙한 (연세 지긋하신) 남성분께서, 마치 학교 남선생님이 학급의 철없는 여학생들이나 대하듯 조직의 직원들을 이끌고 나가려 들 때입니다.

사실 어린 여고생 여중생이라고 해도 담임 교사가 얼마나 섬세하게 그 마음들을 각각 헤아려서 대해야 하겠습니까. 하물며 회사라면, 2차 집단이라고 해서 무작정 합리성을 앞세우거나 철의 규율로 밀고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엄연히 직장인 곳에서 마냥 정의(情誼)로 일관할 수도 없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직장에서 버젓이 자기 자리 잡고선 똑부러지게 자기 일 척척 해 내는 여성들이 그런 걸 요구하지도 않겠고 말입니다.

저자께서는 보험, 금융 영업,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쌓은 중견 남성 경영인입니다(성함만 보고 혹시 여성 저자인 줄 착각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자서전도 아니고, 논문도 아니며, 이론서도 아니"라고 먼저 밝힙니다. "만약에 내 아들이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직의 리더로 발령이 나면 나는 무슨 충고를 해 줄 것인가?"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집필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출간 시점에서 사회 전체에 미투 열풍이 거세게 불어, 각양각색의 조직에서 관리직을 맡은 중년 남성들이 그 처신에 당혹감과 두려움을 느낄 법도 한 작금이기에 더욱 시의적절한 면도 있습니다.

남자가 사회를 알고 조직을 아는 건 군 복무 경험 속의 여러 깨달음이 그 처음입니다. 군에서는 입대 직후 가장 막내, 신참으로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지만 규율과 복종이 가져다주는 불편과 낯섦을 극복하고, 이후에는 차츰 계급이 오른 후 마침내 소집단의 리더로서 존경과 책임을 떠맡게 됩니다. 이 과정이, 성인 남성의 인격을 성큼 성장하게 만드는 게 보통입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쉽지는 않으나, 막상 한 코스가 끝나면 뿌듯한 보람을 남기게 마련이며, 개인적으로도 최근에 제대한 저의 후배(...) 역시 완전히 어른이 되어 돌아왔다는 점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헌데 저자께서는 "혈기왕성한 30여명의 청년 사병을 지휘하는 것(소대장이시라는 걸로 보아 저자는 장교로 전역하신 듯합니다)보다, 불과 8명의 여성 직원을 상급자로서 리드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는지" 꽤 오래 전 일인데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고 토로하십니다. 그 후 시행 착오를 겪어, 이제는 오히려 여성 조직 지휘의 대가가 되어 그 절실한 노하우를 이처럼 책으로 만들어 엮기도 하셨고 말입니다.

"권한 위임은 전폭적으로, 시스템적으로, 공명정대하게 하라" 특히 저자는 이 점을 강조하는데요. "누구도 인정하지 못하고 조직의 리더만이 평가하는 단순 능력별 권한 이양은 조직의 실패나 몰락을 가져온다."(p78:1) 이 점은 비단 여성 조직뿐 아니라 어느 회사에서도 통할 법한 말씀이라 각별히 유념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는 은행 지점 창구를 예로 드시는데, 이 직급, 직렬이야말로 1970년대 이래 여성 인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죠.

"예금 통장 개설은 지점장이나 차장급 전결 사항이면 그대로 이행되어야 한다." 전결 사항이 참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전결이면 수임자에게 전권이 이양되어야 하는데, 혹 문제가 생기면 상급자가 감독을 게을리했다고 또 욕을 먹는 경우가 있으니 말입니다. 예전 YS 정부 때 박 모 장관이 "그건 과장 전결 사항이라서 자신은 모른다"고 변명 했던 게 엄청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죠. 창구 직원 중 어떤 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통장 개설을 허가해 주고, 어떤 이는 당분간 보류시키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게 왜 문제인가. 독자인 저는 처음에 "남자라면 그런 조치를 이해하고 자기 능력을 입증할 때까지(혹은 윗선에서 이해할 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 있으나, 여성이라면 분심을 품고 토라지거나 완전히 의욕을 잃고 인적 자원으로서의 기량이 쇠퇴할 수 있겠구나" 뭐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헌데 책을 더 읽어 보니 그런 취지가 전혀 아니시더군요. 저자의 말씀을 잠시 인용해 보면 1) 혼자서 능력 위임 받은 분이 자칫 왕따가 될 수 있다. (유능한 직원을 오히려 죽이는 결과) 2) 반대로 이 직원에게 동료들의 일감이 모이거나, 오히려 줄을 대는 식으로 공식 조직의 위계가 무너질 수 있다. 특히 2)의 경우 조직이 공식적으로 표방한 질서와 "실세"가 따로 놀게 되어, 그야말로 망하는 조직의 전형적인 루트를 밟게 된다는 겁니다. 이 대목을 읽고, 연세 높으신 저자보다 오히려 젊은 축인 제가 더 고루하고 답답한 편견을 여성에게 가졌던 듯하여 부끄러워졌습니다.

앞에서 제가 "전결 타령하다가 오히려 감독관리 소홀이라며 더 큰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저자께서는 "넘기지 않아야 할 권한은 끝까지 자신이 보유"하는 게 원칙이라고도 말씀하십니다. 저자는 평소에 잘 봐 오던 여직원이 머리도 좋고 유능, 현명해서 끝까지 그녀를 신임했으나 심지어 이런 직원에게도 최종 인감은 넘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연 이런 칼 같은 원칙 준수 덕분에 어느 조직에서든 승승장구하신 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업무에서 가능한 한 권한은 이양을 해야 조직 내 불만이 안 생기고 잠재력도 최대한 발휘될 수 있다며 자신의 지론을 강조합니다.

어떤 이는 혹시 이 책을 두고 "남성 우월적인 관점에서 소견 좁고 단순한 여성 잘 다루는 방법"을 가르치는 내용 아닌가 지레짐작하는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부처님 눈엔 부처님만 보이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본인 스스로가 비틀린 관점을 가졌으면 다른 분의 선의도 일일이 곡해하기 마련이고, 이런 사람이 조직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일 뿐입니다. 이 책에는 이런 일화가 다 나와 있습니다. (p85 이하)

어떤 여직원이 영수증 불출(拂出), 회수 등 업무를 맡았는데 잔실수가 많아 매번 D등급이고 전국 지점 중 꼴찌 수준이라, 지점장이던 저자에게 관리과장이 이 여직원을 교체해 달라는 요청을 해 오더란 겁니다(이 당시에는 업무 자동화가 안 되어 일일이 수기[手記]로 처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께서는, 일 못하는 여직원이라면 아예 퇴사를 시키면 모를까 다른 지점으로 보낸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후, 관리과장의 평가에 무관하게 일단 그 여직원의 업무 행태나 능력을 지켜보기로 하셨답니다. 그 결과, 이 여직원은 본연의 업무인 영수증 불출 등에 도저히 전념을 못 할 만큼, 커피, 복사 심부름에 도대체 시간을 낼 틈이 없었고, 사용 후 영수증 제출 등을 미루고 이 여직원을 고압적으로 대하는 영업 사원들의 태도도 큰 문제더라는 겁니다.

저자는 일단, 손님 접대, 커피, 복사 등 잡무를 일절 금지시키고, 지점장인 자신부터가 솔선수범함으로써 잔심부름 강요라는 폐습을 끊어내려 애 썼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어느 여직원인들 자기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있겠냐는 거죠. 저자분 말을 들어 보십시오. "직급이 아래라고 이런 일을 시키는 건, 70, 80년대 군대에서나 있을법한 일이다." 아! 윗사람이란 무릇 이래야 합니다. 본인 스스로가 군에서 소대장을 지낸 분인데, 그런 관행이 1990년대 민간 조직에서는 결코 통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스스로 갖고 계시다니. 읽으면서 정말 감동했습니다.

이 책에는 그런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만, 독자인 우리는 사실상 이 지점에서 관리과장 S를 필두로, 특정 여직원에 대한 "직장 왕따"가 이뤄졌음을 눈치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유력 하급자가 실상을 왜곡하여 상신한 내용을, 상급자가 별 생각도 검토도 없이 실행에 옮긴다면, 조직의 기강과 분위기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우리 나라에는 이상하게 몇몇 성질 나쁘고 아첨, 중상 모략 즐기는 못된 놈들 몇이서 꼭 조직을 망치는 이상한 전통이 있습니다. 이 책에선 그러나 객관적으로 드러난 팩트만 서술할 뿐, 그 관리과장이 나쁜 사람이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추정적 힐난은 또 하지 않습니다. 한번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았으면 뒷말은 일절 싹 거두는 게 또 듬직한 리더의 자세입니다.

페스트푸드점에 가면 "이달의 모범사원"이라고 해서 팻말을 거는 관행을 흔히 봅니다만, 손님 중 아무도 관심 없고 직원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는 바는 전혀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과연 그럴 것 같습니다. "칭찬도 야단치기도 언제나 1:1로 하라"는 게 저자의 지론입니다. 만약 칭찬/혼내기의 전과 후가 변함이 없다면 아예 이런 식의 소통을 할 필요가 없죠. 또 직원을 혼 내는 건 그녀를 직장에서 쫓아내기 위한 게 목적이 아닙니다. 일을 잘하는 직원으로 만들기 위해서이죠. 1:1 방식의 강조는 바로 여기에 원인과 장점이 있습니다. 어떤 여성 직원(그냥 직원이 아니라 소장)을 야단치는데, 말은 듣지도 않고 계속 울기만 해서 저자께서는 크게 당황했다고 합니다. 남자 대하듯 여성을 대해서는 결코 안 되겠다는 각성을 하시게 된 건 이 사건도 크게 한몫을 하지 않았나 독자로서 생각도 해 봅니다.

저자께서는 다양한 사건들을 회고하며, 어떤 경우는 "내가 성공적으로 야단 잘 친 기억"이라며 뿌듯해하시는 심회를 피력합니다. 성공적이라는 건 야단을 친 상급자도 상급자지만, 야단 맞은 사람이 "그전과는 다른 직원, 직장인"으로 거듭나야 제 효과가 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혼난 하급자가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면, 결국 상급자의 경력에도 작은 흠집이 나게 될 수 있을 뿐 아니라(경우에 따라서는 말이죠), 개인의 감정 풀이가 우선이 아닌 만큼 무엇보다 조직의 성과와 장래에 악영향이 남을 뿐입니다. 여성을 섬세하게 배려하는 신사로서의 품격이 드러날 뿐 아니라, 남자다 여자다 편가르기를 떠나 조직이라는 큰 그림을 보고 매사를 공명정대하게 처리하는 인격자의 가르침이 곳곳에 스며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선 시대에 태어나셨다면 과거 급제 후 명 판관 명 사또가 되시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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