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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왕 ㅣ 미래엔그림책
제레미 모로 지음, 셀린 리 그림, 정혜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5년 11월
평점 :
그림책을 고를 때 저는 늘 고민합니다. 이 책이 아이에게 어떤 생각을 남길지, 그리고 어른인 나에게도 읽을 이유가 있는지 말이죠. 미래엔아이세움 출판사의 고양이왕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그림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단순한 어린이책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어른그림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모든 것이 풍족한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그 안에서 고양이는 왕처럼 군림하며 사냥을 놀이처럼 즐깁니다. 다른 동물들은 늘 공포 속에 살아가지만, 고양이의 힘은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이야기는 그 ‘당연함’에 질문을 던집니다. 고양이의 힘은 과연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 걸까요, 아니면 매일같이 채워지는 밥그릇 덕분이었을까요.


초등 3학년 아들과 함께 읽었는데, 책을 덮자마자 아이가 “고양이 정원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그게 진짜 자기 힘은 아니었던 것 같아. 그래서 다 내려놓고 떠나는 게 멋있었어”라고 말하더군요. 이 한마디가 이 책이 평범한 초등그림책추천 도서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했습니다.
글은 어렵지 않고 유머도 담겨 있어 아이들이 부담 없이 읽습니다. 그림은 따뜻하고 감각적이라 한 장 한 장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읽고 난 뒤에 남는 여운입니다. 힘, 관계, 의존, 선택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지요. 그래서 이 책은 초등학생들끼리 토론해도 좋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아주 적절합니다.


고양이왕은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질문을 남깁니다. 아이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어른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주는 어른그림책.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며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은 충분히 선택할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