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개념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새로 배우는 수학 개념은 늘 낯설고 어려운 법이니까 최대한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게 기다려 준다.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조용한 교실을 가득 채웠다. 앞 줄에서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녀석의 샤프 끝에 달랑거리는 작고 노란 리본.
'귀엽다 이거. 세월호 리본?'
'네'
'착하네 아직 기억하고..'
조그맣게 속닥거리고 있는데 옆자리 아이가 필통을 연다. 필통 지퍼 끝에 노란 리본.
' 어? 너도 있네?'
조용한 교실이 술렁였다.
뒷자리에 있던 녀석이 '쌤 저는 여기요' 하며 핸드폰 뒷면을 보여준다. 커다란 스티커.
뭔데? 뭔데? 하던 녀석들이 일제히 '저도 있어요' 하며 충성서약(?) 하듯 구석구석에서 노란 리본을 꺼내 보인다. 가방에 지갑에 핸드폰 바탕화면에 필통에 교복에 시계에 손목에 연필에....온통 노란 리본이 있었다.
기특하네. 오래 기억하고. 남의 일이라고 쉽게 생각 안해서 다행이야.
라고 했다.
남의 일 아닌데요. 우리 일이고, 어쩌면 우리였을 일이고, 우리 일 수도 있는 일이예요.
라고 한 녀석이 이야기 한다. '우리'
어쨌든 고마워. 기억해줘서..라고 했다.
쌤도 가방에 리본 달고 다니시잖아요.
응.
고맙습니다. 애들 거의 다 어디든 리본이 있어요. 일베 하는 애들 빼고요.
맞다. **이 라이터에도 있더라.ㅋㅋ
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보탰다.
세월호는 언제나 '우리'로 이야기 될 것이고 기억되겠구나 싶었다.
아이들과 읽어봐야지 싶어 주문한 책.
작가는 오래도록 고민하고 아파했다고 한다.
'침몰'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을 때까지 이 기억은 지속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