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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증 -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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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아픔을 재단하다 

- 지그문트 바우만, 레오니다스 돈스키스 '도덕적 불감증'

 

 

 

항상 여기저기서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직접 공부해보지는 않았던 ‘지그문트 바우만’. 사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생각보다 흥미로운 제목에 시선이 끌었지만 어딘가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두 저자의 이름에 선뜻 책을 들기가 힘들었다. 대부분의 철학책들이 그 명료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다 보니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읽는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내용이 다소 복잡한 것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마냥 쉽게 읽히지만은 않았다. 교양서적을 가장한 철학서적에 가깝다.

 

 

최근에 성폭력 범죄와 관련된 기사에서 이런 댓글을 본적이 있었다. 피해자의 얼굴을 들먹거리며 ‘그래도 괜찮다’는 식의 비아냥 거림이었는데, 피해자에 대한 공격적인 화살들을 보고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나날이 늘어나는 범죄들 속에서 사람들은 여러 사건의 피해자들의 고통을 비교하며 피해자에게 도덕의 잣대를 들이밀고, 그 가해자의 형량에 따라 피해자의 아픔을 쉽게 재단하고 만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닌데 말이다. 우리는 왜 이리도 차별과 소외, 폭력에 무덤덤한 것일까. 특정한 사태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분노하면서 만연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것일까.

 

 

이처럼 현대사회는 헤어날 수 없는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있다. 폭력을 매일 보면 그것은 더 이상 경악이나 혐오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반복적인 비도덕적인 상황속에 노출되다 보면 도덕에 있어서 어느 감정도 불러낼 수 없다. 흔희 공포영화와 같은 선정적인 영화를 감상할 때, 처음에는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경각심들을 일깨우지만 곧 접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그것에 무덤덤해지고 만다. 사회적인 문제들 또한 똑같다. 너무나도 익숙해진 나머지 더 이상 문제로도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특정한 사건들 보다 다양한 편견과 소외와 같은 문제들이 곳곳에 만연해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온 일상적인 편견들이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이것이 편견인지 아닌지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망각 상태에 빠져있는 것이다. 더더욱 사이버 세상 속에서는 특수한 ‘익명성’과 함께 잘못된 도덕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주의화되어가는 사회의 어두운 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개인주의의 문제이기 보다는 집단 이기주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집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개인의 이기심을 드러낼 뿐이다.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점을 제시한 것은 좋았지만, 후반부에 결말을 짓는 부분이 어딘가 어색하다. 물론 제목이 말해주듯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 집중을 했기 때문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도덕이라는 것, 그것은 무엇이며, 도덕적 불감증을 해결하기 위한 또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한동안 고민해볼거리를 내게 안겨준 시간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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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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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없는 어둠 속에서의 투쟁

- 사사키 아타루 ‘야전과 영원’

 

 

 

언젠가 그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아주 단호하고 명쾌한 그의 문체에 단숨에 매료된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철학책들을 읽다보면 사상의 체계가 치밀할수록 읽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에 반해 깔끔하고 시원시원하게 말하고자하는 바를 전달하는 사사키의 문체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전과 영원>은 그의 사상의 전반적인 체계가 담겨있는 책이기 때문에 여느 철학책처럼 읽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어투에서 힘이 느껴지는 것은 여전했다. 하지만 교양서적이라기 보다는 인문학 도서에 가까운 책이었기에 읽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여기서는 책의 전반적인 인상에 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푸코와 라캉은 여러 인문학 도서에서 수도 없이 그들의 이름을 들어 왔으며, 그들의 치밀하고 독창적인 사상에 머리가 지끈거린 적도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여는 것이 나에게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 처음 책을 받고서 소위 ‘니체의 팬’을 자처했던 사사키가 니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딘가 섭섭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분명 푸코와 라캉, 르장드르의 탈을 쓴 니체와 사사키의 책이었다. 책을 조금씩 읽다보면 우리는 니체가 제시하는 방식에 따라 그의 글을 읽게 되는데, 이는 사실상 니체에 따라 푸코와 라캉, 르장드르 세 사람을 꿰어내는 것과 같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는 ‘읽음’, 즉 독자의 입장에서 ‘독서는 혁명’임을 어필했다면, 이 책에서는 읽기에 앞서는 작가의 입장에서 ‘씀’이라는 단계를 이야기한다. 사사키가 말하는 ‘씀’이라는 것은 아주 혁명적이고 고달픈 과정이다. 어떠한 텍스트를 읽어낸다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글을 읽는 것에 지나지 않고, 저자의 전체를 통찰하는 위험하고 도전적인 일이다. 그에 선행하여 그 텍스트라는 것은 어떠한 정보에도 기대지 않고 계속적으로 스스로와 부딪힘을 통해 쓰여질 수 있는데, 여기저기서 긁어모아서 글을 쓰는 단순한 정보의 수집과는 명백히 다르다.

 

 

지극히 간결한 문제로 최대한 읽기 쉽게 설명을 하지만, 푸코, 라캉, 르장드르의 사상이 마냥 쉽지 않은 탓에 그의 글이 쉬이 읽히지만은 않는다. 사사키는 매번 ‘반복적인 읽기’를 매우 강조했는데 그 ‘반복적인 읽기’가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을 중반쯤 읽다보면 그가 반복적 읽기를 유도하기 위해 이러한 글을 써내려간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너무나 다른 것 같은 세사람으로부터 출발해 셋을 관통하는 일관성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자기가 살아가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인 구조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어떠한 조건이나 기준에 나 자신을 맞춰버리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한 구조 속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그것에서 벗어나는 과정 자체도 힘들뿐 더러, 벗어남과 동시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마련이다. 특히 사사키가 살아왔던 일본의 상황과 최근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리 동떨어진 생각은 아니다. 사사키가 푸코와 라캉, 르장드르, 그리고 니체의 사상을 통해 돌고 돌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주체를 가질 것을 제안하는 것은 아닐까. 그 힘들고 고독한 투쟁의 과정 속에서도 반드시 스스로와 마주할 것을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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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다짐하는 다섯 권의 책

 

 

새해가 밝았다. 모두가 새마음 새뜻으로 다짐하고 꿈을 꾸듯, 나또한 새해를 맞아 한 해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몇권의 책들을 골라보기로 했다. 매력적인 책들과 함께할 수 있어 매우 영광스러운 한 해의 시작이다.

 

 

 

 

 

프로파간다 파워  데이비드 웰치 (지은이), 이종현 (옮긴이) | 공존
"인간과 세상을 조종하는 선전의 힘"

 

과거 정보 전달 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 선전은 많은 사람들과 세상을 조종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통신 매체가 발달한 오늘날에도 선전은 여전히 우리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인터넷 사회에서 우리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로 사람들을 선동한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쉽게 선동 당하며 의도치 않게 또 다른 누군가를 선동하고 있다. 선전이 갖고 있는 역사와 그 힘에 대해 다루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 아닐수가 없다.

 

 

 

 

 

 

비밀의 언어 사이먼 싱 (지은이), 이현경 (옮긴이) | 인사이트

"암호의 역사와 과학"

 

 

게 다루기 어려운 암호라는 주제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암호'라는 것은 생활 이곳 저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특수한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비밀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그들이 공유하는 그 비밀의 언어가 무엇인지,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내고 지켜나가는지가 궁금하다. 예전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아주 흥미롭게 전개해나간 사이먼싱의 신작이 매우 기대된다.

 

 

 

 

 

 

감정의 식탁 게리 웬크 (지은이), 김윤경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지금 당신이 먹고 있는 것이 감정을 지배한다!"


 

소위 홧병이라는 것을 극심하게 앓다가 그것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한동안은 밑도 끝도 없이 감정을 표출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자비한 감정표출은 나의 감정을 잠재우고 정화시키기 보다, 오히려 예민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감정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채식과 감정사이의 연결관계에 관한 글을 우연히 읽게되면서 틈틈이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고 있다. 아직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많은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의 식탁이 얼마나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시민의 교양 채사장 (지은이) | 웨일북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어쩔 수 없는 교양이 필요한 시대다. 우리는 모든 어떤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며, 모든 어떤 것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움 처럼 여겨진다. 사실 이런 보이기식의 지식을 갖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적절히 소통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최소한의 교양을 갖는 것은 어느정도 필요하다. 이러한 류의 넓고 얕은 인문학 도서는 여러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인문학 전공자가 아닌 누군가에 있어서는 충분히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묻지 않는 삶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은이), 성귀수 (옮긴이) | 인터하우스
"한국에서 살아가는 어떤 철학자의 영적 순례"

 

 

 

 

나 자신으로 부터, 남의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삶. 말은 쉽지만 실천은 참 어려운 말이다. 작가 졸리앙은 그 어려운 말을 어렵게 실천한 사람이다. 모두들 나의 뜻을 고민하기 보다는,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 대해 집중하기 마련이다. 더더욱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타인을 배제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침묵과 묵상이며, 관계를 끊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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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끝에서 책의 향기를 맡다

 

 

코 끝이 아찔하게 시려오는 겨울이다. 이런 때 따뜻한 이불 속에서 조용히 책을 탐닉하기 제격이다. 이번 달 눈길을 끄는 책들이 유독 많았다.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와 따뜻한 위로,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과 그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선 등 무겁지 않으면서 무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들을 볼 수 있었다. 추운 겨울, 찌뿌둥한 몸은 움직이기는 귀찮더라도 머리는 잔뜩 움직여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들 5권을 주목해보았다.


 

 

 

 


세상을 여행하는 방랑자를 위한 안내서 김현철 ㅣ 마호

“사랑, 환멸, 그리고 이전 안내서들을 위한 안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여행 안내서>가 떠오르는 제목이다. 마치 실제 여행안내서 같은 재미있는 디자인과 함께 환상적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한동안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출판계에서 인기를 얻었다면, 최근에는 ‘불안’이 주요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세상사람들이 많이 불안하다는 소리다.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할지, 지금 나의 감정은 왜 이러는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불안하고 두려운 사람들에게 단순하고 담담한 태도로 작가는 응원의 말을 전한다.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형체 없는 희망고문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괜찮아’하며 동정 아닌 시선으로 우리를 어루만져준다. 이 책이라면 여전히 세상을 방랑하는 내게 조금은 응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소리가 보이는 사람들 제이미 워드(지은이), 김성훈(옮긴이), 김채연(깜수) ㅣ 흐름출판

“뇌과학이 풀어낸 공감각의 비밀”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한동안 ‘공감각’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일반적으로 음악에서 색깔을 보고, 글자에서 맛을 느끼는 등 하나의 감각에서 다른 감각까지 느껴지는 현상을 공감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감각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아주 일부이기 때문에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일반인들은 때때로 그들을 ‘장애’로 치부하기도 한다. 공감각을 경험하는 이들은 많다. 리처드 파인먼, 니콜라 테슬라, 반고흐 칸딘스키, 랭보 등 그들에게는 공감각이 예술성을 이끌어낸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공감각을 경험한 적이 있다. 물론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만큼 명확한 감각은 아니었지만, 어떠한 글자에서 색감을 떠올리고, 후각에서 색감을 느끼기도 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이다.



 

 

 

판타스틱 과학 책장 이한음, 조진호, 이정모, 이명현(지은이) ㅣ 북바이북

“과학책을 읽고, 쓰고, 번역하는 고수들의 choice”


 

무엇보다 출판사 서평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코스모스』를 냄비받침으로 사용하고 계신 분

    ·책장에 문학, 인문학 책만 있으신 분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이후 과학책을 한 권도 안 읽은 분


 

 

마치 나를 겨냥하고 쓴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눈길을 끌었다. 나는 원래 고등학교 시절 이과생이었지만 수능을 치기 직전, 중도에 문과로 전과했다. 중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내게 너무 흥미로웠던 과학이 수험생 시절을 거치며 나를 옥죄어 오는 사슬처럼 느껴졌다. 과학을 느끼기도 전해 암기가 필요했고, 이해하기도 전에 문제를 풀어야만 했다. 이 책은 과학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망설였던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다. 어쩌면 과학을 알고 싶지만 과학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구도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 한동안 과학을 내려 놓았던 나지만 다시 한 번 과학책을 집어 드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정의를 부탁해 권석천 ㅣ 동아시아

“서로에게 정의를 부탁해야 하는 존재”

 

 

 

언제부터 우리는 정의를 부탁해야만 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정의’란 더이상 제 의미를 상실해버렸다. 한 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인문학적인 사고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의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 자체가 상실된 시대였음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권석천 기자는 25년 동안 기자로 일하며 주로 법조 분야를 맡았다. 검찰과 법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숱한 비상식적인 일들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정의’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25년차 베테랑 기자이기에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닐까싶다. 우리 사회가 정의를 부탁해야만 하는 이야기들. 우리가 서있는 자리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야전과 영원 사사키 아타루 (지은이), 안천 (옮긴이) ㅣ 자음과 모음

“푸코, 라캉, 르장드르……”


 

 

 

 

 

제목만으로도 충분하다. 야전과 영원, 끝없는 밤의 전투다. 참 맘에 드는 제목이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할 것인가. 작가는 자크라캉에서 피에르 르장드르, 미셸푸코 그들의 개념을 비판하며 그 속에서 인간 주체의 구조를 더듬어나간다. 사실 세 철학자 각각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세 사람이 내세운 개념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짧은 서평에서부터 다가오는 묵직한 울림은 사사키 아타루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한권의 책의 책이 크게 나를 변화시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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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심리학 - 페이스북은 우리 삶과 우정, 사랑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책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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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을 시작한 건 4년 전 이맘 쯤이었다. 당시는 SNS라는 용어 자체가 익숙하지 않던 시대였고, SNS라고 해봐야 싸이월드 미니홈피 정도였다.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했던 페이스북은 조금 느린 나에게 너무 어렵기만 했다. 그때 친구들이랑 우스개소리로 페이스북이 왜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지 모르겠다고 비아냥 거렸었는데, 매일 같이 뉴스피드를 채우곤 하는 그때 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난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많은 SNS들의 발달은 우리 삶의 필수적인 매체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를 얻고, 소식을 들으며, 때로는 자신의 사업을 확장해나가는데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단순한 인터넷 세상이라고 치부하기에 SNS 시장은 우리들 삶,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게 된 것이다. 잊고 있던 친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페이스북은 나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고, 이는 곧이어 사회적인 위치에서의 나자신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작은 프로필 사진 하나, 글 하나, 좋아요 버튼 하나까지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었고, 곧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우리들의 얼굴은 어디에도 없었다.

 

 

‘페이스북 심리학’은 페이스북 속에서 또 다른 자아를 생산해내며 집착하고, 통제력을 잃고, 사회로부터 도피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통해 우리들이 얼마나 페이스북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사회에서 도태되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글에 얼마나 많은 댓글이 달리고 좋아요가 눌러지는지를 의식하며,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의식하곤 한다. 가장 이상적으로 편집된 모습을 사람들에게 어필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들이 얼마나 스스로가 아닌 타자에 의존을 많이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내 얼굴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 얼굴을 보여주는 곳이 되어버렸다.

 

 

인간이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받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참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참 교묘히 이용하는 매체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외로움을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채우고, 끊임없는 관심으로 어딘가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완성시키려한다. 나 또한 그랬다. 무의미하게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켰다 껐다 하며 끊임없이 사람들 속에 있음을 느끼려 했고, 글을 썼다 지우며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여질지를 의식하고 있었다. 일상에서의 결핍을 사이버 세상으로 메꾸고자 했던 것이다.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현실 도피적인 세상을 갈망하는 우리들. 오늘부로 나는 다시금 페이스북에서 멀어지려한다. 조금 부족하면 어떠리. 살아가는 건 가상 속의 내가 아니라 현실 속의 나일 뿐이다. 조금 두렵더라도 그 모습을 인정하고 깨닫는 것이 진정한 내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와 당신, 얼굴이 없는 나는 얼굴이 없는 당신을 마주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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