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 2008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주영선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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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학수첩 작가상을 수상한 아웃...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마치 사방의 벽이 점점 조여오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갑갑하고 물밑에 있는것처럼 가끔씩 심호흡을 하게 만든 것일까...?

사람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것은 사람이다.

특히나 나와 서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정도로 가까운 사람들...

존재감이 희박하면 그만큼 남기는 상처도 미미하고 존재감의 벽들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멀리 있는 사람들이 가까워질 수 록 그들이 앞세운 벽들은 점점 나를

압박해 들어오고 그들이 휘두르는 말은 나를 상처입혀 쓰러뜨린다.

더구나 나를 미워하는 자들은 쓰러진 나를 보며 상처에 소금까지 뿌리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손내밀 곳까지 빼앗긴다면...

 

이 책에서 '나'는 위현 보건소의 소장으로 두아이중 작은애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

자폐증인 아이를 돌보기 위해 남편은 회사까지 관두고

집에만 있고 '내가' 돈을벌기위해 공무원 생활을 하는 중.

이런 그녀에게 마을사람들을 장악하려는 부녀회장과

그녀와 적이자 '나'를 상대하기엔 더없는 동지인

박도옥 할머니.

그 틈에 상처만 남고 '나'를 도피처로 삼으려는김금송.

드센 여자들 사이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이장과 반장.

심지어 종교를 앞세워 핍박하는 사람들까지 ...

점점 사람들은 뭐가 잘못된건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나'를 조여오고 이용하기위해 휘두르려 한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것은 사람이다.

사람이란 혼자 살 수 없는 생물.

무리를 지어 서로 도와야 하는데,그러는 와중에 그 무리를 장악 하고 싶은 사람은

꼭 나타나기 마련인 것이다.

눈앞의 것만 쫓다보면 그것만이 전부인양 되어버리고 자신이 남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지던

상관없게 되어버린다.

이 소설의 답답한점은 너무도 담담히 일어나는 일들을 적어갈뿐

'나'란 존재는 능동적 대응조차 제대로 못한다.

하지만 현실일 때 내가 이상황이라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나?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점이....

 

내가 주인공인양 답답함을 느낄정도로

몰입감을 주는 소설이다.

인물 하나하나가 성격을 알 수 있을정도로 생생히 살아있고,

그렇기에 상황의 답답함이 내일인양 느껴지기에...

책을 덮으며 사라지지않는 압박감과

내일이 아니라는 안도감에 숨이 내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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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케이트 캐리건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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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릿 소설은 흔히 가볍고 자극적인걸로 생각 한다.

나역시 예외는 아닌지라 가볍게 기분전환을 위한 소설로

이 소설을 펼쳐 들었지만 뜻밖의 진지한 화두에

나역시 어느새 진지하게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나란 사람은 사랑이란 이세상의 사람수 만큼 다양하게 존재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일평생 한사람만을 가슴에 품고 홀로 살아가는 사람, 결혼 따로 애인들 따로인 사람,

결혼은 했되 섹스리스로 살아가는 부부, 일찍 결혼해 그사람만 보고 살아가는 사람...등등

이 소설 역시 사랑없이 결혼한 할머니와 그 손녀의 결혼에 대한 이해와

사랑에 대한 다른 방식을 알아가는 과정이 엇갈려 그려진다.

결혼이란 전혀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던 두사람이 신성한 약속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감내해가며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충돌이 없을 수 없고, 미워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일 수 밖에

없다는것을 납득하고 감싸 안으며 포용해가는 삶일 것이다.

 

뉴욕에서 잘나가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트레시는

나이에 쫓겨 초조한 나머지 사랑하지는 않지만 잘생긴 남자

댄의 청혼을 받아들여 덥썩 결혼한다.

당연히 이 결혼이 정당한지, 잘하는 짓인지 초조해 하는

트레시에게 엄마는 '버나딘 할머니의 요리 레시피'를 건네주고,

그 안에는 레시피와 함께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결혼한 내내

느꼈던 불안과 과정을 빠짐없이 적어 놓은것.

 

할머니 버나딘과 손녀 트레시는 닮지 않은듯 닮아 있다.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고 결혼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위태위태하게 지탱해 나가는 것이 두번째다.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소설들을 읽다 보면 둘다 사랑없이 결혼 했지만

또 둘다 너무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만을 바라 본다고 해서 내가 다른곳을 보고 있는데

눈을 맞출수 있을까?

어떤 사랑은 한순간 불꽃처럼 확 피어 오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랑은 불이 안붙은줄 알고 포기하는 순간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알갛게 불꽃이 넘실거리는 사랑도 있는것이다.

더구나 결혼이란 사랑을 넘어서 생활이고, 혼자가 아닌 둘이서 뭔가를

일구어 나가는 행위이기에 사랑을 넘어선 더큰 이해와 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 소설에는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 많이 등장한다.

*댄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줄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그 생각은 잘못됐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자기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

 

*내 경험상 정직은 친절한 행동이 아니다.

그보다는 어설픈 도덕으로 가장한,자신을 배출하려는  이기적이고

잔인한욕구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것'은 견딜 수 있다.우리가 견딜 수

없는것은 두려움 자체다.

 

결혼이란 어딘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있게

우리 자신을 흔들어 헤쳐나가는 것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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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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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참으로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많은 역사적 사건과

사고로 멍든 과거를 갖고 있죠.

물론 역사란 계속 흘러가는 겁니다만...

1960년대 군부독재정치가 행해지는 와중에 청년 지식인으로 구성된

청년 문학가 협회, 민족주의 연구회, 기독청년 경제 복지회, 신 문화 연구회,

불교 청년회, 경우회, 청맥회가 조직되죠.

그리고 합벅적 월간지 <청맥회>를 출간하여 반미,반독재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계몽에

나섭니다.

그러나 1968년 8월 24일 158명의 회원들이 구속되며 이 운동은 와해됩니다.

이것이 유명한 <통일 혁명당사건>으로 정부 발표에 따르면 대남 대규모간첩 사건으로 최대 규모였죠.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혁신 정치세력은 움츠러 들게되고 보수적 성향이 우세하게 된겁니다.

 

저자인 신영복씨도 이<통일 혁명당>사건에 휘말린

당시 숙명여대 경제학과의 강사였는데

구속되어 사형이 선고 됩니다.

그 순간의 공허와 허허로움....

모든것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듯한 아득함 속에서

먼 기억속의 한줄기 따사로움을 찾아

하루에 두장씩 지급되는 재생종이 위에

조금씩 적어내린 글입니다.

메모를 갖고 있는것조차  금지되어 있는 사형수의 독방안에서

놓칠수 없는 그 따사로운 기억들을 어떻게든

누군가에게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누군가에게 남긴다기보다는

잊혀지기전에 기록해두고 싶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소지품검사에 걸리기 전에 근무헌병에게

건네며 집에 전달해 주거나 그도 안되면 가지라고 한 것이겠지요.

 

이 추억은 봄날 문학회 회원들과 서오릉으로 봄나들이를 가던

신영복씨가 여섯명의 꼬마를 발견하며 시작되죠.

남루한 옷차림의 꼬마들...

냄비에 쌀과 단무지반찬만 가지고 역시 서오릉으로 봄 소풍을 가던

꼬마들과 엮인 추억은 후에 <청구회>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신영복씨가 갑작스레 구속되기 전까지...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짧습니다.

재생 화장지에 간략히 적어갔던 기억의 단편이니 만큼...

하지만 그 추억의 색채 만큼은

책을 읽는 내내 글을 읽는다  

는 행위가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듯

잔잔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도 그런점을 느껴서 인지

김세현씨의 그림을 통해 아련함을 더해주죠.

누군가에겐 작은 기억의 단편이

다른 누군가에겐 절망의 상황에서조차

희망의 촛불이 되어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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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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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전철이나 길거리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이 스쳐지나감을 계기로 누군가 획기적인 일을 격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많이 한적이 있죠.

가네시로 카즈키 역시 삶이란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에게 작으나마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것 같습니다.

영화처럼 은 다섯편의 영화를 매개로 각각의 독립된 스토리이면서도

작은 인연의 스침을 퍼즐처럼 연결해 놓았습니다.

이런 소설이 드문것은 아니지만 그 소소한 때로는 격동적인 스토리와 평범하다면

평범한 일상들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것을 보는 재미랄까요?

 

1# 태양은 가득히-첫번째 에피소드인데 펼치는 순간 과거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주인공과 친구가 영화에 빠져 동시상영관을 전전 하는 장면에서

                      저 역시 퀴퀴한 냄새가 나는 극장안 군데 군데 잠을자는 아저씨가 있고,

                      연인인듯 영화엔 관심없이 떠드는 20대 남녀한쌍,

                      먹을것을 잔뜩 사가지고와서 영화 내내 부시럭 부시럭 대는 남자...

                      그 틈에서 내성적인 나와 그친구는 주윤발의 영화와 왕조현,장만옥등

                      홍콩 배우들에 매료되어 시간을 보냈었지요...

                      유명한 영화를 매개로 하여 과거로의 여행을 시켜주는 듯한 단락 입니다.

                      소설에서의 '리플리'는 영화와는 달리 잡히지 않는다더군요.

 

2# 정무문- 인간에게 있어 선택의 순간은 항상 찾아오죠~

              그것을 용기있게 맞닥뜨리냐와 흘려보내느냐는 그때 그때의

              판단에 의지할뿐.

              중요한것은 피하다보면 외면한 현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다는 거죠.

              

3# 프랭키와 자니-다섯편중 가장 영화같은 에피소드랄까요?     

                     또한 가장 가슴아픈 에피소드 입니다.

 

4# 페일 라이더- 영화속의 영웅과 현실의 영웅은 다를수도 있다는 역설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입니다.

                    하지만 영화속 영웅이건 현실의 영웅이건 누군가의 가슴에는 불을 지르게 마련이죠.

 

5# 사랑의 샘-  할아버지를 여의 할머니는 점차 삶의 의욕도 시들어 가고...

                  도리고에짐안의 손자 손녀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함께본

                  영화 상영회를 하여 할머니께 활력을 되찾아 드리자는 계획을 꾸미는데...

                   다섯편중 가장 가슴이 따뜻해 지는 에피소드 입니다.

                   이런 집안이 있을까? 싶게 가족애로 똘똘뭉친 집안이 나오고.....

                   다섯편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는 중심이랄까요?

                  

 

읽고 나면 이책의 주제는 관계(일본인들은 관계에대해 쓰길 좋아하는 듯)

랄까요?

누구든 홀로 존재할 수 없듯 주위를 한번 둘러봐 주길 바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읽고 나니 주위 뿐만 아니고 가네시로의 다른 소설들도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지만요~ 후훗~ ^^

우리 인생에서도 가끔 영화같은 장면이 있지 않나 하는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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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도우 - 스타테이라의 검
이은숙 지음 / 높은오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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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분류 하자면 모험 판타지 정도 일까요?

우리나라 판타지는 그전에도 있긴 했지만 이영도씨의

드레곤 라자 가 나오며 판타지 소설 붐을 일으켰죠.

하지만 붐을 타고 많은 판타지 아류작이 쏟아져 나오며

판타지 소설은 유치하다, 싸구려 소설이다란 평을 받게 되죠.

솔직히 한번 읽고 나면 남는게 없는게 대부분임에도 책 값도 비쌌고...

개인적으론 외국의 '해리포터'나 '트와일 라잇','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 소설이 필독서가 될만큼 베스트 셀러로 떠오르는데 우리나라에선

너무 애들이나읽는 소설취급을 받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부기팝'시리즈니 '키노의 여행''더블 브리드'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나오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그것은 너무

천편 일률적이라서 개인적으로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서서히 책의 크기를 줄이며 책값을 낮추기도 하고(아직

더 내려야 구입 해서 읽고 싶어질텐데 말입니다)

내용을 한국적 소재로 하여 고급 판타지를 꾀한 이영도씨의 '눈물을 마시는 새'같은

작품도 나오며 제2의 도약기를 꾀하는 중입니다.

내용들도 좀더 실험적인 것들도 나오고, 여론 조사도 하고 말이지요~~

그 와중에 접한 이책 '쉐도우'는 반갑기 조차 하네요~ ^^

중동과 유럽,아시아를 두루 여행하며 그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이 작품이 새로운 도약의 증표 같아서 말입니다.

 

이 책은 1930년대 일제점령하에 중국과 만주를 배경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대기위해 보물사냥꾼으로

활동하던 우리나라의 고고학자중

그림자 일명 쉐도우라 불리는 트레져 헌터와

신문기자이며 삼촌의 복수를 위해 쉐도우와 합류한 '신유미'

쉐도우의 파이터 친구 '산'

영화배우 '건'이

세계를 지배할 힘을 지녔다는 '스타테이라의검'의

지도와 암호를 두고 일본군과 중국의

마약상과 경쟁하며 모험하는 내용 입니다.

 

이 소설의 강점은 균형을 적절히 맞췄다는 점입니다.

종종 이런류의 소설이 스토리에 휘말려 너무 앞서 나가는점을 보이는데 반해

적절히 페이스 조절을 하며 라인을 잘 짠대다가 재미까지 살려 냈으니...

그런점이 아니더라도 과감한 도전 정신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속편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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