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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 미술관에서 찾은 심리학의 색다른 발견
문주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9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믹스커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지인이 있어 두세 달에 한 번 정도는 현대미술 작품을 보러 갈 기회가 생기곤 한다. 현대미술은 설명을 듣기 전에는 다소 난해할 때도 있지만, 어떤 그림 앞에서는 오래도록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그림을 좋아하긴 하지만, 잘 그려진 작품이 반드시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몰입되는 순간이 있고, 그럴 때 내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이러한 경험을 심리학과 연결해, 그림을 감상하면서 자기 내면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한 작품에도 추상적인 개념을 접목시켜 작품과 내면의 연결을 탐구하며, 감상자의 심리적 상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 책의 저자인 문주 작가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20년 넘게 붓을 놓았다가 우연히 미술치료를 접하면서 다시 미술과 만났다고 한다.
저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의 심리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화가의 무의식이 투영된 작품을 예시로 활용하는 한편, 작품에 대한 해석을 심리학적 개념을 근거로 설명한다. 보통 심리학 책은 실험과 이론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이 책은 미술 감상과 심리 상담을 동시에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점에서 책은 한층 더 흥미롭게 읽힌다.

지난 9월 3일, 문주 작가와의 북토크에 참여했다. ‘그림 속의 마음과 마음속의 그림은 어떻게 다를까?’라는 질문을 품고 갔는데, 작가는 미술과 심리학이 만날 때 그림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에서 나아가 감정과 심리를 표현하는 치유적 도구로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뭉크의 《절규(The Scream)》는 이번 북토크에서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붉게 물든 하늘, 뒤틀린 선, 공포에 휩싸인 인물은 개인의 불안이 집단적 공포로 확산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심리학적으로는 ‘존재 불안’과 ‘죽음 충동’ 같은 깊은 무의식의 두려움이 시각화된 사례다. 독자는 작품을 통해 자기 안의 불안을 직면하게 되고, 저자는 이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대와 사회가 반영된 집단 심리로 설명한다.
또 다른 사례로 고흐가 자주 거론된다. 그는 자화상 대신 의자와 파이프 같은 일상의 사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빈 의자는 부재한 주인을 떠올리게 하며, 심리학적으로는 ‘대상화된 자아’와 연결된다. 즉, 단순한 정물화도 화가의 내면을 해석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피카소는 친구 카사헤마스의 죽음 이후 우울과 상실을 청색으로 표현했다. 차갑고 푸른 색채는 우울의 심리적 무게를 드러내고, 단순화된 인물의 형태는 감정의 깊이를 더욱 강조한다. 색채심리학에서 파랑은 고독과 침잠을 상징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색이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감정 전달의 핵심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독자는 그림을 보는 순간 우울이나 고독의 정서를 체험하지만, 색채심리학을 개인의 감정과 정확히 일치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미술 작품은 단순히 감상하는 대상으로만 여겨왔는데,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미술관을 산책하다 뜻밖에 상담실에 들어선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고흐의 의자에서 존재의 의미를 보고, 피카소의 파랑에서 우울을 느끼며, 칸딘스키의 추상에서 치유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처럼 미술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대상이 아니라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기존 심리학 책이 ‘머리로 이해하는 책’이라면, 이 책은 ‘마음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