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치매 해방 - 알츠하이머병 세계적 권위자가 30년 연구로 밝힌 뇌 건강 프로젝트
묵인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이 포스팅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치매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무서운 질병이다. 기억을 잃는 순간, 우리는 자신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마저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치매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만 볼 수는 없다.
다양한 치매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새롭게 출간된 <치매 해방>은 치매라는 두려움 앞에 선 우리에게 희망과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는 30년 넘게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해온 세계적 권위자이자 서울대학교 치매융합연구센터장을 지낸 묵인희 교수다.
그는 연구 성과를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면서, 동시에 가족의 치매 진단을 직접 겪은 경험을 담았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의학 정보를 넘어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안내서로도 읽힐 수 있다.

저자는 치매를 유전적 요인 하나로 설명하지 않는다. 유전자, 환경, 생활습관, 나이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히는 다인성 질환임을 강조하며, ‘우리는 아직 치매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라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즉, 치매의 본질을 이해해야만 예방과 치료의 문도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치매의 발병 기전과 신경세포 손상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신경세포 손상은 회복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지만, 뇌가 지닌 회복력과 적응 능력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자는 희망을 찾는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조기 진단이다. 치매 치료의 성과는 얼마나 빨리 변화를 발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혈액검사를 통한 바이오마커 연구, 인공지능을 활용한 뇌 MRI 분석 같은 최첨단 진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임상 연구와 적용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평균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10~15년 전부터 뇌에서 변화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기 진단은 예방과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이다.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예방 역시 중요한 요소다. 치매는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병이 아니다.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 운동, 충분한 수면, 활발한 사회적 교류 같은 생활습관이 발병 위험을 낮춘다. 저자는 이를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평소 뇌를 단련하는 습관이 치매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는 방패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치료 영역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FDA 승인을 받은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항체치료제(아두카누맙, 레카네맙), 게임·앱 기반 디지털 치료제, 장과 뇌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장-뇌 축’ 연구까지 다양한 방법이 소개된다. 이는 치매 치료가 과거처럼 ‘불가능’의 영역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치매 해방>은 치매라는 질환을 정복하기 위한 과학적 안내서이자, 환자와 가족에게는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다. 2050년 한국의 치매 환자가 3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치매에서 해방되는 길을 준비해야 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