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석구석 다이너마이트를 끼워넣고 긴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날인거야.
이렇게 길어진 도화선에 불 붙일 날이 있을 것 같진 않았지. 그저 끝없이 길어질 것만 같았거든. 그래도 다행히 불을 당길 수 있게 됐어. 이제 시작이야. 저 바위산을 부셔야하는데. 다 부시고 돌을 고르고 땅을 갈아서 씨뿌리고 거두고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터를 만들어야하는데..그게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약속받은 오래전 타국의 민족들도 가는동안 분열하고 싸우고 했다는데. 매일처럼 먹을것이 내리고 구름기둥과 불기둥이 보호하는 길을 갔다는데도 그럴진대. 우리는 어쩌면 돌가루로 허기를 달래야할지도 모르고 불완전하게 발파된 바위조각에 위협을 당할지도 몰라. 그래도 견뎌낼 수 있을까? 결국 사람의 땅을 만들 수 있을까?
하긴, 이런 걱정도 사치야.
불이 제대로 붙을지도 확신이 안 서. 붙는다고 할지라도 말했다시피 도화선이 길고 길어서, 어떤부분은 가늘디 가늘어서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야.
그래도 시작이 되었다고, 시작이 반이라고 이야기 하며 긍정하는 사람들이 많아. 시작이 반. 이거 진짜 위험한거야. 이런생각으로 시작하면, 절반도 안되서 왜 아직도 끝이 아닌거야? 하게되거든..시작은 고스란히 시작이야. 반도 뭣도 아닌거지.
어쨌든 오늘 그 시작이야.
길고 긴 도화선을 잘 살피며 불이 꺼지지않게 살펴야해. 지치지 않도록 해야해.
선택받지 못한 민족이라 하느님이 도와주시진 않을거야.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야해. 이 싸움이 끝났을 때, 하느님은 어쩌면 자신을 의심하실지도 몰라.
내가 도대체 뭘 만든거지? 사람이 어떻게!
묘한 쾌감 같은게 들어.
두고 보시죠.우리가 뭘 이뤄내는지!
하고 싶단말이지. 불경한가?
이제.
시작이야. 준비만 대충 끝난거야.
지금이야말로 의지와 결기로 먼 땅을 믿어야할 때야.
일단 밥부터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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