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셰르민 야샤르 지음, 메르트 튀겐 그림, 김지율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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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게다가 AI가 점점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분야까지 파고드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사람다운 면모를 잃지 않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졌다. 여기서 ‘사람다움’이란 바른 인성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삶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따라 실천하려 노력하는 태도를 뜻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의 주인공 피크리는 성공, 명예, 부를 모두 거머쥔 대기업 회장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위대한 피크리’라 불리기를 원하며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있지만, 엉뚱하고 허술한 면모로 종종 웃음을 자아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괄호가 있는 산수 문제에서 무엇을 먼저 계산해야 할지 몰라 눈앞이 캄캄해졌다는 장면은 그 특유의 부족함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이런 그가 뜻밖의 이유로 중학교에 다시 다니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그가 진짜 중학생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무렵, 피크리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언제나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던 과거를 되돌아보며 타인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완벽해야만 좋다는 신념을 내려놓으며 부족함 속에서 관계의 깊이를 배워 간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어른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하는 인물로 성장하는 그의 변화가 매우 인상적이다.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이 존재할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집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작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그 반대에 있었다. 책 속 에피소드를 통해 진짜 중요한 것은 ‘나 혼자 특별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이 소중한 깨달음을 아이들도 경험해 보길 바라는 마음에, 조용히 아이의 책상 위에 이 책을 올려두었다.


삶의 본질을 잊기 쉬운 시대에, 이 책은 다정하고 무해한 방식으로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고마운 작품이다.


- 도서를 제공받아 정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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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
장성원 지음 / 비버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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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


십 대 때 진로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던 시절에는, 마흔이 넘으면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딩크족 커리어우먼으로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그때 내가 그려 보던 미래였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상상과는 꽤 다른 자리에 서 있다. 여전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집에서는 두 딸이 나를 하나의 기준처럼 바라보고 있다.


주변에서는 “스스로 깊이 고민하다 보면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다”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그렇게 고민해 온 결과, 이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고 저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만 자꾸 늘어나는 것이 요즘의 솔직한 모습이다. 그러다 [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를 읽으며, 내 오랜 고민과 조금 다른 관점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좋아함은 어느 날 우연히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조금씩 형성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수많은 경험과 기억을 지나오며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언제든 부드럽게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문장을 천천히 곱씹다 보니, 20여 년 전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선택했던 대학 전공에서 이미 마음이 떠났다는 사실을 나 자신에게도 인정해 줄 수 있게 되었다. 한때는 그 선택이 ‘평생 안고 가야 할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시절의 나에게 최선을 다한 하나의 선택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직업을 경험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그 많은 시도들이 실패의 기록이라기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만들어 가기 위한 실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읽다 보면 ‘나만 이렇게 방황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먼저 찾아온다.


또 이 책에는 에세이 사이사이에 독자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 섹션이 모두 7개 실려 있다. 그 덕분에 이 책은 그냥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 두는 책이라기보다, 잠깐씩 멈춰 서서 나에 대해 적어 보고 정리해 볼 수 있는 작은 워크북 같은 느낌을 준다. 질문에 답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그동안 막연하게만 떠올리던 생각들이 조금씩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깊게 남은 지점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 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질문은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뿐 아니라, 인생 중간에서 방향을 다시 잡아 보고 싶은 누구에게나 유효한 물음처럼 느껴진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분명해지면, 그 안에서 선택하는 직업들은 결국 그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지게 해 주는 여러 갈래의 길이 된다. 직업이 나를 규정하는 단단한 틀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해 주는 도구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니, ‘진로 탐색’이라는 말이 예전처럼 버거운 숙제처럼만 느껴지지 않았다. 끝내 답을 내야만 하는 시험 문제가 아니라, 계속 변해 가는 나를 따라 한 발씩 옮겨 가 보는 긴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창창한 앞날을 두고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도, ‘혹시 나 오춘기인가?’ 싶을 만큼 방황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조용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 담긴 질문들을 하나씩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조금 더 솔직한 얼굴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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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 개정판 한빛비즈 교양툰 36
김도윤(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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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살아가다 보면 ‘알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는 자각이 들 때가 있다. 아마 우리 집뿐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공감할 고민일 것이다. 호기심은 배움의 시작이자 무언가를 이루려는 동기의 씨앗. 그래서 아이에게 그 마음을 다시 틔워줄 방법을 찾던 중, 자연과 동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는 출간된 지 7년이 넘었지만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최근 개정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단순히 표지만 바뀐 것이 아니라, 작가가 부족하다고 여겼던 부분을 세밀하게 수정하고 최신 연구 내용을 반영해 속까지 꽉 채운 개정판이다.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둘째 덕에 요즘 우리 집에는 다양한 동물 관련 콘텐츠가 넘친다. 모든 생물의 조상이 하나였다는 진화 이론은 여러 번 들어도 믿기 어렵지만, 이 책은 그 어려운 이야기를 유머와 그림으로 쉽게 풀어낸다. 아이와 함께 읽다가 ‘바퀴벌레와 새우의 조상이 같다’는 대목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며 깜짝 놀랐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으으! 나 이제 새우 안 먹을래!”  

그 말에 한참을 웃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작가의 재치와 이를 생생하게 표현한 그림이다.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려면 재미가 필수인데,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는 그 역할을 완벽히 해낸다.


책을 통해 곤충이 왜 이토록 다양하게 진화했는지, 어떻게 오랜 세월 생존해왔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와의 대화 주제가 끝없이 확장된다. 생명의 역사에서 절반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곤충의 세계를 탐구하다 보면, 과학의 다른 분야로 호기심이 번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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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면 손해! 알아 두면 쓸데 많은 기발한 시작들
마이크 바필드 지음, 프란치스카 횔바허 그림, 김영선 옮김 / 사파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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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두면 쓸데 많은 기발한 시작들]

우리 집에는 5학년 판타지 덕후가 산다. 책을 좋아한다는 건 참 반가운 일이지만, 욕심 많은 엄마의 바람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가 비문학을 비롯해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있다. 특히 수능 국어의 까다로운 지문들이 한자 어휘가 풍부한 지식 분야에서 출제된다는 걸 알기에 더 그렇다.

문제는, 이런 류의 지식책을 우리 집 아이가 자발적으로 집어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억지로 시키면 끝까지 안 읽고, 스스로 읽게 하려면 무엇보다 ‘재미있어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만난 책, [알아 두면 쓸데 많은 기발한 시작들]은 정말 완벽한 마중물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크 바필드는 [이것저것들의 하루]로 이미 이름을 알린 작가다. 그 전작에서도 지식을 유쾌하게 풀어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이번 신작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리 주변의 익숙한 사물들—수세식 화장실, 롤러코스터, 그리고 자전거까지—이들이 어떻게 세상에 등장하고 발전해왔는지를 재치 있고 생생하게 들려준다.

특히 흥미로웠던 내용은 자전거의 역사였다. 자전거라면 처음부터 페달이 달려 있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1817년 독일에서 ‘페달 없는 목제 자전거’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30여 년이 지나서야 다른 발명가가 페달을 달았고, 우리가 아는 금속 자전거의 형태는 1880년대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이미 존재하는 물건이라 해도 꾸준한 개량과 발명을 통해 더 나은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유용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가 일상 속 불편한 점들을 떠올리며 ‘나라면 어떤 발명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한 꼭지도 길지 않아 집중이 어려운 아이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창의적 아이디어의 씨앗을 심어줄 수도 있으리라.

지식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싶은 아이, 혹은 막연히 ‘무언가 발명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아이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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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양육의 재발견 - 미디어를 중독이 아닌 몰입의 경험으로 만드는
에얄 도론 지음, 이은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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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양육의 재발견]

‘창의적인 사람이 각광받는 시대다.’

이 말은 내가 어릴 적부터 들어오던 익숙한 문장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학교의 시스템이나 가정의 양육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반복되고, 모두가 비슷한 방식의 입력 중심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의 방과 후 풍경을 보면, 학원에 있거나 아니면 미디어에 몰입해 있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정답을 외우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창의성이 피어날 텐데, 현실은 여전하다. 알면서도 내 아이에게 같은 교육을 반복하고 있는 내 자신을 향한 답답함도 큰 상황이다.

자료와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이미 AI가 인간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 영향으로 변호사, 경제학자, 은행원 같은 이른바 ‘안정적인 전문직’조차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함이 밀려올 즈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을 만났다.

[AI 시대, 양육의 재발견]의 저자 에얄 도론은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이 미디어를 단순한 오락이 아닌 ‘몰입과 성장의 장’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TV를 통해 내재적 동기를 자극하고, 게임을 하며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챕터의 제목은 ‘게임하는 아이가 공부를 더 잘한다’이다.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이 문장을 보고 그냥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양육자가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마다 관심사와 발달 속도가 다른 만큼, 정답 중심의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사고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으로서의 품성과 가치, 즉 자존감과 예의, 공감력, 그리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이라고 말한다. 이런 인간적인 힘이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속에서도 아이가 스스로 설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고 그는 믿는다.

특히 내가 가장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7장과 8장에서 다룬 ‘창의력’에 관한 내용이었다. 교육서를 읽을 때마다 ‘좋은 내용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지?’라는 갈증이 생기곤 하는데, 이 책은 그 부분을 시원하게 해소해줬다. ‘주변 환경에 관심 갖기’, ‘창의적 루틴 만들기’,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발견’ 등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가 풍성했다. 9장에서는 호기심을 키워주는 방법을 다뤄, 가정에서는 부모가 어떤 태도로 아이를 도울 수 있을지 숙고해볼 수 있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질 직업은 명확하지만, 새롭게 떠오를 진로는 도통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 속에서도 스스로 준비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에게 이 책은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 도서를 제공받아 정직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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