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는 것이 어려운 시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단히 정신줄을 붙들고 있어야만 한다.
날마다 터지는 이야기들이 놀라움을 넘어 천박할 지경이다. 이것이 어느 방송사의 특종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이미 수없이 징조는 나타났고 서로 피해자라 이야기하며 덩달아 떠드는 정치인들, 재벌들, 부역언론과 관련자들이 공범이었다.
재벌은 뇌물을 주고, 준 뇌물의 몇십배 몇 백배에 달하는 이익을 거둬들였다. 그들의 커넥션에 함구한 댓가로 언론은 말하는 법을 잊었다. 그리고 이지경이 되었음에도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라며 반문하는 이가 있다.
해방이 되었을 때, 열혈 앞잡이 노릇을 하던이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묻자 해방이 될 줄 몰랐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쩌면 읽었을거다. 저 단단한 탐욕의 연대를 이루고 있는 이들도 같은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들통날 줄 몰랐다.랄지 국민들이 이렇게 나설 줄 몰랐다랄지..여전히 평화와 질서라는 프레임에 갖혀있긴 하다만, 87년 이후로 온 세대가 말 그대로 '공분'하고 있는 현상이다.
그 와중에 아직도 그들을 비호하고 빨갱이와 종북이라는 단어를 철갑처럼 두른 이들이 남아있다. 그들의 신념이라면 어쩌겠는가. 어버이라는 이름을 달력에서 도려내고 싶다. 엄마라는 이름을 돌려놓고 싶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이라며 '사악한 사탄의 무리'라며 총궐기 한 쪽에서 울며불며 기도하고 찬송하던 이들도 생각난다. 리퍼트 대사가 다쳤던 때, 그 황당하고 민망했던 퍼포먼스도..
그들만의 연대에 기독교도 한 축으로 작용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속칭 개독이라 불리는 사람들. 우리나라 기독교의 짧은 역사와 한국의 특수한 환경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종교. 무엇이든 '한국적'이라는 말이 붙으면 해괴해지는 것이 참 그렇지만..
모태신앙은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주일학교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신앙이 좋은 아이였고, 성가대에서 찬양하기를 좋아했고, 성경퀴즈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학생회 임원이 되었고, 그 몸서리치게 설레는 교회오빠를 사랑하기도 했다. 청년부가 되어서 교회를 떠났다. 아니 쫓겨난거다.
봉천동 달동네 사람들의 철거반대 싸움에 같이 나섰던 것이 화근이었다. 가난했던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해야했기에 거기서 머물다 끌려가고 단순한 처벌을 받고 돌아온 교회에서 장로회의가 열렸다. 그 싸움에 참여한 청년부 간부 셋을 제명했다.
수많은 항변의 말이 머릿 속에 그득했지만 굳어버린 그들의 신앙과 잘못 이해된 성경, 그리고 천박한 선민의식과 구원의 오해는 젊은 나의 항변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세상은 변했고, 성경은 화석이 되어간다. 믿음은 순결성을 상실하고 맹목이 되어가고 구원은 충성의 증거를 내밀지 않으면 내주지 않을 귀하디 귀한 것이 되었다. 거리로 나오는 성직자들이 배척당하는 것은, 마치 사회에서 내쳐진 자를 품은 예수의 모습을 닮았음에도 이미 굳어진 눈을 가진 이에게는 위협이 되는 불온함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겠는가.
우리가 읽어야 할 성서는, 우리가 알아야 할 예수는, 우리가 따라야할 제자의 길은 어디에 있겠는가. 어떤 모습이겠는가.
계간지 삶이 보이는 창에 연재되던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고 한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 여기에 우리가 봐야할 알아야 할 예수의 모습이 보였다. 신앙을 되찾는 일은 없겠지만 내가 알고 있던 예수와 닮았다. 반가움과 격한 동의로 읽어낸다.
가난한 출판사, 교정보는 일이 녹록치 않았는지 오탈자가 꽤 많다. 몇개를 제보해주었다.
부끄러워했다. 이런 모습으로 책을 내면 안되는데..라며, 자본력이 되면 전량 회수하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 사람에게 독자들에게 제보를 받아 재쇄를 찍을 생각을 해보자고 했다. 내가 뭐..그냥 독자지만 안타까웠다.
그럼 얼마나 뿌듯할까.
어떤 기대나 선입견 없이 제정신으로 반듯하게 만나는 예수..그 이야기가 시원하다. 구세주가 아닌 친구 예수. 그러고 보니 한달쯤 뒤면 그의 생일이다.
말빨이 되면, '이 책 한 번 보시겠습니까?' 라고 설득이라도 할텐데..그럴 재주도 없고..이렇게라도 응원을 보낼 밖에..
이 출판사..LG홍보실만큼 홍보를 못한다. 에구..
제정신으로 살자. 무정부상태임에도 지금껏 나라를 끌고 온 것은 우리들이지 않은가. 우리의 구원은..우리가 만드는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