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찐빵집이 하나 있다. 투박한 손으로 뜨거운 찐빵을 빚고 솥에 넣고 맨손으로 꺼내는 주인아줌마의 손맛은 일품이었다.

뜨거움에 단련된 손은 두꺼웠고 잘 쥐어지지 않았고 늘 벌겋게 달아 있었다.

그래도 그 손으로 턱턱 집어주는 찐빵은 고급 베이커리의 빵에 뒤지지 않았다. 그 거친 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비단 나 하나만은 아니었다.

찐빵집은 늘 거기 있을 것 같았고, 절대로 문을 닫을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때고 찾아가면 벌겋게 단 손으로 갖쪄낸 찐빵을 집어주는 주인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을것 같았다. 저렇게 맨손으로 자꾸 해도 될까? 의심이 되었고 아주머니는 '괜찮어. 이제 인이 백여서'라며 손사래를 쳤다. 핸드크림이라도 바르지..장갑이라도 끼지..라고 말하면 주인 아주머니는 그랬다.

'음식에 화장품 냄새 나면 안돼. 장갑끼면 감각이 없어서 안돼'

그 맛난 찐빵은 아주머니의 희생이 빚어낸 결과물 같은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찐빵집 문이 열리지 않았다.

하루 이틀..소문엔 주인 아주머니가 아프다고 했다. 많이 아파서 찐빵집을 다시는 못할것이라고도 했다.

주인아주머니가 걱정되었다. 또 찐빵도 걱정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찐빵집이 다시 문을 열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보니 역시 주인아주머니가 찐빵을 쪄내고 있다. 장갑을 끼고,..

고장난 손을 치료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 잘 됐어.

찐빵을 한 봉지 샀고 예전의 그 맛을 떠올리며 한 입 베어물었다. 이런..그 맛이 아니다. 맹숭하고 싱겁고..불현듯 장갑 낀 주인아주머니의 손이 떠올랐다. 아프니까..그렇겠지?

그럼 차라리 찐빵집 문을 열지 말지..

 

"에이..이 맛이 아니잖아. 겨우 이 맛을 내려고 손 치료를 한거야? 영 문을 닫든가 치료를 하지 말지.."라고 말했다.

그 빛나던 순간과 각인된 맛으로 찐빵을 남기고 싶었던 까닭이다.

너무나 특별했고 너무나 소중해서 김빠진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누가 그랬다. "먹을 만 한데, 치료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니. 그게 할 소리냐. 주인아주머니 손을 보고도 그딴 소리가 나오냐? 사람이 왜 그러냐? 뭐라고 말 좀 해봐라. 시발"

"뭘 말해? 내 생각이 그렇다고. "

"니깟거 입맛 맞추자고 주인 아주머니가 치료도 안받아야하나?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그럼..맛이 있든 없든 아주머니의 노력과 고생이 있었으므로 '맛있다, 훌륭하다'라고 말해야 하나?

전과 다르다. 치료하기 전이 더 낫다. 라고 말할 수는 없나?

이건 비인간적인가? 이렇게 말하는건 사이코패스인건가? 이렇게 말해서는 안되는건가?

 

주인아주머니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며 꺼이꺼이 울어주는 사람앞에 '별로야'라고 말한 사람은 욕 먹을 짓을 한건가.

'나도 그래'라고 같이 고개 끄덕여준 사람들도?

 

때론, 드러내지 않는, 아니 오히려 거칠게 말해버리는 진심과 애정도 있는 법이다.

그 깊이와 밀도를 개인적인 잣대로 넘겨짚어 매도하는건 무례하다.

 

어제,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던 사람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건 누구도 시를 완성할 수 없다는 말일꺼야. 미치지 않으면.."

 

최승자를 사랑하는 것은 때로 위태롭다.

나는 아직도 미쳐버린 그녀가 좋다. 벌건 손을 한 찐빵집 아줌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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