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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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짜증과 분노가 일어날 때, 무의식적으로 뱉어내는 말이 있었다. '아..씨 다 죽여버려.' 사실 이 말은 아무런 힘도 의도도 없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누군가를 죽일 수도 없으며 죽여도 좋을 명분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 실제로 내 손에 흉기가 주어지고 누군가의 생명을 거두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진다면 가능할까? 그 역시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거두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심지어 사형제도까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흉악한 범죄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티비 앞에 앉아 뉴스를 보며 이야기 한다. "저런 놈들은 다 죽여야 돼. " 말이 그런거다. 이런 분노를 대신해 암암리에 흉한 놈들을 대신 죽여주는 청소부 같은 이가 있다면 아마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겠지. (민간인이 모르는 특수 임무를 띤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릴리와 테드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같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다. 테드는 어차피 남이니까 부인 미란다의 이야기를 한다. 건축업자 브래드와 눈이 맞아버린 부인을 죽여버리고 싶다고. 어차피 죽일 수도 없고 릴리는 처음 본 사람이니 이렇게 하소연하듯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이 된다. 테드가 죽고 미란다가 죽고 브래드가 죽고..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엔 릴리가 있다. 사춘기무렵 첫 살인을 하게 되는 릴리. 예술가들과 어울리는 자유분방한 부모님들 덕에 집엔 손님들이 들끓었고 그렇게 릴리의 집에 묵게 된 쳇. 릴리의 첫 대상이 된다.

우물에 그의 시체를 숨기는 릴리. 우물과 시체..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1922편에서 ..아내의 시신을 우물에 숨기는..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릴리는 그들이 죽어 마땅하고, 자신이 죽여 마땅하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릴리.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빨간 머리라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딘가 닮은 내용들이 여기저기서 떠오르긴 하지만 비슷한 풍경이지만 온도가 다른 느낌이랄까?

릴리의 입장은 '인과응보'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사건에 끼어들었지만, 결국 그들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일 뿐이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다.

 

릴리의 행보에 은근히 응원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섬칫했다. 대리만족이었던걸까. 이런 억지가 어딨어? 라고 단번에 반박하지 못하고, 그럼, 그럴 수 있지. 라고 수긍하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이야기의 내용에 스릴을 느끼는게 아니라, 이야기에 반응하는 자신에게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의도된 것이라면 작가는 충분히 역할을 해 낸게 분명하다.

 

특별히 피가 튀고 살이 찢기고 부산스럽지 않게 낮은 온도로 차분하게 목숨을 거두는 릴리..그녀를 응원하고 이해하게 되는 독자. 이쯤되면 음..

짜임이 탄탄하고 흥미롭다. 이렇게 올해도 여름맞이 스릴러를 시작하게 되나보다.

 

미출간 도서라 서평쓰기가 좀 그랬지만..곧 나올테니까. 미리 읽는 것은 신나기는 반면 뭔가 작당하는 것 같아서 늘 조심스럽다. 내가 뭐라고..먼저 읽누. 이런 마음? 재미있어도 재미있다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

 

재밌음. 이라는 말 대신 나쁘지 않음. 이라는 말을 선택하게 되는...먼저 읽기의 딜레마..

여튼 고맙고 감사히 읽었다.

 

 

 

 

 

 

사람들은 생명이 존엄하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이 세상에는 생명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 누군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미란다처럼 자신을 향한 상대의 사랑을 남용하다면 그 사람은 죽어 마땅해요. 너무 극단적인 처벌처럼 들리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모든 사람의 삶은 다 충만해요 .설사 짧게 끝날지라도요.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경험이라고요.
(....) 살인을 정당화한 말은 아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래 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강조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타인에게 이용당할 때까지 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 중에서..릴리와 테드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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