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도쿄 - 여행을 기록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 YOLO Project 두근두근 여행 다이어리 북 시리즈 7
21세기북스 편집부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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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또 어디를 향한 것이건 가슴이 설레는 체험입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란 표현을 흔히 쓰지만, 사실 뱃길로건 항공편으로건 오가는 데에 불과 몇 시간이 채 안 걸리는 일본이야말로 물리적으로는 그보다 더 가까울 수 없는 행선지입니다. 근래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라든가, 민간에서 발 벗고 나선 산업 전체 레벨의 "혁신"이 있었기에, 일본에 대해 "마음으로 먼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참으로 많은 분들이 다녀오신다는 생각이 부쩍 자주 듭니다.

일본은 여튼 고유의 문화색, 개성이 꽤 강하고, 우리처럼 외세의 침략을 자주 받지 않았기에 전통 유산이 많이도 남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도쿄는 번화한 도회, 현대 산업의 중추, 막부 소재지의 삼백 년 역사가 남긴 매력이 두루 겹쳐, 우리 한국인들뿐 아니라 세계 도처로부터 여행객을 많이도 끌어모으는 곳입니다. 어느 여행인들 "두근두근거리지" 않을 곳이 없지만, 동경 같이 살뜰한 멋을 두루 갖춘 곳은, 각별히 마음설레하며 1) 치밀한 계획을 짜고, 2) 여정을 꼼꼼히도 메모하여 두고두고 추억으로 간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이 책은 여행 다이어리입니다. 이 시리즈 "두근두근 여행 다이어리" 중에서는 일곱째 권인데, 일본 도시를 다룬 것으로는 "오사카&교토"편에 이어 두번째이며, 아시아 여행지를 주제로 한 다이어리 중에서는 홍콩 편도 앞세운 세번째입니다. 표지는 보시다시피 진분홍의 원 톤인데, 오사카&교토 편이 초록이었던 것과 대조됩니다.

첫장에는 모눈종이 같은 형식 위에, "이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리"해 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저 역시 넉 달 뒤 여행을 앞두고, 어차피 아무도 안 볼 나만의 기록이란 전제 하에 몇 마디를 적어 보았습니다. 가서 어딜 둘러보며, 경로를 정할 때는 뭘 기준으로 삼을지 같은 계획을 짜기 전, 이미 현지에서의 내 마음가짐이 어떤 감상과 기분에 젖을지 미리 상상하거나 미래의 자신에 감정 이입도 하게 되었습니다. 본디 여행의 설렘이란 그런 거죠. 비장하게 순서를 매겨가며 감개어린 투로 털어놓는 "목적 선포"와는 그래서 여행의 경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뭘 상상해도 신 나니까요.



한국과 달리 교통비가 많이 비싼 편인 일본이기에, 선불 충전식 카드 하나 정도는 구비해 둬야 하겠습니다. 책에는 "하루 일정에 이동이 많기보다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경우라면 1회권 구매가 더 유리하다"고 알려 줍니다. 또, 여행 계획이 완전치 않은 여행자에게는 도쿄 프리 승차권을 권해 주는데, 기왕 이런 예쁜 다이어리까지 입수한 이상 계획 하나는 원 없이 세울 생각입니다. 두번째 여행은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흥 따라 발걸음 따라 다녀올 요량이라도 말이죠.



철도역이건 공항이건 넉넉하게 여유를 두고 찾는 게 기본 자세이며, 꼭 있게 마련인 마감시각을 몇 분 앞두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분들에 대고 혀를 차기 일쑤이지만, 어디 그분들이라고 매번 지각대장이었겠습니까. 일생을 두고 작은 약속 한 번 어겨본 적 없는 성실한 분들이 하필 그날따라 책임 못 질 사정이 생겼을 수도 있죠. 여튼 이런 운 없는 경우가 내 머리 위에 혹여 떨어진다면, 그때를 대비해, 나리타 공항의 세 군데 터미널을 각각 어느 항공사가 자주 이용하는지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런 세심함이 마음에 참 들었습니다. (물론, 우선 기억할 곳은 1터미널이라는 게 결론입니다)



아키하바라를 두고 덕후들의 성지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덕후 소리를 듣기 싫어 그러는 게 아니라, 그리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또 자기 취향은 생각 않고 남들 따라 명소 위주로 일정 짜는 것도 좀 어리석은 선택이긴 합니다. 허나 첫번째 여행이니만치, 가급적이면 이런 책에서 권하는 표준적 코스를 "무난하게" 고를 생각입니다. 일본과 가까운 부산도 플라모델이 큰 유행인 고장이지만, 어디 해당 문화의 본거지에서 구매하는 상품은 뭐가 다를지도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부산에서 자란 사람이면 어린시절 친구따라 잔뜩 컬렉션 마련했던 추억 없는 이가 아마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 취미를 졸업한지 너무도 오래고, 심지어 취미 가진 사람 만나본지도 꽤 된 터라....)



얼마전 일본의 평범한 중년 회사원이 쓴 트위터 소설을 읽었습니다만 그 책에도 배경으로 또 등장하는 롯폰기 역시 들러볼 필요가 있겠죠. 새로운 부촌으로 작정하고 개발된 "롯폰기 힐스"는, 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 미국 서부에서 모두의 선망 대상인 "베벌리 힐스"에서 따왔음이 분명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 어떤 감각, 재능, 매력을 지녔기에 이처럼 화려한 인생을 즐길 수 있는지, 가볍건 심각하건 간에 자극 좀 받아보는 것도 유익할 터입니다. 이런 자극은 같은 국내인들에게서 받는 것보다 이처럼 타국에서 치르는 게 정신건강상 유익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ㅎㅎ


"일본의 과거부터 현재를 모두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 도쿄 여행 다이어리인 이 책이 도쿄를 규정하는 말입니다. 아사쿠사와 하라주쿠를 고, 금 대표 구역으로 나란히 두는가 하면, 야경의 장관으로는 도쿄 타워와 레인보우 브리지를 듭니다. 아마 이 책이 진분홍 표지를 예쁘게 걸친 이유와도 관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와규, 스시, 라멘은 물론이고 커피나 맥주까지 모두 맛이 좋다." ㅎㅎ 정말 그럴까요? 객(客)을 반가이 맞아주는 주인의 마음이 넉넉하니 손의 입맛도 절로 돋우는 게 아닐지 추측합니다. 뭐 맥주 맛 좋은 거야 한국에서도 일찍부터 인정, 승복한 사실이지만요.



블루 보틀 커피의 원산이 미 서부인 줄은 알았으나, 아시아에서 이를 최초 수입한 나라가 일본인 줄은 몰랐습니다. 책에서는 "최초일 뿐 아니라 유일하다"고까지 말하는데, 일본은 본디 타 문화의 근사한 구석을 앞장서 수용하되, 묘하게 자기 식대로 변용한 후에야 직성이 풀리는 묘한 기질을 가지기도 했죠. 책에서는 "(라인업이) 조금은 상이하나 메뉴와 맛은 거의 같다"고 전합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아 대대적으로 오픈했다는 사장님 말씀인데, 좀 색안경을 끼고 보자면 바로 이런 게 일인들의 기발하고 은근하며 민첩한 상술입니다. 진재를 겪고도 오히려 근래 더 관광 진흥에 열을 올리고 재미도 톡톡히 보는 그들에게서, "혁신 의지와 창의성"까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예전에는 "전철에서 망가든 뭐든 일단 책을 보고 앉은 일본인들이 놀랍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인들도 워낙 자기계발에 열심이라 두세 사람 건너선 꼭 한 명쯤이 책을 보는 게 흔한 풍경이며, 우리가 어느 나라에게건 뒤처질 바 별로 없습니다. 허나 책사랑의 문화가 어디서 닮았고 어디서 갈라지는지 확인하는 것도 "책 덕후"에게는 적지 않은 기쁨이겠는데요. 이런 이들을 위해 책에서는 pp. 48~55에 걸쳐 책 명소를 자세히 소개해 놓았습니다. 계획을 어떻게 짜건, 예산의 한계가 어디이건 여기는 꼭 들를 생각입니다. (근데 이러면 앞에 했던 장담과 살짝 대의가 어긋나기는 한데... 에휴 뭐 예비군 훈련 가는 것도 아니고 내 돈 들여 내 여행 다니는 건데 말 좀 어긋난들 뭐 그리 큰 흉이겠습니까)

"당신은 참 좋은 사람 같군요."

이 글귀는 영화 <동경 가족> 중에 나오는 대사라고 하네요. 미유키도리를 알리는 표지판 위에 눈 지긋이 감고 터줏대감마냥, 혹은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가고일마냥 폼 잡고 앉은 고양이 사진이 배경이라 무척 인상적입니다. 아니면, 나쓰메 소세키의 그 유명한 고전 <나는 .....>도 생각나고 말입니다. 나는 혹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진정으로, 어떤 계산이 개입하지 않을 순간에 들어본 적 있습니까? 물론 정 많은 한국 사회에서 친구들 간에 흔히 오가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 어떤 맥락에서 문득 별 일 아닌 양 귀에 꽂힌 적 있다면, 새삼 행복감에 젖을 만도 합니다. 내가 스치듯 방문한 처음의 도쿄가 "참 좋은 도시 같았으면" 좋겠고, 도쿄도 나를 "그래도 괜찮은 것 같은 길손"으로 기억해 줬으면 훈훈할 듯합니다. 이 예쁜 다이어리가 증인 노릇 해 줄 겁니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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