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바리필요없는 바리스타키트 (바닐라 콜드브루 라떼) - 콜드브루 루시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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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구성으로 나온다면 안 살 수 없네요.
이번 주말은 바닐라 라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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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시요일
강성은 외 지음, 시요일 엮음 / 미디어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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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사랑을 해왔습니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시요일 엮음시요일, 2018


  사랑은 소설로 시작해서 시로서 남는다분명 서사가 있었던  같은데 지금 가진  흐릿한 감정과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이다수백 겹의 사랑이  하나의 이별로 남았다오늘은 사랑하지 않는데내일은 사랑한다널뛰는 감정을 감출길이 없어 잔을 채우고책장을 뒤적인다 권에 시집에는  개의 사랑과  개의 이별이 있다게걸스럽게 시집 이별로 밤을 축인다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말에 줄을 긋고 이렇게 새로 적어넣는다

언젠가 너를 잊은 적이 있다

그런 나를 한번도 사랑할  없었다

-남진우,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사랑보다는 이별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매일 이별하면서 산다사랑은 끝난 지 오랜데 지난 자국들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이제는 당신보다 내가  미운데 어쩔  모르겠다문지를수록 마음에 가득 번진다따끔거리는 상처 딱지를건드리며 거기에 여전히 흉터가 있음을 기억한다. 사실 이제 사랑했던 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럼에도 여전히 공터에 남아 앉아있다.


네 동공은 우주 같았고 그러나 빈 우주에서 나는 독백하는 배역을 맡았다 또 한 편의 여름이 재생되었다 나는 일상을 적지 않았다

- 안태운, <피서> 


​  나는 여름을 좋아해본 적이 없다. 자주 거짓말했다. 온통 젖어드는 열대야가 싫고, 자주 벗겨지는 태양이 싫다. 그럼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몇 번 입김을 불어 손을 말리고, 다시 잡았다. 한여름에 손은 마주 잡지 않아도 축축하다. 다시 또 여름이고, 2주기가 된 여름을 기억한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고 나면 보낼 수 있다

죽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를 내다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다

- 강성은, <忌日>


  나는 네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 이상 같은 세계에 없다고 생각하면 나는 또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럼에도 어떤 곳에 가면 주변을 살핀다. 이번 생에서 다시 너를 마주치게 된다면 나는 너를 귀신이라고 믿을 것이다. 볼 수 없는 것을 보았으니, 이건 꿈이다. 나는 이생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내일로 걸어간다. 나는 여전히 비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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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설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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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랑이 끝난다. 가만히 앉아 언제 사랑이 끝나기로 했는지 생각한다. 관계가 끝나는 것은 이별은 말하는 순간이지만, 우리의 사랑은 이미 끝나 버렸거나 조금 더 지속된다. 사랑이 끝나도 관계를 끝내지 못했다. 혹은 사랑은 끝나지 않았는데 관계를 끊어버렸다. 우리는 사랑이 언제 끝났는지 알 길이 없어서 공허한 마음으로 종일 물음에 대답한다. 어느 순간 우리 사랑이 끝나기로 했는지.

 

임마누엘 카레르의 작품 <러시아 소설>은 크게 두 줄기를 가지고 있다. 구소련의 마을 코텔니치에 임마누엘이 다큐멘터리 팀을 꾸려 정신 병원에서 50년을 보낸 남자를 만나러 간다. 만남은 순조롭지 않고,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되기에는 빈약하다. 임마누엘은 그 남자에게서 외조부의 모습을 발견한다. 한 남자의 역사에서 임마누엘 개인의 역사를 찾는 과정으로 이야기로 나아간다. 또 다른 줄기는 임마누엘의 여자친구, 소피다. 둘의 연애는 구구절절하다. 각자의 사연과 이유가 있다. 끊임없이 자신을 변호하고, 상대를 탄원한다. 임마누엘이 소피를 위해 <르몽드> 지에 쓴 소설이 관계에 커다란 변곡점이 된다.

 

임마누엘 카레르의 <러시아 소설>은 제목과 다르게 소설이 아니다. 임마누엘의 실제 이야기를 논픽션으로 다룬 문학 작품이다. 소설가의 다른 작품인 <리모노프>가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문학적 성취를 이뤄냈다면 <러시아 소설>에서는 가상 같은 실제의 세계를 통해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러시아 소설>이 서스팬스를 만들어내는 지점은 소피와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과 섞여서 나오면서 과연 이 커플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유발해낸다. 논픽션 안에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고, 실제 작가 개인의 연애사가 작품의 전반에 등장하면서 과연 이 작품이 어디까지 솔직한 것일까 의심을 품게 된다.

 

우리는 다큐멘터리가 가장 사실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감독에 의해서 연출되고 편집되기 가장 쉬운 장르 역시 다큐멘터리이다. 조작하고자 한다면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극영화보다 훨씬 더 위험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이 다큐멘터리이다. <러시아 소설> 역시 논픽션이라는 장르에서 작가가 실제를 꾸밈없이 서술하고 있다고 독자는 믿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아무도 확언할 수 없어진다.

 

여기서 위태로워지는 것이 소피라는 인물이다. 소피는 전적으로 서술자이자 화자인 임마누엘에 의해서 창조된다. 작품 속에서 소피는 우유부단한 인물로 임마누엘을 배신하면서도 헌신적이다. 소설의 끝에서 소피와 임마누엘은 각자 자신의 길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과연 임마누엘이 소피의 이야기를 문학으로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윤리적인 측면에서 임마누엘이 소피의 이야기를 전면에 부각시켜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소피에 대한 폭력이 되지 않을까? 의심을 거둘 수 없게 된다.

 

이 둘의 사랑이 끝난 건 언제였을까? 카레르가 다리를 다친 소피를 두고 러시아로 떠났을 때였거나 혹은 카레르가 외딴 마을에서 단단한 신문기자 갈랴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 때, 안나는 재활원에서 만난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때인지도 모른다. 둘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거두고 나서도 쉽사리 관계를 종료하지 못한다. 그들의 사랑은 언제 끝나는가. 임마누엘이 책의 탈고를 마쳤을 때? 소피가 <러시아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위태로운 작품 안에서 우리는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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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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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화 소설 속의 인물들은 저울 위에 올라있다. 작가는 한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생각했던 관계가 어느 순간 반대쪽으로 기울게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자신의 집에 가정부로 일하러 온 여자가 자신보다 더 이 집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은 불안을 그린 구두, 잘 생긴 외모로 주목을 받던 남편이 사고로 틀니를 하게 되면서 관계가 역전이 되는 틀니, 단편집 지극히 내성적인에 실린 10편의 소설들은 관계의 변곡점을 적확하게 집어낸다.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 명 이상이 필요하다. 관계는 혼자서는 무게를 잴 수 없는 양팔 저울이기 때문이다. 양팔 저울에는 더 세 명이 올라설 수도 없지만, 세 명 이상이 되면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사회가 성립되어 버리기 때문에 최정화의 소설은 둘, 나와 너에 집중한다. 관계에서 는 분명하지만, ‘는 분명하지 않다. 팜비치에서는 는 매력적인 부인과 순진한 딸을 가진 배 나온 중년으로 명백하지만, ‘가 되는 인물은 부인과 바람피우는 남자가 되었다가, 갑자기 성숙해진 딸을 희롱하는 벨 보이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저울에 반대편에 있는 인물들은 정확하지 않고 모호해서 나를 더욱 혼란하게 만든다. 나아가 파란 책에서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고 나서 세상과 나의 관계의 추를 바꿔놓은 중년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에게 세상은 현존재를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그녀는 이제 현존재를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울에서 한없이 무거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이해할 수도 없는 책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허위의식을 꼬집는다. 소설집의 표제작이 되는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에는 단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무게중심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가와 소설가가 창작하는 동안 내려와서 산 집의 주인이 주인공이 된다. 오해를 통해 집 주인이 소설가에게 적의를 품게 되면서 자신이 원한 관계를 강제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받고자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의 추가 기우는 이유 역시 흥미롭다. 홍로에서는 두 인물 사이의 거짓말이 그들의 균형을를 무너트리고, 오가닉 코튼 베이브에서는 정당성이 무게중심을 뒤흔들어 놓는다. 최정화가 포착한 이런 순간들은 몰락하는 세상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거짓말을 통해서 한층 더 타락한 세상과 선악과를 베어 문 아담과 이브 이래 한 번도 좋아진 적 없는 모습을 그려낸다. 더불어 허위의식과 정당성이 한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만들 수 있는지, 또 스스로를 억압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소설에 끝에서 인물들은 선택하지 않는다. 양쪽 다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하기 직전에 멈춘다. ‘지극히 내성적인인물들이 가까스로 무게 중심을 잡고 있는 순간을 보여준다. 양팔 저울은 균형을 맞추고 있다가도 조금만 무게 중심이 깨지면 한쪽으로 확 쏠리게 된다. 최정화의 소설은 그 몰락 이전의 찰나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거짓말, 허위의식, 정당성 등의 징후를 통해 이 세계의 윤리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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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5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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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한 줌의 친절을 심는 일


  혐오와 폭력이 넘치는 세계에서 친절을 움켜쥐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의 친절이 어떻게 되돌아올지 모르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정세랑의 소설 재인, 재욱, 재훈에서 특별히 애틋하지 않은 삼 남매가 피서에서 돌아오는 길에 형광색 바지락칼국수를 먹고 초능력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초능력을 얻는다. 재인은 손톱이 단단해지고, 재욱은 위험을 볼 수 있게 된다. 재훈은 엘리베이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를 구원할 수는 없을 만한 초능력이다.

 

  이들은 각자가 갖게 된 초능력으로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구조한다. 재인은 강해진 손톱으로 룸메이트를 구하고, 재욱은 전쟁의 상흔을 입은 두 소녀를 구출한다. 재욱은 환각 버섯을 먹은 복용자들의 총알로부터 친구 세 명을 보호한다. 우연하게 얻은 초능력으로 그래야 하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을 돕는다. 거기에는 어떤 기대도 없다. 흔히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이 갖는 나의 정의로움으로 이들을 구원하겠다는 묵시록적인 비장함이 없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친절을 자연스럽게 주변에 베푼다. 그 과정에서 있을지도 모를 불이익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고, 너무나도 다정하게 초능력을 주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다. 지금 이 순간을 구조하겠다는 절박함만이 존재한다. 물론 그들이 감당해야 할 불이익은 재인에게는 잠시 피해있을 숙박비, 재욱에게는 하루 무단결근으로 인한 직장 상사의 꾸지람, 재훈에게는 엘리베이터 안의 갑갑한 공기 정도가 전부였다.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이고, 친절을 꺼내기에는 세상은 너무 위험하다.

 

  사건이 끝나고, 이들은 모여서 이야기한다. 아직 세상에 사람들이 스스로 구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세계의 극히 일부‘(P.164)라고 히어로까지는 아니라도 구조자는 많을수록 좋지 않’(P.164)겠냐고 재욱이 말한다. 거기에 한 마디 덧붙인다.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P.164) 모른다고. 소설 속에서도 이들은 실제로 구해졌다. 그들이 돕지 않았으면 자신들이 피해를 봤을 수도 있는 상황이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오래된 격언이 생각난다. 정말 이들은 구해졌을까? 슈퍼히어로들이 그렇듯 다른 사람들을 구조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빠져 오히려 자신들이 구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지는 않을까? 아마 아닐 거라고 믿는다. 그들이 우연으로 얻은 초능력은 변변하지 못해서 강철 손톱’, ‘위험을 감지하는 눈’, ‘엘리베이터를 지배하는 자로 불리기에는 민망하다. 그저 새로 생긴 능력들로 미운 사람을 아프게 꼬집어 주고, 가스 밸브 잠그는 일을 까먹지 않게 되고, 엘리베이터로 인해 지각하는 일이 없게 될 뿐이다. 아직 놓치지 않은 친절로 아직 세상에 온 적 없는 구원자를 대신해서 일상을 구조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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