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렸고, 드디어 나왔다.  태평양 위에 떠 있는 두 섬. 한국과 오키나와. 이명원의 책이다. 나는 그의 책을 딱 한 권 읽었다. '타는 혀'

 

 김현의 비평에 한동안 매료되어 있을 때 이명원의 타는 혀는 그야말로 신선했다. 당시 2000년에, 21세기에 막 들어선 그 때, 19세기 말을 섭렵하던 비평가들의 이야기를 새롭고 날카롭게 써냈었다.

 그렇지, 이제야 제대로 세기가 바뀐 실감이 나네..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시간의 때가 잔뜩 묻어버려 누렇게 변색된 책등을 가진 책을 오랜만에 들여다 보았다. 한동안 찾지 않던 후궁을 찾는 황제의 오만함같은 것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의 글이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동안 더 날카로워졌을까? 기대가 증폭된다 기대가 너울처럼 번진다.

저 시퍼런 표지가 기대를 부추긴다.

 

 

어쨌든 책은 한국과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쓰인 것 같다.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배의 전초기지로 선택된 두 지역. 오키나와로 끌려갔던 조선인. 위안부. 모든 문제와 역사적 비극들이 두 지점에서 교차된다. 어쩌면 거기서 일제에 항거할 수 밖에 없었던 순수한 저항의 뿌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 이 오랜 역사적 잘못에 대한 사죄의 고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그 뿌리에서부터 더듬어 와야 할 것이다.

막연히 좋은게 좋은거라는 생각으로 양비론을 들고나와 혹은 그랬다더라 하는 불분명한 사실로 강제 화해를 종용하는 부류들에게도 들이밀기 좋은 '처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올곧은 역사관.

고개 돌리지 않고 마주보고 샅샅이 보아야 한다.

 

출판사제공 책 소개에 쓰여진 " 한국과 오키나와는 비트겐슈타인의 조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일종의 '가족유사성'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거시적인 역사의 국면에서 보면, 한국과 오키나와는 동아시아 역내에서의 패권/헤게모니 이행기에는 한상 '인질 상태'와 유사한 국면으로 이행하곤 했다 " 라는 부분에서 멈칫 했다.

바로 그거다.

인.질.상.태.

하지만 협상을 위해 살려두는 인질이 아니었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인질을 내세워 지위를 확보하고 인질과 협상상대를 모조리 진압하기 위한 인질상태.

그 위협적인 상황에 놓였던 멀지 않은 과거의 조상들, 아직도 생생하게 입으로 전해지는 그 이야기들의 근원을 들여다 보아야겠다.

 

두 섬.

기대가 크다.

도착할 때 까지 기대감은 더 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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