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논어 고전 친숙하게 읽기 시리즈 1
공자 지음, 홍승직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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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이 정치에 대해서 물었다.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먹을 것이 풍족하고 적을 방비할 무기가 풍족하고, 백성들이 믿고 따르게 하는 것이다" 자공이 말했다. "부득이하게 꼭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이 세 가지 중 무엇을 먼저 포기합니까?" "무기 갖추는 것을 포기한다." 자공이 말했다. "부득이하게 꼭 한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이 두 가지 중 무엇을 먼저 포기합니까?" "먹을 것을 포기한다. 옛부터 사람에게는 누구나 죽음이 있으되, 백성들이 믿음이 없으면, 왕의 자리에 설 수 없다." (p227)


밑줄을 두줄 그었다. 가장 먼저 포기해도 좋을 것을 목숨걸고 지키고자 가장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민심을 내쳐버리는 현실때문인지도 모른다. 안연편의 이야기다.

시국은 혼란하여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사방에서 영웅들이 뜨고 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밥그릇을 두고 서로 다투는 형국이니 그 형색은 비통하기만 하다.

이런 시국에 논어를 읽는다는 건 어쩌면 한가한 신선놀음으로 비추어질지도 모를일이다.

예를 중시하고, 인을 중심에 놓은 공자의 가르침들. 고리타분하고 봉건시대에 걸맞는 도덕이며 윤리일것 같지만 덮을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예의 근본에 '사람'이 있고 '백성'이 있었기에 그렇다.

유교적 사고방식이라 일컬어지는 가치관을 품은 분들 밑에서 자라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논어의 경구들은 낯설지만은 않다.

시험문제에 자주 나오던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라든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같은 말들은 한글로 풀어 썼지만 머릿속에 한자로 정리되고 있을 지경이다.

학이시습지면..유붕이 자원방래면..

또한 논어는 보슬비처럼 삶에 젖어든 가치와도 닮았다. 교양선택으로 논어를 듣는다든지 한때 열풍이던 도올 선생의 논어강연이랄지 뭔가 성의있는 글을 쓰고자 할 때 인용구로 다양하게 접하게 된다.

그래서 만만하게 덤벼들다 이내 낙심하고 포기하게 되었다.

매번 1단원만 풀다가 덮어버리는 수학문제집처럼 늘 앞부분만 필사되고 밑줄이 그어지다 그만두어지는 논어.

고전은 가치의 변화와 사회의 변동 속에 점점 잊혀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어려워지는 이유는 지금과 맞지 않아서라기 보다 점점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게 된 까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의 학문, 사람에게 복무하는 학문, 언행과 관계의 예를 일러주는 학문, 이 모든 것이 발전과 소득우선에 밀려나게 된 까닭은 아니겠는가.


제 1편 학이편에서부터 20편 요왈편까지 깔끔하게 정리된 책.

쉽게 읽는 논어. 풀이가 잘 된 논어. 쉽게 쓰여진 논어. 온갖 논어들이 내 손에 들어온 순간 어렵게 읽히는 논어. 풀이가 의심되는 논어. 어쩌면 이렇게 어려운 논어가 되어진건 순전히 내 탓이겠다. "처음 읽는 논어" 이제껏 읽어왔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훌훌 읽어낸다.

쉽다.

깊게 파고 들자면 한없이 파고 들 늪 같은 논어에 겁먹지 않아도 좋을만큼 쉽다. 달리 이야기하면 연구용이나 학습용이라기 보다 논어와 낯익히기 정도가 되겠다

일단 낯을 익히고 다시 읽으면 그 속내를 보여주겠지. 우물가에서 처음 만난 선남선녀처럼 한번쯤 웃어주고, 눈짓을 나누고 속내를 나누게 되지 않을까.

그 첫걸음으로 맞춤한 책인듯 싶다.

한자를 풀이해 적어둔 것은 간혹 갸우뚱하게 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오래 들여다보고 소리내어 읽어보다보면 '아하~이 말이구나'하게 된다.


처음 읽는 논어다.

뭔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아마 싱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가치,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어떻게 되찾을까에 대한 오래 전부터 전해져오는 외할머니의 처방같은 조언을 만나고 싶다면..권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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