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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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참으로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많은 역사적 사건과

사고로 멍든 과거를 갖고 있죠.

물론 역사란 계속 흘러가는 겁니다만...

1960년대 군부독재정치가 행해지는 와중에 청년 지식인으로 구성된

청년 문학가 협회, 민족주의 연구회, 기독청년 경제 복지회, 신 문화 연구회,

불교 청년회, 경우회, 청맥회가 조직되죠.

그리고 합벅적 월간지 <청맥회>를 출간하여 반미,반독재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계몽에

나섭니다.

그러나 1968년 8월 24일 158명의 회원들이 구속되며 이 운동은 와해됩니다.

이것이 유명한 <통일 혁명당사건>으로 정부 발표에 따르면 대남 대규모간첩 사건으로 최대 규모였죠.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혁신 정치세력은 움츠러 들게되고 보수적 성향이 우세하게 된겁니다.

 

저자인 신영복씨도 이<통일 혁명당>사건에 휘말린

당시 숙명여대 경제학과의 강사였는데

구속되어 사형이 선고 됩니다.

그 순간의 공허와 허허로움....

모든것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듯한 아득함 속에서

먼 기억속의 한줄기 따사로움을 찾아

하루에 두장씩 지급되는 재생종이 위에

조금씩 적어내린 글입니다.

메모를 갖고 있는것조차  금지되어 있는 사형수의 독방안에서

놓칠수 없는 그 따사로운 기억들을 어떻게든

누군가에게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누군가에게 남긴다기보다는

잊혀지기전에 기록해두고 싶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소지품검사에 걸리기 전에 근무헌병에게

건네며 집에 전달해 주거나 그도 안되면 가지라고 한 것이겠지요.

 

이 추억은 봄날 문학회 회원들과 서오릉으로 봄나들이를 가던

신영복씨가 여섯명의 꼬마를 발견하며 시작되죠.

남루한 옷차림의 꼬마들...

냄비에 쌀과 단무지반찬만 가지고 역시 서오릉으로 봄 소풍을 가던

꼬마들과 엮인 추억은 후에 <청구회>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신영복씨가 갑작스레 구속되기 전까지...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짧습니다.

재생 화장지에 간략히 적어갔던 기억의 단편이니 만큼...

하지만 그 추억의 색채 만큼은

책을 읽는 내내 글을 읽는다  

는 행위가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듯

잔잔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도 그런점을 느껴서 인지

김세현씨의 그림을 통해 아련함을 더해주죠.

누군가에겐 작은 기억의 단편이

다른 누군가에겐 절망의 상황에서조차

희망의 촛불이 되어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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